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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느 Oct 08. 2020

코로나 시대 주부생활 위기

강제 집콕 생활 그 이후



수십 년 동안 워킹맘으로 바쁘게 살다가 퇴직 이후 환상적인 자유인의 시간을 누려볼 예정이던 2020년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레는 시간이었다. 올 2월까지는 그래도 희망이 있었다. 이렇게 가 보는 집콕 생활도 괜찮았다. 평일 오전의 느긋함, 내 마음대로 써도 되는 낮시간의 자유와 이 밤이 지새도록 문화를 소비해도 늦잠이 허락되는 그 환상적인 시간의 바람은 작년 겨울까지로 해 두자. 초기의 마스크 전쟁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을 위해서 마스크 한 장이라도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집안에 가둔 나의 집콕 생활은 그동안 별로 아름답지 못했다.


잔인한 봄이 지나고 여름이 가면서 코로나 상황은 더 엄중해졌고, 전업주부로 취준생 딸의 매 끼니를 챙기면서, 옛 직장동료며 동네 친구도 마음 놓고 만나 볼 수 없는 처지가 되니 독서와 SNS 3종 세트(블로그, 인스타, 카페), 자기 계발, 취미생활로 꼭 붙들고 있던 내 인내심도 서서히 바닥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미뤄 둔 갱년기 우울증과 코로나 블루까지 겹쳐서 집안에 갇힌 가족과의 갈등도 심해졌고 사소한 언쟁으로 기분이 다운되는 날이 늘어났다.


유일한 내편인 남편은 코로나 이후 지역사회 감염을 피하여 집으로 오는 날이 뜸해졌고 서울에서 구직활동으로 교육을 받으러 다니던 딸은 전철 탑승을 두려워하더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집에 눌러앉아 버렸다. 대학생 아들은 일정을 당겨서 입대했고. 눈물을 훔치는 훈련소 앞 이별도 없이 훈련소 앞 길바닥에 까까머리에 모자를 푹 눌러쓴 아들을 내려놓고 오는 우리 부부는 황망하기 그지없었다. 면회를 갈 수도 없고 예정된 휴가를 나오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나마 휴대폰이 허락되어 아들과 틈틈이 연락을 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지역경제를 살린다고 지원금이 가정마다 지급되었을 때부터 이제는 더 참을 수 없어서 남편과 식당이나 마트를 조금씩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미루었던 동네 친구를 한 두 명 만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커피전문점에서 수다도 떨었다. 1일 1 꾸글을 하던 터라 말이 막힐 정도는 아니었으나 누군가와 장시간 대화한다는 것도 어색할 정도로 감금생활의 여파는 상당했다. 혼자 산책을 하고 명상도 해 보고 TV 앞에서 깔깔 웃어도 봤지만 역시 사람을 대면하는 만남이 사는 일의 가장 큰 즐거움임을 코로나 이후 실감하며 산다. 그 무엇보다 고립과 소외감이 사람을 황폐하게 만든다. 넘치는 나의 자유 시간에 집중과 생산력이 충만한 삶을 기대했지만 코로나 블루의 숨통을 틔워 준 것은 명절 이후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 지인과의 대면이었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코로나 블루~~ 이제 진행과정을 경험하고 보니 현명하게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그 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살지 말고 코로나 블루를 이겨내는 방법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첫째. 사소한 일에 화가 치밀 때 "이건 코로나 때문이야!" 하고 내 분노의 원인을 분석해 볼 것.


강제집콕생활로 감금되고 보니 가족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족들의 반찬 투정 한 마디와 사소한 생활습관에도 예민해지기도 한다. 작년의 나라면, 평소의 나라면 그냥 넘어갔을 일이라면 "이 건 코로나 때문이야!"라고 핑계를 대어 보자. 그러면 좀 더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예민해져 있기 때문에 집밖으로 누군가 나갔다가 돌아오면  털어버릴  있었던 감정의 찌꺼기가 집콕생활로 함께 갇혀 있으니  공간에서 계속 연장된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방문이라도 닫고 각자 조용히 휴식하고 마음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돌밥이라고 부르는 매 끼니를 현명하게 해결하자.


직장에서 점심을 해결하던 것과는 달리 매일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전업주부가 되고 보니 끼니 돌아오는 것이 무슨 시험지 받아 드는 것처럼 두렵고 짜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양한 반찬과 메뉴를 부르짖는 가족들만 원망하지 말고 식당 나들이, 외식업체, 반찬 구입, 밀 키트 등을 활용해서 내 손으로 다 해결하지 않으면 음식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집밥의 우월함 어쩌고에 현혹되어 살신성인하다가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은 우울증에 쓰러질 수 있다. 음식의 맛을 떠나서 집안 식구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끼니를 챙겨 주면 이런 수고로움에서 잠시 달콤한 휴식을 주부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셋째. 지나친 자기 계발을 지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 보자.


집콕 생활을 새로운 인생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유명인사들의 언택트 시대의 리부트에 몰두하다 보면 기대한 만큼 생산력이 따라주지 못하는 것에 자존감만 하락할 수도 있다. 스스로를 잘 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고 미션과 과제 수행에 지쳐서 번아웃이 되면 우울증이 더 깊어질 수 있다. 먹고사는 일이 아니라면 나도 모르게 와 있는 장기간의 격리생활 스트레스를 풀어 줄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여가시간을 채울 필요도 있다. 재택근무로 아이 돌보기와 업무를 같이 병행하다 보니 이중으로 일만 늘어나서 재택근무도 빛 좋은 개살구. 오히려 일은 일 휴식은 휴식이던 예전이 그립기만 할 터. 전업주부든 워킹맘이든 코로나를 이기려면 버티느라고 수고하는 나를 위로하는 시간부터 먼저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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