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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호 그리고 보람 Nov 17. 2019

[윤] 말레이시아 생활 4개월 후기-장점 편

쿠알라룸푸르 이주 4개월 차의 의견으로,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

Tinder에서 만나 결혼을 한 커플로, 말레이시아에서 거주 중입니다. 
함께 글을 쓰면서 번갈아 가며 올리고 있습니다. 제목의 [윤]은 윤호의 글, [보]는 보람의 글입니다.

어느덧 말레이시아로 넘어온 지 4개월 정도 흘렀다. 모든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지만, 어쨌든 정착 초기의 어려움(?)을 견뎌내고 나니 조금씩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겨 그동안 말레이시아 생활을 통해 느꼈던 장/단점을 한 번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런 류의 후기가 그렇듯이, 개인적인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작성될 예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라는 바이다.

 


1. Work and life balance

  따져보니 나는 한국에서 총 3년가량 일을 했다. 특히 2년을 다녔던 첫 회사는 너무나도 일이 많아서, 제시간에 퇴근은커녕 내 여가시간을 갖기조차 힘들었다. 종종 회사에 오래 붙어있어도 잘 견디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나는 전혀 그런 부류가 아님을 이내 깨달았고, 그 후로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지켜내는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 일하는 곳은 야근을 강제하지 않는다. 물론 업무가 넘치고 처리가 안 되는 경우에는 야근을 하는 팀원들도 있고, 가끔씩은 나도 퇴근시간을 넘겨서 일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내가 처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업무가 진행되고 있어 야근에 대한 부담은 없는 편이다. 사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새롭게 일할 곳의 업무가 내게 잘 맞을지 남몰래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왜냐면 나와 보람이는 이 곳으로 이민을 온 것이 아니고 워킹비자를 통해 거주 중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신분으로 비자를 해결하려면 워킹비자를 얻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비자뿐 아니라 여러 가지 계약사항이 회사를 통해 걸려있는지라 만약 일이 안 맞고 힘들 경우 쉽게 그만둘 수도 없어 상당히 골치 아픈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실제 업무를 진행해보니 아직까지는 한국에서 일할 때보다 괜찮다. 

  요즘은 보통 퇴근을 하면 주중에는 요가를 가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게다가 업무 절차상 주말에는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일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충분히 휴식을 취하거나 보람이랑 시간을 보낸다. 당연히 누렸어야 했던 생활 패턴인데 이제야 비로소 말레이시아까지 넘어와서 경험하게 되니 좋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여담이지만 평생을 운동을 해왔는데, 요가를 통해 매번 강렬한 경험을 하고 있다.


2. 결혼 생활

  이전 글(우리가 결혼하는 데 걸린 시간, 단 14일)을 통해 읽어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나와 보람이는 내가 말레이시아로 취업이 결정된 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다닥 혼인신고만 올린 채 말레이시아로 넘어오게 되었다. 가족들을 포함하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식도 올리지 않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걱정했지만, 결혼 3개월 차가 지난 지금 나와 보람이는 종종 말한다. 

결혼식 안 하고 오길 잘했어

물론 우리도 종종 다투는 평범한 커플이고, 특히 같이 산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갈등도 있었지만 외국에 나와서 살다 보니 가장 좋은 점은 남의 눈치 안 보고 신경 안 써도 된다는 것이다. 나와 보람이 둘 다 한국에서 30여 년간 살면서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살았는데, 머나먼 이역만리로 넘어와 서로를 바라보면서 산다는 것 자체로 우리에게는 큰 위안이 된다. 그러다 보니 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고, 관계도 이전보다 더욱 돈독해지는 느낌이다. 아직 신혼이라서 그렇다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나갈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다 :)


https://www.youtube.com/watch?v=hqSHmhJb4Qo&t=0s

우리의 말레이시아 일상이 궁금하다면...!


3. 동남아 여행

아직 새로운 나라, 새로운 직장에 적응 중이라 여행은 가까운 페낭 한 번 갔다 왔을 뿐이라 나의 경험담은 아니지만, 말레이시아에 산다는 것은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축복 같은 일이다. 지리적 이점 덕분에 가격도 저렴할뿐더러 한국에서 직항으로 가기 힘든 곳도 얼마든지 다녀올 수 있다. 들어보니 동료들은 한국에서 밤도깨비 여행으로 일본에 가듯이 주말마다 방콕을 들락거리고, 심지어 오늘 저녁이나 한 번 먹자고 연락했던 내 동생은 지금 싱가포르에 있다고 한다.


나와 보람이는 내년 2월 태국 치앙마이로 여행을 계획 중이다. 사실 요즘 치앙마이 한 달 살기가 유행이라고 하는데, 다른 유명한 동남아 여행지(ex. 방콕 or 호치민) 가듯이 한국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치앙마이를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고? 아래 사진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서울에서 제주도 가는 비행기 가격으로 치앙마이를 갈 수 있다. 동남아 여행을 좋아하는 나와 보람이도 내년부터는 이 장점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려고 한다.



4. 여전히 모험을 찾아 떠나 있다는 느낌

  비록 결혼을 하고 직장을 잡아 말레이시아에 거주 중이지만, 나와 보람이는 긴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말레이시아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보람이는 집 근처 공유 오피스에 등록하여 출근도장 찍듯이 방문하며, 여전히 블로그와 유튜브를 운영하면서 한국어 과외를 하며 세상 재미있는 일들을 찾아내려고 노력 중이다. 나 역시 그런 보람이를 도우면서 뭔가 신기하고 흥미로운 일이 없나 항상 더듬이를 곤두세우고 있다(이 글을 쓰던 중에 홍콩 친구로부터 한국 뷰티 제품 사업을 하고 싶은데 같이 이야기해보자는 전화를 받았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것은 없지만,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더 나아가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우리의 삶을 더 재미있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오늘도 카페에 나와 글을 쓰고 보람이는 영상편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사람 사는 곳에 좋은 일만 있으랴. 곧 말레이시아 생활의 단점 편도 써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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