인생에서 나만의 우물을 파기 위해서
얼마 전에 가까운 후배들 모임, 그리고 대학원 모임이 있었다. 이 두 만남을 통해 이제는 '한 우물을 판다는 것'의 개념이 변하지 않을까 싶었다. 업계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미 많이 변하기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 우물을 파는 것만이 미덕처럼 여겨졌다. 특히 직장인은 한 회사에 입사해서 오래 다닌 사람이 '정상적'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나는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20여년 전 부터 '그 정상' 이라는 1차원 적인 기준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승진을 했다고, 무슨무슨 대기업이기 때문에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았다. 대신, 더 이상 성장이 어렵거나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 될 때마다 이직을 했다. (사업을 했어야 하는데!) 아무튼, 그 과정에서 넘어지기도 하고 시야가 넓어지기도 하고. 인생에 배움이란 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총 5-6번의 이직을 하는 동안, 면접관의 질문은 비슷했다. "이직 사유가 어떻게 되죠?", "혹시 이번에 합격하셔도 또 이직하시는건 아닌가요?", "어떻게 매번 이직을 잘 하셨나요?" 같은 질문들을 받곤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면접관이 '왜 이렇게 자주 이직했느냐' 질문과 '여러 브랜드를 런칭한 커리어는 매력적이다.' 라는 모순적인 말을 함께 한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비지니스 방식으로, 한 직장을 오래 다닌 사람들로 리브랜딩이나 신규사업을 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부인력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이러한 추세는 점점 커지고 있다.
가까운 후배는 (30대 초중반) 스타트업에서 나와 함께 일을 한 이후, 2년 반 동안 세 번째 이직에 성공하면서 80% 정도의 연봉이 상승했다. 그녀는 책 <기획하는 사람, MD> 뒷 부분의 인터뷰이중 한 명이기도 하다. 패션 디자이너로 시작해 사업, MD, 콘텐츠, 브랜드 마케팅으로 이동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이직만 많이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일에서의 실력 인정 + 새로운 일을 벌리는 / 괜찮은 회사로 이직 + 이직한 회사에서 신규 프로젝트로 성과) 3박자가 맞아야 가장 좋은 결과치가 난다. 좋은 결과치는 연봉 뿐만 아니라 커리어로 자신의 강점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튼, 일단 현재 하고 있는 일에서 인정을 받아야 그 다음 기회가 생긴다는 점이다. 그 기회는 살다보면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엉뚱하게 연결되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고, 더 하려는 태도를 눈 여겨 봤던 누군가가 기회를 제안하기도 한다. 주변에 비슷한 실제 사례가 너무 많이있다.
혼자만의 힘으로 브랜드를 런칭하고 브랜딩하고 사업을 하기 전까지는 실력을 키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와 직무 장벽이 무너진지는 실은 오래라, 실력을 키워가는 사람들은 의도하지 않아도 '모든지 다 하는 사람'이 되어간다.
이직을 하거나 퇴사를 하거나 어쨌든 현재 나를 둘러싼 네모난 테두리를 벗어나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해보지도 않고 '어려울꺼야. 난 안될꺼야.' 라고 속단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안되면 어때, 해보지 뭐' 라고 마음을 먹고 목표한 도전을 위해 최선을, 때로는 죽을 힘을 다해보는 것.
한 번 해보고, 두 번 해보면 도전은 별게 아니라는 관성이 생긴다. 실패해도 분명 배우는 것이 있다. 배우는 것이야 말로 남는 것이 아닐까. 이런 태도가 비단 '일' 뿐만 아니라 사고방식까지 적용되고 나면 '사는 방식'이 달라지는 셈이다.
대학원 모임에서 50대의 지인들을 보며 도전과 선택이 삶을 어떻게 달라지게 하는지도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의 선택과 커리어, 삶의 중심을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두고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이 곳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가? 지금 나는 최선을 다 하고 있는가? 나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가?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방법을 찾으면서 도전, 실행하기.
그냥 한 우물만 파지 말자. 인생에서 나만의 우물을 파기 위해서. 물론 나에게도 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