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나의 일기
2005년 12월 8일
핫산이 그랬다.
터키 사람과 한국 사람들은 참 비슷한 것 같다고 말이다.
사람사이의 ‘정’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안다고 했다.
서로 얘기하고 함께하고 정들어서 헤어지는 여행객을 위해 문 앞까지 나가서 인사하고
그것도 아쉬워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고 했던가?
'그녀석'과 나도 그렇게 작별 인사를 받으며 안탈야로 떠났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받았건만.
안탈야에는 환영해주는 이 한명 없었으니..
배낭배고 20분을 돌아다닌 결과 겨우 찾은 라자르 펜션 마당엔
이상한 일본인이 도끼눈을 하고는 오렌지를 먹으며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아! 안탈야에는 오렌지가 많아서 거리에 있는 오렌지를 그냥 따다 먹을 수 있다고 했지’
그런 도끼눈을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니.
먹을 거에 목이 말랐던가 아니면 여행으로 단련된 정신 덕분이리라.
라자르 펜션엔 도끼눈 뿐만 아니라 아디다스 모기들도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려면 핸드폰 알람 3개는 기본에다가 한 개는 꼭꼭 숨겨놔야 겨우 일어나는 나지만 최고의 알람은 역시 모기소리이다;;;
나는 침낭 안에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까지 모두 파묻고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겨우 잘 수 있었지만,
'그녀석' 은 하룻밤 사이에 20방이 넘게 물려버렸다. 뜨아;;;
휴식공간엔 주인아저씨의 게임 전용 컴퓨터도 있고 tv엔 kbs가 나오고 있다!!
주인 아줌마는 오렌지를 가져다 주신다.
아아. 여기엔 없는게 없구나. (여행자들 빼고...;; -->도끼눈도 딴데로 가버렸다)
터키에 와서 참 많이 하게 되는 말이 있다.
바로 ‘가르데쉬’.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는데 대충 눈칫밥으로 때려 맞춰보니 아무래도 ‘남자형제’라는 말인 것 같다.
'그녀석'과 앉아있으면 터키 사람들은 '그녀석'을 가리키며 나에게 ‘가르데쉬~?’하고 묻는다.
그러면 ‘yes' 라고 대답하면 끝.
하지만 어쩔땐 ‘no. 가르데쉬.’라고 말해야할 때가 있다
‘가르데쉬가 아닙니다’가 아니고 ‘아니요. 가르데쉬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동양인들이 서양인들의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듯이
서양인들도 동양인들 나이를 가늠하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가 보다.
사람들이 우리 둘의 관계를 추측하는 걸 보면 너무 황당할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그녀석'을 남동생으로 생각하지만 남자친구나 남편이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린 '그녀석'을 보고 남자친구라 함은 나를 젊게(?) 본다는 말이고('그녀석'을 늙게본다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남편 이라 함은 '그녀석'을 늙게 본다는 소린데(나를 젊게 본다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나이엔 대체로 결혼을 안하니 '그녀석'을 늙게 본다는 소리겠지??;;) 기분이 좋아야 할지 나빠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이다.
기분이 좋습니다~ 기분이,,,, 나쁩니다.;;;
가장 황당한 경우는 바로 오늘의 경우인데,
안탈야의 영화관에서 해리포터를 볼까 고민하다가 배고파서(고민하니까 에너지 소모가;) 들어간 영화관 옆 스파게티 집이었다.
'그녀석'이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에 음식이 나왔다. 이때 종업원이 하는 말.
‘where is your son?'
'으...응???‘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내 피부가 벌써 그렇게,,,그,,그런가??
뭐........ 터키에서는 결혼을 일찍 하고 아이도 빨리 낳나보지. 라고 혼자 심심한 위로를..
어쨌건 그 뒤로도 ‘no! 가르데쉬’ 라는 말과 ‘yes! 가르데쉬’라는 말을 달고 다녀야 헀다.
생각해보니 안탈야는 여름엔 휴양지로 꽤 유명하다고 했다.
‘나나나나나나~’ 포카리 스웨트 씨에프에서만 보던 그 지중해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저기 저~쪽 절벽 하나만 넘으면 해변가가 나올 것 같은데.. 하면서 걸어간게
땡볕에서 1시간을 걸은 꼴이 돼버려서 해변가에 도착하자마자 물에 발 담그고 한숨 푹~자다가 와 버렸다.
긴팔 입는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정정하신 터키 백발 할아버지들은 수영팬티 하나 입으시고 신나게 수영하셨다.
그앞에서 어린애 두명은 힘들다고 물에 발만 담그고 대자로 뻗어 자고있는데 말이다.
↑ '그녀석'은 그 안빨아서 냄새나는 양말을 소금물에 3번이나 절여 버렸다;
빨래하기 싫은데 빨래는 해야하고..
그렇게 해서라도 빨고 싶었을꺼다 --;;
지중해의 자갈은 정말 보들보들하고 따뜻하다.
누워있으면 잠이 솔솔-
* '그녀석'의 일기
일기는 없다..
'그녀석'의 요즘 일과는 이렇다;; 잠만잔다.
'그녀석'의 이 모습은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옷도 벗지 않고 그냥 쓰러져 자고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