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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Mar 31. 2019

[윤] 내가 방콕을 사랑하는 이유

가성비 : 투입한 노력이나 비용에 대비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의 비율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약속한 후 태국으로 이민을 계획 중인 커플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내가 자랐던 서울과 워킹홀리데이로 지냈던 시드니와 토론토를 제외하고, 방콕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던 도시이다. 여태까지 총 5번 방콕을 방문했고, 머물렀던 기간을 모두 합치면 2달이 조금 넘는다. 방콕이 한국에서 해외여행을 갈 때 자주 고려되는 인기 있는 도시들 중 하나지만, 이 정도로 많이 가는 사람은 생각보다 흔치 않기에 내가 방콕을 자주 갔다는 얘기를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방콕의 어디가 그렇게 좋아요?




무언가를 구매할 때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냐 되겠냐마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가성비'에 굉장히 민감한 사람이다. 늘 따지고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인지, 아니면 가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돈을 충분히 벌지 못해서인지(!) 모르겠지만, 소비를 할 때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가격 대비 효율이다. 그래서 나는 무언가를 사야 할 때는 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고 후기를 읽어본 다음에, '가성비' 또는 '저렴한'같은 키워드를 넣어서 다시 검색해본 다음에 심사숙고해서 구매를 하는 편(때로는 실컷 알아보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이다. 때로는 나도 이 과정들이 피곤하고, 가격표를 보지 않고 턱턱 구매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소망하지만, 내가 아르바이트로나마 돈을 벌기 시작한 대학생 시절부터 갖게 된 성격이니, 당분간은 이런 구매행태를 유지할 것 같다. 


이렇듯 물건을 살 때 꼼꼼히 따지는 성격이다 보니 내가 갖고 있는 물건들은 품질은 좋지만 소위 주류와는 거리가 먼 브랜드에서 나온 제품들이 많다. 예를 들면, 내가 첫 직장에 들어가자마자 샀던 스노우보드는 "YES"라는 브랜드의 제품으로, 가장 유명한 스노우보드 브랜드 중 하나인 Burton에 있던 직원들이 나와서 만든 신생 회사였다. 10년이 넘게 쓰고 있는 어쿠스틱 기타는 YAMAHA(악기로도 유명한 회사지만 어쿠스틱 기타 브랜드로써는 인지도가 낮다), 큰 마음을 먹고 작년에 새로 산 노트북은 한성컴퓨터 제품이고, 지금 글을 쓰는 책상 한 켠에는 코스트코 PB브랜드인  Kirkland사의 대용량 보드카가 놓여있다. 이러다 보니 큰돈이 드는 여행지를 고를 때도 특유의 '가성비'를 고려하는 성격이 발휘되는데, 그런 면에서 방콕은 내게 최고의 도시이다. 


우선 저렴한 항공권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성수기가 아니라면 20만 원 대에 방콕 왕복 항공권을 구할 수 있다. 그 가격이면 보통 LCC이긴 하지만 뭐 어떠랴. 5시간 남짓한 비행이니 버스를 타고 부산에 간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그리고 방콕에는 숙박업소가 정말 많아서(지금 이 순간에도 지어지고 있다!), 숙박 선택의 폭이 매우 넓다. 예산이 조금 부족하다면 게스트하우스에 묵어도 좋은데, 깔끔한 도미토리여도 인 당 만원 대에 잠자리를 찾을 수 있다. 만약에 약간의 사치를 누리고 싶으면 5성급 호텔도 10만 원 대에 구할 수 있는 도시가 방콕인데, 꼭 5성급이 아니더라도 개성 있고 깔끔한 호텔들도 도처에 있어 저렴한 가격에 호캉스를 실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도시이다. 게다가 신축 서비스 아파트먼트나 콘도도 많아 Airbnb 등을 통해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에 방을 구할 수도 있으니, 오히려 숙박에 대한 선택지가 너무 많아 결정장애가 올 정도의 도시가 방콕이다.

다음 방콕 여행 때 묵고 싶은 Ad Lip Bangkok 호텔,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출처 : Ad Lip Bangkok 홈페이지]


또한 저렴하고 맛 좋은 로컬 식당들이 방콕 도처에 널려있어서, 지갑이 얇은 여행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도 편하다. 2018년 미쉐린 가이드 방콕 편에 빕구르망 리스트(별을 받지는 못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으로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평가된 식당 리스트)에 오른 로컬 식당이 72개인 것이 이 사실을 증명해준다. 심지어 이 중 57개는 인당 예산이 200바트(약 7,000원) 미만이라고 하니, 여행자들에게 이만한 희소식이 또 있나 싶다. 반면에 길거리 음식에 질려 사치를 부리고 싶다면, 얼마든지 돈을 쓸 곳이 있는 곳 또한 방콕이다. 몇 년째 아시아 1위 레스토랑 자리를 고수한 Gaggan(2020년에 닫는다고 한다)을 필두로 한 수많은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과, 이제는 젊은 사람들 중에는 모르고 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지역인 Thonglor와 Ekamai의 식당과 카페, 바 등 마냥 저렴한 모습만 보여주지는 않기에 방콕은 재밌는 도시다.


내가 동남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났던 2015년에도 여전히 방콕에 10불 여행자라는 개념이 존재했다. 말 그대로 10달러 안에서 숙박과 음식을 해결하려는 배낭여행자들이 방콕에 분명히 있었다. 사실 이 정도 예산이면 아무리 물가가 저렴한 곳이어도 숙박과 식사 외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여행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물가는 상승했을 테니 지금은 그나마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려면 아마 하루에 15불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어쨌든 방콕은 한 끼 밥값으로도 부족할 것 같은 금액으로도 사는 것이 가능한 도시이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여행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다


사실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곳을 방문하는 것을 즐기기에 여행지로 꼭 방콕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새로운 여행지를 물색할 때는 늘 방콕이 비교 대상(특히 아시아권에서 여행을 떠날 때!)으로 떠오르고, 그러다 보면 결국 "그래, 방콕만 한 곳이 없어."라고 읊조리며 다시 방콕행 비행기표를 찾아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이제는 방콕이 조금 질릴 법도 한데, 가성비에 집착하는 나에게는 방콕은 여전히 최고의 도시이다. 만약 나처럼, 여행에서조차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다음 여행지로 자신 있게 방콕을 추천한다. 


햐, 방콕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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