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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하나인 새들

2023년 라디오 오프닝_02

by 정윤
너는 왜 다리가 하나야?

어제 석촌호수를 걸었어요. 백로같이 몸집이 큰 새부터 조그마한 오리까지 여러 마리의 새들이 호수를 노닐고 있었는데 조금은 독특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


글쎄.. 백로들 다리가 다 하나인 겁니다. ‘응? 이게 무슨 일이지?’ 싶어 잠시 기다리며 관찰했더니 웬걸, 자기들도 발이 시린지 물 밖에 나와서 서 있을 땐 한 발은 깃털 속으로 쏙 집어넣고 한 발로 서 있다가.. 발이 좀 뜨끈해지면 다시 반대쪽 발을 깃털 안으로 집어넣고 데워진 발로 땅을 디디더라고요.

참나.. 겨울에 추위를 견디기 위해 살 궁리를 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구나 싶더라고요. 아무리 바깥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고 해도 겨울은 동물에게도 혹독한 계절입니다. 추위는 아무리 오래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거든요.

우리 삶에 찾아오는 추위. 그게 계절이든 내 삶을 힘들게 하는 무엇이든. 겪을 때마다 힘든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나의 시련과 고통, 아픔을 판단할 수 없죠. 겨울은 그저 추운 거거든요. 그럼에도 백로처럼 우리 각자의 방식으로 그 겨울을 이겨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은, 반드시 오니까요.​


지쳤던 오늘을 위로하고 다가올 내일을 응원하는 밤, 3월 5일 일요일의 굿나잇 레터였어요. 오늘의 첫 곡 띄워드립니다. 아이유의 겨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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