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느 Jan 12. 2021

때늦은 고백도 유효할까요?

달달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원하지만 사고치기는 두려운 당신에게

드라마를 좋아하고 영어 리스닝까지 할 수 있다면 인싸어로는 개이득! 게다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만든 거라면 더 찾아보는 편이다. 생각없이 즉흥적으로 트렌드를 반영한 가벼운 대사와 단순한 구성은 가끔 눈살 찌푸리게 할 때가 있다. '볼만한 미드가 없을까?' 자주 뒤적이는 걸 알다 보니 지인들이 '요즘 뭐 볼 만한 거 없어?'하고 추천을 의뢰하곤 한다. 집콕생활 운동삼아 탄 실내 자전거 위에서 친구라도 될 겸 아이패드의 넷플릭스를 접속하는 당신이라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오늘같이 눈 내리는 날 감성 맬로 드라마에 빠져 보고 싶은 맘들과 달달하고 풋풋한 로맨스를 원하지만 사고 치기는 두려웠던 당신이라면 미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충분히 대리만족을 느끼게 할 영화이다. 제대로 사고를 크게 치고 그 혼란을 감당하느라 뒤죽박죽인 한 소녀의 경험담을 통해 때늦은 고백은 남자들에겐 어떤 기분일까 흥미로운 상상을 하게 해 준다.





이 영화의 장르는 하이틴 로맨스물이라고 보면 된다. 감독은 수잔 존슨, 라나 콘도어와 노아 센티네오가 각각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을 맡았다. 2018년 8월 17일에 처음 넷플릭스에서 출시되었다. 미드이다 보니 한국 드라마와는 달리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조금 뒤였던 것 같다. 대본은 한국계 미국인 제니 한의 동명소설 < 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제작한 작품이다.


 그녀는 한국계 뿌리임을 작품 속에서도 주저없이 당당하게 보여준다. 전통 명절인 설날 세배하고 세뱃돈 받기라든가 한국 마트에서 파는 요구르트 사랑, 블랙핑크의 노래 'Kill This Love'가 나오고 한국계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지만 외가쪽 식구들을 명절에 만나고  어머니가 자주 해 주던 한국음식을 일상에서 즐겨 먹는다.


제니 한은 이 영화의 넷플릭스 제작이 결정된 이후에 주연배우에 꼭 동양계를 캐스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백인여배우를 고집한 많은 제작사가 떨어졌는데 이 조건을 수락한 한 제작사가 남았다. 그녀가 그 회사와 계약을 고집하여 미국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에 동양인이 캐스팅되는 신선한 이변이 탄생된 것. 장면 곳곳에 그녀가 감수한 한국 문화의 향기를 알알이 찾다 보면 라라진의 가족이 전혀 낯설지가 않고 주인공의 로맨스도 적극 응원하게 된다. 마치 한국이모가 된 심정으로~~♡


실제 주연을 맡은 라나 콘도어는 미국 가정에 입양된 순수베트남 출신이다. 오히려 동생인 키티가 백인과 동양계의 혼혈이라고 한다. 미국인들에게는 한국인이나 한국계 혼혈이나 별 차이 없어 보였겠지만 그래서인지 한국 사람인 내가 느끼기에는 어딘가 순수 동남아 소녀 같은 외모였다.


 아마 한국 사람들이 이 책을 TV물 미니시리즈로 만들었다면 주연배우는 아이돌 스타 중에서 엄선하여 미모는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귀여움도 배가시켰을 것이다. 물론 소설 속에서 느꼈던 당차고 야무진 내향적인 소녀의 발랄함한 면모를 주연배우가 잘 소화한 듯하여 그럭저럭 영화는 만족이었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주인공 라라 진(Lara Jean)은 고등학교 3학년 16살 소녀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미국계 아버지 대니얼(Danial)과 한국인 어머니 이브 송 (Eve Song) 사이에서 태어난 세 딸 중 하나. 위로 언니 마고와 여동생 키티를 두고 있으며 베이킹을 좋아하고 식구들을 잘 챙기는 스타일로 운전에는 영 젬병인 전형적인 집콕 소녀.


라라 진의 유년 시절 친구이자 라라 진의 편지 주인공 중 한 명인 피터(Peter)가 남자 주인공으로 나온다.  라라 진의 절친 여자 친구인 크리스(Chris)는 담배도 피우고 거리낌 없이 익명의 남자들과 어울리는 편견에 아랑곳 않는 자유로운 소녀이다. 라라 진의 유년시절 친구이자 피터의 전 여자 친구인 젠(Gen)은 화려한 외모의 인기녀로 라라 진과는 소원한 관계이다.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미련이 남아 라라 진의 늦은 연애를 방해하는 전형적인 로맨스물의 여자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이다. 라라 진의 언니 마고(Margot)는 라라 진의 짝사랑 상대였던 옆집 소년 조시(Josh)와 2년 사귄 커플로 책임감이 강한 모범생으로 지내다가 대학 진학 이후 집을 떠나며 남자 친구와도 결별한다.


