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질 때 나는 또 다른 세상으로 간다.

-SNS 체험 후기-

by 오느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도 불쑥 외로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예전에는 맥주 한 캔을 따서 TV를 켜 놓고 주로 예능을 보곤 했다. '나 혼자 산다', '아내의 맛' '삼시 세 끼 시리즈' 이런 연예인들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내가 느끼는 건 바로 이런 느낌. "그래. 다들 그렇게 사는 거야." 그리고 남편과 예전 추억을 들추거나 관련된 주제에 대한 내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풀곤 했다.


요즘은 내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여전히 변함 없이 편안한 이야기 상대가 되어주는 남편과 잡담을 나누거나 이번 주말엔 새로운 맛집을 찾아보자는 이야기로 조금씩 주말을 기다리는 일주일이 설레게 된다. 그런데 남편과 주말부부가 되고 나서는 홀로서기를 진짜 리얼다큐로 찍게 되었다. 이제야 나는 내가 어설프게 책에서 읽고 글로 쓴 다짐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어차피 오고야 말 미래이지만 홀로 나이 든다는 것은 지독한 외로움이 될 수 있겠다는 것!




그 와중에 나의 외로움에 도움이 되어준 것은 독서와 취미생활 그리고 SNS 친구다. 오래된 이웃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나이 들어가면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어 진다. 의미 없는 만남은 줄이고 좀 더 나다운 삶을 찾아보자는 것이 요즘의 내 모토이다. 알다시피 '독서'의 장점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간증이 있고 '취미생활'에 대해서는 이미 전작에서 언급된 터여서 그중 'SNS 친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친구라고 하면 여러 종류가 있다. 고향 친구, 학교 친구, 직장동료, 가까이에 사는 이웃 등... 왜 그중에서 SNS 친구를 새로운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선택했는가는 최근의 코로나 여파와 나의 집콕 생활로 사는 환경이 달라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겠다. 오프라인 친구를 주로 사귀어 본 내가 비교해 보고 나름대로 느낀 후기라고 하자.


나의 친구 그룹에서 제일 첫 장을 차지하는 고향 친구, 학교 친구에 대해서 먼저 말해 보자면 내가 대학 졸업 이후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부터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들과 작별하게 되었다. 고작 명절에 잠깐씩 볼 수 있을 뿐이었다. 역시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것을 절감했다. 서로의 속사정을 잘 알 수 있는 소통이 없었던 탓에 서로의 겉모습만 보고 쉽게 부러워하고 마음이 상하기도 하면서 이질감을 확인하는 순간 마음의 거리도 사는 곳만큼이나 멀어진다.


이미 가입한 상품이 있다는 이유로 자녀의 보험가입을 '담백하게' -그쪽에서는 냉정하게라고 이해하겠지만 -거절한 이후부터 갑자기 수시로 문자를 보내던 그 친구는 연락을 끊었고, 사는 형편과 가치관이 달라지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뜸해지고 사소한 언쟁으로 한참 동안 연락 없이 지내는 친구도 생겼다. 하루 저녁 맥주 한 잔으로도 풀어질 수 있는 일도 큰 서운함이 되어 마음 상한 사람들은 소원해지는 법이다. 슬픈 것은 오프라인에서 오랫동안 만난 관계는 온라인으로 무대가 바꾸어지지 않는다. 무대가 바뀌면 사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통의 창구가 많은 시대에 살면서도 어렵더라!



직장동료는 어땠을까? 이 건 직장을 다니고 있는 동안은 판단할 수가 없다. 우리의 우정이 어디까지인지를~ 직장을 완전히 그만두고 나서야 알았다. 우리의 튼튼하고 견고해 보이던 성도 그 일터 안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을!

일의 성격상 3~4년 만에 주기적으로 바뀌는 내 직장 탓에 같은 직장에서 쌓은 우정도 딱 유효기간은 그때뿐. 서로의 필요와 이해관계로 강화된 유대관계는 그 고리가 없어지고 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그러고 나면 1년에 한두 번 만나면 좋은 그런 지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퇴직하고 나면 그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부인해 봐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우리는 사실 서로의 일상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 친밀도를 높이는 방법은 서로의 일상에 다가가는 것인데 그 일상을 공유하는 순간 서로의 다름에 당혹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남의 일상에 다가간다는 건 대단히 특별한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일터에서의 나는 또 다른 가면을 쓰고 살았을 터. 우리는 그 가면을 벗는 것에 쉽게 동의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모쪼록 세상 어디서에서나 다시 만날 때 부담없이 만날 수 있도록 지금 당신의 일터에서 누군가에게 원망을 쌓지 말기를 바란다. 정말로 부질 없는 일이다! 흰 머리를 이고 그 때 나와 언성을 높이던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면 그 당혹감을 어쩔 것인가!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 승진도 인맥도 명예도 인센티브도 노년의 당신의 건강검진 결과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



그러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나서 1년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 계정 2개를 키우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 SNS에는 나름 절친이 한 두 명씩 생겼다.




