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 그리고 운동. 아침 7시 55분에 간신히 일어나 컴퓨터를 켜고 출근체크를 한 후, (별다른 계획이 없다면)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운동을 하러 간다.
-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
= 집에 방이 2개가 있는데, 그중 작은 방에서 가장 시간을 많이 보낸다. 말레이시아에서 첫 집은 원베드룸이었는데, 말레이시아에는 의외로 원베드 룸이 많지 않아서 새로 이사 온 집은 투베드 룸이었다. 단 둘이 사는데 방이 2개일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재택근무가 시작된 이후부터는 남는 방이 하나가 더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다행스럽게 여겨졌다.
- 재택근무 필수품
= 네스프레소 머신과 맥주.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단연 네스프레소 머신. 집 근처에 카페가 없어, 문자 그대로 한줄기 빛 같은 반려가전.
- 재택근무 옷차림
= 잠옷. 화상 미팅을 할 일이 없어서, 늘 입는 편한 옷차림에 눌린 머리를 한 채 업무를 본다.
- 점심 메뉴
= 막국수, 카레, 된장찌개, 짬뽕,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부타동, 파스타, 리조또, 비빔밥, 고등어구이, 김치찜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점심은 잘 먹고 있다. 보람이가 늘 고생이 많다.
- 재택근무의 좋은 점
1) 출퇴근 시간의 비약적인 감소. 침대에서 일어나서 출근하기까지 1분 미만이 걸린다.
2) 보람이와 치타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참고로 반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시도 거르지 않고 치타와 함께 있다 보니, 고양이가 외로움 덜 탄다는 상식은 잘못된 것 같다는 것이 우리 집 집사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3) 집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 회사에서 식사가 제공되긴 했었는데, 맛이 없었다.
4) 비는 시간이 생길 때 맘 편히 쉴 수 있다. 회사에서는 아무래도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다.
- 못 해 먹겠다 싶을 때
= 3월부터 코로나가 유행하고, 곧바로 말레이시아 정부에서 MCO(Movement Control Order)를 발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그만뒀었다. 그런데 외국인의 비자발급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아 인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아 한동안 업무량 대비 팀 인원이 모자랄 때가 있었다. 정말이지 "못해 먹겠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 재택근무 트랙 리스트
= Johnny Stimson, Eden, Phum Viphurit, 온스테이지, 장범준의 '반지하 노래방'
=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은 어떻게든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새로운 식당이나 카페를 탐방하던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보지 않았던 곳을 방문하려고 하는 중이다.
- 팬데믹 이후 내 삶에서 가장 달라진 부분
=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최대한 불평불만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다. 사실 9월에 축구를 하다가 전방 십자인대가 끊어져 한국으로 돌아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한국과 말레이시아 모두 입출국이 자유롭지 않다 보니 코로나 유행이 조금 더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수술 자체가 급한 케이스는 아니어서 1~2년 후에 수술을 받아도 된다고 해서 불행 중 다행이긴 하지만, 좋아하던 운동을 못하다 보니 왠지 이전보다 활력이 조금 더 떨어진 것 같아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 희망 재택근무지
= 말레이시아 내에서라면 랑카위. 면세라 술이 싸다. 어느 정도냐면 여태껏 다녀본 여행지 중 술값이 가장 쌌다. 해외로도 갈 수 있다고 하면 보람이와의 심도 깊은 토론 후에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또는 태국 중 한 나라로 떠나지 않을까 싶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 재택근무가 일으킨 생각
= 시스템이 무섭다. 이렇게도 일이 돌아가는구나.
- 내년 11월에 하고 싶은 일
= 내년 11월이면 이미 수술도 받고 재활도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였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여행을 갈 수 있을만한 상황일 테니 긴 여행을 가고 싶다. 태국 치앙마이를 들려 보람이와 사진 촬영을 하고 좋아했던 바에 들려 그들의 새로운 시그니처 칵테일을 모두 섭렵한 다음에, 육로로 국경을 넘어 라오스에서 Gibbon Experience라는 짚라인 트래킹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