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 이 글은 2019년 1월 초에 쓰였지만, 브런치 작가 신청이 예상보다 늦어지는 바람에 이제야 올립니다. 아직 2월이니까 연초라는 믿음과 함께요.
[공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공부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이다.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내가 경험하지 못한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 하지만 2018년의 많은 나날들을 '아... 공부해야 하는데...'라는 생각만 한 채 흘려보내기만 했다. 더 이상 시간만 죽일 수 없어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기를 마음먹었다.
1 ) 데이터 분석 공부
나는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하고 첫 커리어는 마케터로 시작을 했었는데, 정작 나는 흔히들 마케터에게 갖는 창의적인 이미지의 사람은 아니었다. 물론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이 단순히 창의적인 면만은 아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재기 발랄하고 반짝반짝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대신에 나는 내 생각보다 논리적이고 분석하는 것을 훨씬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일을 하면서 깨달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당시 회사에서 새파란 신입이었던 나에게 CRM을 맡겼다. 약 1년 정도 업무를 진행하면서 내가 배웠던 것 중 하나는 '이건 신입이 혼자서 진행하기에는 불가능한 업무다'라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었고, 결국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내가 겪었던 과정과 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업무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고객 및 매출 데이터를 뜯어보는 것은 내게는 즐거운 일이었는데, 스스로에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내가 이 데이터들을 다룰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퇴사 후 워킹홀리데이를 하면서 회사 생활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지만, 항상 가슴 한 켠에는 늘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역량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잡은 직장에서도 매출 및 재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다만 현재 관리하는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하며 그 속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하여 유의미한 결과를 전달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답답함을 느껴 얼마 전에 Python 강의를 신청했다. Python 강의 하나 듣는다고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요술 지팡이를 얻게 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새로운 시야를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찾아보니 내가 갖고 있는 수준에서 딸 수 있는 자격증이 2개 정도 있는데, 올해는 데이터 분석 공부를 병행하며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한다.
2) 한국어교원 3급 자격증 취득
나가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관심 있어한다는 것을. 한국에 있을 때 한류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는 '에이 저거 다 너무 과장된 것 아냐?'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다. 오히려 뉴스는 외국인들의 한국문화에 대한 팬덤을 절반도 담아내지 못한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덕분에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 영어는 잘 못했어도 몇몇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 있었다. 급기야 그중 한 명에게 한국어를 조금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나와 그 친구 모두 패기 있게 시작했고, 그 친구는 2주 만에 한글을 읽는 데까지는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그 이후 우리 모두 한국어 문법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닫고 절망하는 단계에 접어들었고, 수업은 흐지부지 끝나게 되었다. '모국어라고 해서 외국인에게 언어를 무조건 잘 가르칠 수는 없구나'라는 귀한 경험을 얻은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한국어 공부를 한다고?
이후에는 한국어을 가르칠 기회는 없어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올해 초 여자 친구가 "태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 어떨까?"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찾아보니 '한국어교원 자격증' 취득을 위한 강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덜컥 자격증 양성과정 역시 신청(내일배움카드가 있다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해버렸다. 1년에 단 한 번 시험이 있고, 공부할 범위도 많아 만만치 않은 길이 될 것 같은 데다 자격증 자체가 돈이나 직업을 가져다주는 건 아닐 텐데 어쩌다가 강의를 신청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나 나중에 외국에 나가게 되면 한국어 과외로 용돈이라도 벌까 싶은 기대감에, 합격을 위해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건강 관리]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후 어느 순간부터 살이 쪘다는 것을 느꼈다. 20대 내내 거의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했었기에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며칠 좀 덜 먹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놈의 살은 도통 빠질 줄을 모른 채 성인이 된 이후 인생 최고 몸무게를 경신하기에 이르었다. 위기감을 느껴 끊었던 권투도 다시 시작하고 축구도 하고 먹는 것도 신경 쓰려고 하지만 여전히 몸무게는 그대로이다. 사실 숫자로 보이는 몸무게 이전에 이미 내가 알고 있다. 운동할 때 퍼포먼스가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도 꾸준히 운동하고 먹는 것만 조금 줄이면 금방 돌아오겠지'라고 애써 자기 위안을 하고 있었는데, 올 초에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체력측정 프로그램인 '국민체력 100' 진행 후 정말이지 깜짝 놀라서 마음을 다잡았다. 아래 인바디에 나온 것처럼, 5kg 감량 예정이다. 그러면 다시 나의 정상 체중으로 돌아간다. '건강이 재산'이라는 말의 의미가 슬슬 와 닿는 나이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꾸준히 건강관리를 할 계획이다.
[출국 준비]
나는 꼭 다시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처음에는 한국 사회가 싫어서였는데, 최근에는 세상이 이렇게 넓은데 조금이라도 더 경험해보지 못하면 왠지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원래는 다시 캐나다로 가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특히 경제적으로) 여자 친구와 내가 좋아하는 나라인 태국으로 목표를 바꾸었다. 우리도 아직 모른다. 이게 올바른 결정인지,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우리가 원하는 세계가 펼쳐질지 등등. 하지만 그 이야기의 결론은 '그래도 재밌을 것 같은데?'이다.
아인슈타인은 미친 짓(Insanity)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미친 짓 : 매번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
우리는 지금보다는 다른 삶을 기대하기 때문에, 하지만 미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외국 생활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하지만 의지 하나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기에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준비를 최대한 하려고 한다. 정보도 수집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기초적인 언어 또한 배울 생각이다. 한 해가 바쁘겠지만, 준비과정 또한 재밌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