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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입문자를 위한 3가지 조언

by 이윤환 변호사

우리는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소주에 대해서는 모두가 전문가이다. 누구나 소주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고, 소주의 음용방식에 대하여도 각자의 주관이 뚜렷하다. 그러나 우리 식문화는 와인과 가깝지 않다. 필자처럼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대학에 들어가서 소주와 막걸리부터 접한 사람이 와인을 진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필자는 오늘 와인을 즐기는 세 가지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은, 와인과 음식 중에 주인공을 정하자.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소주(편의상 안동소주와 같은 고급소주는 제외하자)가 주인공인 술자리는 없다. 소주는 신선한 회를 먹는 저녁 식사 자리에 반주로 끼어들기도 하고, 친구들과의 수다를 위해 방문한 포장마차에서 닭똥집과 함께 알코올로 곁들여지기도 하지만, 소주 녀석이 그 자리의 단독 주인공이 되는 경우는 없다.



43009.jpg 출처: freepik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자면, 소주는, 온도는 0도에 가깝게, 볼이 아주 좁으면서 림이 아주 두꺼운 소주 전용 잔에 따른 뒤, 향 따위는 절대 맛보지 않겠다는 각오로 입에 털어 넣고 목에서 올라오는 그 타는 듯한 질감만 느낀다. 그리고는 곧바로 뜨거운 국물을 입에 넣어 그 타는 듯한 질감을 무디게 만든다.


반면 와인은, 특히 피노누아처럼 화려한 품종의 경우에는 볼이 아주 넓고 림이 매우 얇은 글라스에 온도는 13~15도 사이로 맞추어 마신다. 마시기 전에 향부터 맡는 것은 기본이고, 입에 넣은 뒤에도 곧바로 목구멍으로 털어 넣지 않고 한 동안 입안에서 굴린다.


마시는 방법부터 와인의 존재감은 소주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여준다. 즉 가장 기본적인 차이점은 보드카, 소주와 같은 대중적인 증류주와 달리 와인은 그 맛과 향에 있어서 개성이 강하고, 그 맛과 향들이 바로 우리에게 호불호를 가져오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한국인에게는 매우 낯설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소주나 맥주는 한국 음식에 있어서는 마법의 술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어떤 음식도 소주나 맥주와 잘 어울린다.


그런데 와인은 다르다. 와인과 음식이 서로 환상의 궁합을 보여줄 수도 있지만, 서로 부딪히기도 한다. 예를 들어보자. 달콤한 유자 드레싱을 곁들인 샐러드를 서빙하면서 레드와인과 매칭한다면 미스 매치일 가능성이 크다. 유자 드레싱 안에 들어있는 당분이 레드 와인을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paul-einerhand-dwtt3noJG2k-unsplash (1).jpg 출처: freepik



그렇기에 와인을 즐기기 위해서는 음식과 와인 중에 주인공을 먼저 정하는 것이 좋다.


즉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 서브의 성격을 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음식이 주인공일 것이다. 이런 경우 우리는 서브에 해당하는 와인을 위해 굳이 큰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음식을 주인공으로 하여 적절한 와인을 서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와인의 복합미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자면, 풋풋한 샐러드에는 풀내음 나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을, 크림 파스타에는 버터리한 미국 샤도네이를 마시면 충분하고 굳이 고가의 와인을 마실 필요가 없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풀내음 나는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이나 버터리한 미국 샤도네이는 입에서 금방 물리기 때문에 음식 없이 맥주처럼 벌컥벌컥 계속 먹기도 어렵다. 결국 음식과 와인의 이러한 관계야 말로 윈윈(win-win) 관계인 것이다.


반면 음식이 아닌 와인이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100만 원이 넘는 5대 샤또를 마시는 경우라면, 와인을 주인공으로 삼고 음식을 와인에 맞춰야 한다. 어울리지 않는 음식으로 리스크를 가져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100만 원 상당의 보르도 5대 샤또를 마시면서 김치찌개와 같은 한식을 내온다면 리스크가 상당하다. 이럴 땐 스테이크가 무난하고, 해산물 요리도 불안하다. 이때는 와인을 중심으로 치즈(또는 기름진 요리) 정도만 가지고 즐기는 것이 좋다. 5대 샤또 정도 되는 와인은 와인 하나만으로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복합미가 상당한데, 음식이 입에 들어오는 순간 와인의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은 태도, 즉 와인에 대한 집중이다.


집중하지 않으면 아무런 즐거움도 없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장 경시되는 태도이다. 아무리 좋은 스포츠카도 운전자가 집중을 한 상태에서 직접 운전하지 않으면 그 차의 본질과 성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와인도 마찬가지이다.



dmytro-vynohradov-9Uh668JJBUs-unsplash.jpg 출처: unsplash



그렇다고 오해하지 말자. 식사 자리에서 아무런 대화조차 하지 않고 와인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와인에 대한 집중은 바로 찰나의 집중이다.


왜냐하면 와인을 마시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순간의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와인에게 집중하는 순간은 매우 짧고, 이로 인하여 대화가 어색해질 이유도 전혀 없다. 오히려 와인을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한 주제로 삼아 편안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와인을 단순히 음료로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로 대화의 주제라고 생각하면 좋다.


필자가 친구들과 소고기 집을 방문해 보았다고 생각해 보자. 우리의 주제는 지난주에 있었던 라운딩 이야기에 머물 뿐이고, 음식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 누구 하나도 100g 당 55,000원에 해당하는 소고기의 맛에 대해 평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 비싼 소고기 집을 방문했을까?


그냥 습관이다. 음식 따위는 입에 넣으면 되는 것이고, 소주를 마시기 위해 안주거리만 있으면 충분하니까, 사실 소고기를 먹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2149001359.jpg 출처: freepik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하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군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우리는 현재를 살면서 현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쉽게 말해, 지금 이 순간 즐기고 있는 음식과 와인에 관해서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한 이런 태도는 비즈니스 접대에서도 흔하다. 음식 가격이 비싼 식당을 예약하여 상대방을 대접하였을 뿐이지, 음식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비즈니스 식사 자리에서 접대자가 좋은 식사나 와인을 대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무거운 대화를 와인과 음식이라는 주제로 쉽게 풀어 나가기 위해서이다. 와인은 그 자체로 대화의 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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