그들과 찐 소통을 하는 것이 일상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데도 효과가 있더라~~ 내 오래된 이웃은 나를 이렇게 생각하겠지.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워킹맘 그러다가 그만둔 조금 한가한 중년 여인으로 알 터. 대화의 화제는 주로 누가 돈 번 이야기, 마음에 안 드는 자녀 이야기, 건강 걱정, 맛집 이야기,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맞장구를 치고 앉아 있어도 보지만 집으로 올 때면 가끔 공허하다. 그들은 대개는 독서나 글을 써 본 지 참 오래된 분들이다. 나는 쉽게 그들에게 독서니 SNS를 권하진 않는다. 그건 이 나이엔 특정 종교를 전도하는 것만큼 어렵다. 쉽게 남의 인생철학을 바꾸려 하면 관계에 금이 간다.


내가 절친으로 자주 소통하는 이들은 비슷한 공감대를 가진 글쓰기, 요리, 영어공부, 독서, 영화, 푸드, 자기 계발,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을 다른 채널에서 각각 만난다. 비댓으로 내밀한 노하우와 불편한 마음을 서로 토로하기도 하고 깔깔 웃어대기도 한다. 어떻게 웃느냐고~~ 그건 SNS로 소통을 해 보면 절로 알게 된다. 때로는 이웃 마실을 가서 그분의 글을 보고 오면서도 웃는다. 사람은 같은 색깔의 사람에게 끌리는 모양이다. "우와~~ 이 분도 이 대목에서 영감을 얻으셨구나 어쩌면 나하고 똑같을 수가!"




여기에 성별과 나이와 사는 곳이 아무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내가 집 밖을 나서면 나와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능한 사람은 대개 내 나이 또래가 된다. 젊은이들은 의례히 내가 '꼰대'일 거라고 기피하고, 나이 든 남자는 '남편'으로 족하고, 비슷한 또래의 여인들도 서로 이미 선택과 집중을 완료한 나이인지라 자영업 사장님이 아니고서야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진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것은 많은 체력 소모를 필요로 한다. 그럴 체력을 아껴서 내실을 다지자는 것이 그 나이에 삶의 지혜다.


SNS에서 글로 소통할 때는 이런저런 모든 치장과 가면을 벗고 곧바로 누군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몇 번은 여기서도 새로운 가면을 써 보려 할 수 있다. 그러나 글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은 맥락으로도 글쓴이의 마음과 성격을 읽는다. 불필요한 외모와 학력 성별 나이로 인한 편견이 없으니 안개가 사라지고 리얼만 남는다. 그래서 더 쉽게 그 사람이 보인다. 내가 말보다 글을 선호하는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누군가를 길들이고 나서 감당하는 고통의 시간이 비교적 짧다. "아닌가 봐~~" 생각이 들면 점차 왕래가 뜸해지고 서로 또 다른 곳에서 소통의 상대를 발견한다. 서로 원망하고 불만을 뱉어낼 이유가 없다. 여기선 그 만남의 기회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절친 이웃과의 댓글과 내 SNS의 공감 알림을 확인하면서 새롭게 관계를 맺고 싶은 분을 발견하기도 하고 찐 이웃이 된 분들과 소곤소곤 내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미뤄 둔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고 작은 칭찬에도 우쭐해져서 다시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한다. 그들이 함께 1일 1 그림을 시작하자고 하고, 내가 쓰는 북리뷰를 꼭 읽어 보게 된다고 한다든가 내가 쓰는 '원서 해설'에 관한 정보가 도움이 되었다고 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그것만으로 나는 아직도 내가 이 세상에서 뭔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지면서 오늘 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를 얻곤 한다. 혼자서도 언제나 괜찮아질 수 있는 방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만일 그대가 내가 있는 세상에서 외롭고 우울하다면 좀 더 넓은 다른 세상으로 가 보라고 하고 싶다. 당신에게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있다고!



만일 100세 시대 외로움에 대처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뭐냐고 묻는다면
'결혼'과 더불어 'SNS 친구'가 앞으로 상위 랭킹 3위 안에는 들 거라고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