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바둑이의 죽음은 내 기억 속 첫 죽음이다.
까마득한 옛날 일이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이후 아줌마는 언니와 나에게 아이스크림 한 개씩 사줬다.
내가 그 아이스크림을 먹었는지 버렸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린 마음에도 이게 고작 죽임에 대한 사과의 표시인지 헷갈렸던 기억은 난다.
내가 할 수 있는 복수는 아줌마를 만나면 눈을 흘기며 속으로 '살인자'라고 말하는 일이었다.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동네에서 아줌마를 만나면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때 받은 그 아이스크림은 아줌마가 보는 앞에서 바닥에 버렸어야 했다.
그렇게라도 나의 슬픔을 표현했어야 했다.
바둑이를 세 번이나 떨어뜨릴 때 하지 말라고 소리쳤어야 했다.
바둑이가 죽었을 때 울며불며 난리 쳤어야 했다.
바둑이가 죽은 일 보다 아줌마가 바둑이를 죽인 일 보다 내가 나를 표현하지 못하고 속 마음을 죽이며 살았던 어린 시절이 더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