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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Feb 20. 2019

[Prolog] 참나무와 삼나무

Tinder에서 만난 우리, 얼마나 잘 지낼 수 있을까?

어느 날, 저희는 칼릴 지브란의 <결혼의 대하여>라는 시를 함께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神)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영혼의 나라 속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의 음식을 주되 한쪽의 음식에 치우치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비록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처럼,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저와 제 여자 친구는 이 시를 참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저희의 관계가 더욱더 건강해지려면 이 시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희는 소개팅 어플 Tinder에서 만났습니다.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을 이야기했고, 둘 다 가장 좋아하는 나라인 태국으로 이민을 갈 예정인 커플입니다. 


저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상대방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가슴 깊이 이해하지 못해 다투기도 하는 평범한 연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늘 고민합니다.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지만, 내 옆에 있는 그/그녀는 나와 다른 '남'이라는 사실을.


앞으로 써 내려갈 글은 서로 죽고 못 사는 우리가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현악기의 현처럼 조화롭게, 참나무와 삼나무처럼 가깝지만 적당히 떨어져서 서 있는 것이 저희의 목표거든요. 그래서 각자 글을 써 내려가면서 생각과 감정을 풀어내고, 서로의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끼리 일기처럼 글을 쓰고 교환해서 읽고 끝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저희의 글을 읽고 공감을 하거나, 서로의 의견을 나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글을 연재합니다. 부족한 필력이지만, 즐겁게 읽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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