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조용한 시골, 사프란볼루로 - 사프란볼루

by 윤혜정
사슴남매여행기1 copy.jpg

* 누나의 일기.
2005/11/29
어제 사프란볼루에 도착했다. 사프란볼루는 우리나라의 한옥마을처럼 엄~청 오래된 터키 전통 가옥들이 많이 보존되어있는 곳이다. 아주 조그마한 마을이라 이스탄불이나 카파도키아에 비해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방문하는 것 같진 않다.

11_29_01_scenowin.gif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로 가는 길. 아침에 출발했는데 벌써 어둑해졌다. 밤 늦게야 겨우 도착!

어제는 정말 미친 짓을 한 것이었다.
이스탄불에서 사프란볼루 까지 8시간이나 걸리는데 낮버스를 탈 생각을 하다니.
비행기에서 그렇게 멀미나고 된통 당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터키의 고속버스는 정말 훌륭했다.
터키는 고속버스 시장이 엄청 큰 나라라고 한다.
꼭 비행기 승무원처럼 버스에도 서빙하는 보이(?)들이 있다.
장거리 버스에는 음료수랑 빵을 주는데 음식이 나오기 전에는 레몬오일 같은 걸 손에 뿌려준다.
손을 닦으면 금방 휙~하고 증발하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오일이 아니라 알코올 같다. 흐흐흐

어쨌든!! 8시간을 버스에 갇혀서 사프란볼루에 도착했다.
버스터미널에는 사람한명 없다;;
300년된 전통가옥 바스콘슈펜션에 전화를 하면 픽업하러 나와 준다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인상도 아주 푸근하고, 바스콘슈펜션의 유명한 ‘야스민’도 상냥하니 좋다.

11_29_02_scenowin.gif 아,, 이사진 나 너무 바보같이 나왔다;; 그래도 야스민 나온 사진은 이것 뿐이라서..--+

마침 도착한 시간이 저녁 먹을 시간이라서 바로 짐을 풀고

바스콘슈펜션의 어머니가 해주는 저녁을 먹었다.
조그만한 부엌에서 먹는데, 이스탄불과는 180도로 다른 가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우리보다 먼저 머물고 있던 일본남자애 두 명과 함꼐 저녁을 먹었는데,
'그녀석'을 보더니 몇 살이냐고 묻는다.

'그녀석'이 12살이라 했더니,, ‘오오--!!!!!’ 이 한마디 한다;;

난 ‘야스민’이 나보다 언니인줄 알았는데,

(펜션 바로 도착해서 저녁 먹을 때 옆에서 많이 먹으라며 완전 동생처럼 대해줬다.)

동갑이었다;;

그리고 유부녀라니.
나중에 알고 보니 여행자들 사이에서 삼개국어 할 줄 아는 ‘천재’로 유명하더라.
비수기이긴 비수기인지라 친절한 야스민씨가 트리플룸을 더블룸 가격에 해주었다.
방도 완전 넓고 화장실도 딸려있고 시골 냄새나고 아주 살 맛 난다.

사실, 이스탄불 숙소에서 문제가 조금 있었다.
동양호텔 바로 앞 ‘메리수’ (메리.였나? 확실하진 않지만 어쨋건 비슷한 이름)에서 머물렀었는데,
거기 아줌마가 우리에게 가격을 잘못 가르쳐 준 것이었다.
화장실도 포함돼있지 않고 창문 열면 이상한 축축한 파이프가 보이는 것이
거의 지하실 같은 곳인 주제에 숙박비가 비싸서 기분도 별로 안 좋았는데 말이다.
(블루모스크 뒤쪽엔 시설도 좋고 저렴한 곳이 많았지만 이스탄불 지리도 잘 모르고 밤늦게 도착한지라 조금 돌아다니다가 숙소를 못 찾겠어서 그냥 보이는 곳에 들어갔었다.)

체크아웃 하기 전 날 이제껏 숙박한 숙박비를 알려줬는데, 거의 2/3가격이 더 붙어있는거라!!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영어 잘 못하는 아줌마는 (물론 나도 잘 못했지만;;ㅎㅎ)
설명도 안 해주고 계속 이 가격이 맞다고 우기셨다.
결국, 둘이 티격태격 하다가 그날 완전 젠장.인 기분으로 자버렸었다.
다음날 아침 주인아저씨가 설명해주길 아줌마가 단체손님 가격으로 잘못 말해줬다는 것이다.
결국엔 아주 조금 깎아주기만 하셨다.

