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라디오 오프닝_34
며칠 전 장수말벌을 봤어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말벌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무지막지하게 커서 보자마자 장수말벌이란 걸 알아챌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 큰 몸집을 보고 있자니, 예전에 장수말벌이 꿀벌 떼를 습격하는 끔찍한 이야기를 들었던 게 문득 생각났습니다.
사실 몸집으론 상대도 되지 않지만, 공격받는 꿀벌도 참지 않는대요. 수백 마리 꿀벌이 장수말벌 한 마리에게 달려들어 날갯짓합니다. 벌은 온도에 약해서 날갯짓하며 온도를 끌어올려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거죠. 그렇지만, 이 공격에 참여한 꿀벌들은 일주일도 채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벌집 안에 있는 다음 세대를 위해 수백 마리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거죠.
참 잔혹한 생태계다 싶었지만, 장수말벌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자식들에게 꿀벌 유충을 가져다주기 위해 다른 벌집을 탐하는 거였던 거죠. 이런 걸 보면- 인간이나 동물이나, 심지어 곤충마저도 소중한 누군가를 지켜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쳤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하는 밤, 6월 25일 일요일의 굿나잇 레터였어요. 오늘의 첫 곡 라디의 엄마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