영화의 서두는 제니 한이 모자상자 속에 꽁꽁 숨겨놓은 그동안의 남자 친구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갑자기 발송되어 버리는 해프닝으로 시작한다. 그중 가장 큰 비밀은 그녀가 현재는 언니의 남자 친구인 옆집 오빠 조시에게 몰래 연심을 품었던 것이 편지 발송으로 들통나게 되었다는 것.


언니는 대학 입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둘 사이는 다소 서먹해진 상태지만 서로 가족같이 지내 온 사이인지라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황망하기 그지없다. 이때 학교에서 느닷없이 그녀가 보낸 걸로 알고 있는 러브레터를 가지고 다가오는 피터를 덮쳐 먼저 키스를 하고 조시가 자신의 마음을 눈치챌 수 없도록 피터와 가짜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는 정도의 스킨십까지 허용해 주기로 한다.


이 가짜 연애 어떻게 되었을까?


언니의 남자 조시를 좋아한다는 걸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야!

진짜 사랑에 빠지다!


연애하는 척만 하기로 한 피터와의 데이트!

이제 매일 피터와 밥을 먹고 피터의 친구 들과 어울리고 피터와 예쁜 옷을 입고 데이트를 하고 모두가 그녀의 이 달라진 일상을 응원해 준다. 인기남 피터의 여자 친구는 존재감 없던 학교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전 여자 친구는 계속 밀어놓은 전 남자 친구와 그녀의 연애를 방해하는데 가짜연애인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방해에 불쾌하고 전전긍긍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뭐야? 이 감정?



 때늦은 고백도 당신이 하기 나름!!


라라 진의 때늦은 고백 사건은 알고 보니 귀여운 동생이 언니의 모태솔로 탈출을 위해 계획한 센스 있는 장난이었다. 그 덕에 수습 해프닝을 겪으면서 라라 진은 진짜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가 누군지 제대로 알게 된다. 여기서 전형적인 미국이들이 좋아하는 섹시한 스타일은 아니지만, 꽤 똑똑하고 스타일도 나쁘지 않은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한 번도 아무에게도 고백하지 않고 살았을까?


고 보면 마음 아픈 진실이 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등장하는 라라 진은 집에서 청소를 하다 뇌진탕으로 숨진 어머니를 잃고 티내지 않았지만 내내 무척 힘이 들었다는 사실! (이 영화에서 어머니의 죽음은 암울한 그림자나 비극적 슬픔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마치 성장의 과정처럼 좋았던 추억으로 한 번씩 꺼내 볼 뿐이다. 추억을 떠올리면서 누구도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그 점이 나에게는 새롭게 느껴졌다.)


내 인생에 많은 사람을 들여놓을수록 그들이 떠날 때 슬픔은 더 커질 거야!


그래서 어린 마음에 라라 진은 자기 마음을 꽁꽁 묶어놓고 살았다. 때늦은 고백으로 솔로 인생 부흥기를 맞이하는 소녀! 수습하다 보면 진짜 내 마음을 확인하고 달려올 사람도 있다는 것. 소심한 여자들에게 은근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져 준다.


이 영화의 리뷰를 찾아보니 이런 미국인의 후기가 있었다.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이 TV에 등장하는 것을 자랄 때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는 이야기. 하이틴 로맨스 주인공에도 아시아인이 캐스팅된 것을 보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젊은 세대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어서 기쁘다고 한다.  백인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어도 충분히 여자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아름답다는 얘기도...


When I was growing up I never saw anyone that looked like me in TV. So happy the younger generation Asians will not have to experience this. She is beautiful too!




이 영화에 나온 대사 중에 여러 사람의 마음을 적셨던 대사!

I like me better when I'm with you. (너랑 함께 있을 때의 내 모습이 더 좋아!)

이런 걸 우리가 진짜라고 한다. 달달한 연애를 꿈꾸는 십 대들에게 아직 나의 반쪽을 찾는 싱글에게 이제는 내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에게 이런 마음이라면 True love를 찾았는지도 모른다. 때늦은 고백 너무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찾아보시도록! 요즘 청소년들은 어떤 연애를 할까? 어떤 데이트를 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궁금증도 해결하고 꿈많은 여고생의 학창시절 이야기도 국제 결혼한 커플들의 아이들이 어떻게 미국에 뿌리 내리고 이국 땅에서 사는지도 재미있다.


만일 편지만 써 놓고 발송 못한 소심한 샤이소녀라면 사랑의 큐피드를 기다리지 말고 마음을 직접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엔터키만 누르면 된다. 때늦은 고백도 당신이 수습하기 나름이다. 아무것도 저지르지 않는 지루한 평화보다는 저지르고 나서 감당하는 모험을 선택할 용기가 생긴다면 이 영화가 당신에게 인생작이 될지도! 까짓 어차피 집콕소녀였던 것 안 되어도 본전이니까!



https://youtu.be/555oiY9RWM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