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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Oct 14. 2019

[윤] 해외 거주 도전기(3)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다닥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한 커플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 중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퇴사 의사를 전달한 후 곧바로 연남동으로 보람이를 만나러 갔다. 만두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외국 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다다른 결론은 '우선 면접까지 본 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였다. 그래서 나는 곧 다가올 면접을 잘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면접]

결론적으로 나는 면접에 합격하여, 회사에 입사 후 트레이닝을 거쳐 현재 조금씩 업무를 보고 있다. 사실 현재 재직중인 입장에서 면접에 대해 어디까지 말해도 될지 몰라서 조금 조심스럽다. 간략하게 말하면 면접은 한국어로 진행되었으며 얼마나 논리적으로 광고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를 주로 물어봤다. 다행히 첫 직장인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마케팅 팀에서 일하며 가맹점 사장님들을 대했던 경험이 있었고, 두 번째 회사에서 Digital commerce 팀에서 일하면서 어깨 너머로 들었던 내용들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면접을 진행하였다. 면접을 본 경험이 많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는 느낌이 들었고, 면접 직후 2시간 후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고 한 달 후에 입사를 위해 말레이시아로 넘어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설득]

새롭게 직장을 다시 찾았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지만, 한국에서 홀로 생활하셔야 하는 어머니에게는 그렇게까지 좋은 일은 아니었다. 이미 동생도 말레이시아에서 3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장남이 나까지 외국에 나가서 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내가 평소에 외국에 나가서 생활하겠다는 밑밥(?)을 깔아놔서 이내 납득하시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려고 하셨지만, 마음이 썩 편하진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보람이는 평소에 가족들에게 '외국에 나갈 수는 있어도 내년 즈음에나 나가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해 놓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자친구와 함께 한달 후에 출국을 하겠다고 이야기했으니 가족들이 느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 자리에 내가 있지는 않았기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는지는 자세히까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보람이가 떠난다는 사실에 대해 아쉬움과 섭섭한 감정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보람이의 결정을 존중해 주셨다고 한다. 


[비자]

나는 취업을 한 상태이기 때문에 회사로부터 스폰을 받아 2년짜리 취업비자를 받았다. 그런데 보람이의 경우는 비자가 해결되지 않아 임시로 학생비자를 받아야 할지, 아니면 결혼 후에 디펜던트 비자로 나와 같이 넘어갈지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혼이라는 중차대한 일을 비자 때문에 진행한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지만, 이미 프로포즈도 하고 같이 나가서 살기로 결정한 마당에 조금 그 시기를 앞당긴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가 될 거 같지는 않아서 양가 부모님께 우리의 뜻을 전달드렸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 모두 조금 당혹스러워 했지만 다행히도 큰 반대 없이 허락을 받을 수 있었고, 간단한 상견례 후에 혼인신고를 하고 보람이를 위한 디펜던트 비자를 신청했다. 


[결혼]

사실 우리는 2020년 상반기 즈음에 결혼을 한 후 외국생활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심지어 웨딩박람회도 가보고 스몰웨딩 업체와 미팅도 진행했었는데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게 되어서 '이렇게 급하게 진행되도 되나' 싶은 마음이 살짝 있었다. 심지어 보람이 어머님(이제는 나의 장모님인..!)께서는 보람이를 위해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계셨는데, 너무 빠르게 떠난다며 눈물지으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또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장모님께는 1주년 때 꼭 사진이라도 찍겠다고 약속드리고 드레스는 말레이시아로 무사히 가져왔다



시간이 촉박한지라 식은 올리지 못하고, 반지를 맞추고 자주 데이트를 하던 잠실의 송파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프로포즈를 했던 부산으로 짧게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의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보람이가 엽서를 만들어 지인 및 가족들에게 전달을 했다. 


세상에 무슨 이런 결혼이 있냐고 반문할 수 있을텐데, 아직까지 우리도 살짝 어안이 벙벙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신혼 분위기를 만끽하며 말레이시아에서 알콩달콩 재밌게 살고 있다. 진짜로 한국에서 결혼식 했으면 지쳐서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면서 말이다 :)




그리고 2019년 7월 22일, 나는 비자 발급을 기다리는 보람이를 한국에 두고 먼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 이제는 여자친구에서 부인이 된 보람이와 함께 조금이나마 더 재미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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