이런저런 자잘한 일로 마음 복잡한 나에게 심심하리만큼 조용한 사프란볼루는 정말 천국이었다.
헌데! 일이 또 터지고야 말았다.
오늘 아침 상쾌하게 일어나 아침밥을 먹고 숙소 뒤쪽에 있는 흐르드륵 언덕에 올라갔다.
흐르드륵 언덕은 나무들도 있고 돌탑 같은 것도 있는 곳이었는데,
올라가니 마을이 한눈에 보이고 정말 가슴이 탁. 트였다.

11_29_03_scenowin.gif 하맘은 우리나라의 대중목욕탕과 같은 터키식 대중목욕탕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어떤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언덕을 관리하는 아저씨 같았는데, 다리가 조금 불편하셨는지 절룩 거리셨다.
그러더니, 나에게 입장료가 있다며, 50리라를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뭐?! 50리라??! 50리라면 얼마냐. 4만원이자나!!!’
동네언덕 한번 올라가는데 4만원이라니 말이 되나.
나는 그냥 '그녀석'과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곤 주인아저씨한테 물어봤지.
“흐르드륵 언덕 입장료 있어요?” 주인아저씨 왈, “아니, 없어요.”

‘허! 기가막혀. 내가 그럴줄 알았어’ 라고 생각하며 흥분한 상태로 다시 언덕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그 아저씨가 와서 입장료 50리라를 내라고 하셨다.
나는 한국말로 이렇게 말했다.
“아, 절루가!!”
그 다음부턴 말하지 않으련다;; 그냥 많이 흥분한 상태였다는 것밖엔.--;;;;
아저씨의 어리둥절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같이 언덕 관리하던 아저씨랑 둘이서 내가 ‘아, 절루가라고~!!’라고 했다며

억양까지 똑같이 흉내내던 모습도..;;

이 글을 읽으시던 분들도 좀 의아해 하실 것이다. 4만원?? 너무 비싸지 않나??
어찌된 일 인고 하니, 50리라가 0.5리라라는 소리였다.
지금은 화폐단위가 완전히 바뀌었겠지만, 그 때에는 화폐단위가 바뀌고 있었던 때라
아직 시골에서는 0.5리라를 50리라라고도 했던 것이었다. 그러면 400원;;
아니, 이런 부끄러울 때가.
아직도 '그녀석'은 그때 그 아저씨 너무너무 불쌍했다며 나를 부끄럽게 만들곤 한다;
여기까지 좀 민망한 에피소드였다.

사프란볼루는 정말 작았다. 한시간만에 마을구경을 다 해버렸다;;
가이드북에는 동물농장이 있어서 말도 있고 돼지도 있고 다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닭똥밖에 없었다--+
심심해서 낮잠도 자보고 밖으로 나와서 오전에 지나쳤던 다 스러져가는 그네와 시소만 있던 놀이터를 찾아 해맸다. 그래도 심심하더라;;

11_29_04_scenowin.gif 흐르드륵 언덕의 건너편 언덕;; 그 일 이후 다시는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터키의 아이들. 귀엽다!!

사프란볼루 마을 중심엔 자그마한 하맘(우리나라 대중 목욕탕)이 자리잡고 있다.

'그녀석'과 나는 성별이 다른 남과 여라 같은 탕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녀석' 혼자 잘 할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목욕탕에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얼마나 살았다고 ‘이게 바로 사는 맛이지!’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터키의 하맘에 들어가면 라커열쇠를 주지 않고 침대 하나 들어가는 방의 열쇠를 준다.
그 곳에 옷과 물건을 보관하는 것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나라처럼 ‘탕’이 있는게 아니고 가운데에 커다란 대리석이 있다.
대리석은 우리나라 온돌처럼 뜨뜨~하니 거기에 누워있으면 잠이 솔솔~
(사실, 대리석 위에 누워있다가 살짝 졸아서 '그녀석'을 마냥 기다리게 할 뻔 했다.)
서둘러 나와서 보니 '그녀석'이 기다리고 있어서 같이 숙소로 돌아왔다.

돌아와 저녁도 먹고 아랍식 전통 게임 ‘백’도 주인 아저씨한테 배우고,
오래간만에 인터넷도 하니 기분이 좋다.

아~여긴 조용하고 좋지만 너~무 심심하기도 하다. 다음날 체크아웃 해야지!!


* '그녀석'의 일기.

는 없다;; 이때부터 '그녀석'의 일기는 띄엄 띄엄 이다.
아들내미 공부시키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쓰라고 일렀건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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