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친테퀘레'로 떠났는지 묻는다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저 우리들만의 세상에서 좀 더 행복하고 싶었을 뿐이다. 누구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 각자 원하는 이름 하나로 나이도 성별도 학력도 소유도 그 어떤 것도 우리들을 줄 세우는 것이 없는 평등한 곳에 우리들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친테퀘레' 는 그런 우리들끼리 만든 언택트 세상이고 나는 그 메타버스에 탑승하여 이 마을 아트센터에 '오느의 아트숍'을 입점하기로 했다.
<아트 센터>
<디지털 명함>
지금 나는 빈 손이지만 여기서 내게 필요한 건 자영업자의 열정과 신용, 디지털 이미지 창조 능력만 있으면 되니까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세상의 경력과 디지털 세상 마을 이미지 건설의 공을 인정받아 발전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다음은 우리 블로그 마을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가면무도회의 비하인드 스토리이다. 요즘 우리 마을 사람들은 그 날 돋보일 화려한 의상을 고르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면무도회 준비에 한창이다.
사실 블로그 마을 최초 가면무도회 개최를 두고 마을 발전 위원회에서 진지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 마을 주민들의 단합을 도모하면서, 블로그 마을을 제대로 알리고 관광객들을 유치하면서 티켓 판매로 마을 발전기금을 조성하려는 것이 이번 거사의 핵심이다. 지역 예산으로 마을이 운영되는 만큼 외부에서 유입인구가 계속 늘어가야 한다. 세금이 곧 마을 운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마을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짚어보고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가면무도회였다.
우리 마을의 고민 중에서 가장 심각한 건 젊은 사람들의 집콕 증후군. 도무지 밖에서 사람을 만날 줄을 모른다. 2년 전 코로나 이후 예방주사가 효력을 발휘하고 집단감염의 공포는 사라졌지만 ~~ 그때 놀란 가슴에 여전히 사람들은 대면접촉을 꺼리게 되었다. 밖에서 이성을 만나봐야 사는 재미도 알고 결혼하는 커플이 늘어야 경제활동인구가 늘 거 아닌가?
우리 마을에 제일 먼저 청소년 및 아동 풀장과 놀이공원, 아트센터를 개장하고 책방과 음악교육, 외국어, 요리 레슨, 공예교실, 도서관 등의 전문기관이 속속 들어서서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젊은 그들을 위한 만남의 장이 아쉽다. 뭔가 좀 자연스럽게 만남의 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대로 가다가는 향후 10년만 지나면 우리 친테퀘레는 도시 건설 10주년에 실버타운이 될지도 모른다. 연금은 강 건너갈 것임이 뻔할 터!
그저 자기 방에서 혼자만의 게임 세상에 몰입해 있을 뿐. 청소년들도 운동도 하고, 춤추고,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없으니 늘 집에서 꼰대라고 부모에게 대들거나 사이버 세상에서 떼로 몰려다니면서 허술해 보이는 아이에게 욕을 몰아주다가 사이버 폭력 가해자로 부모들을 학폭위원회에 쫓아가게 만들고 이래저래 골치만 찌끈거리는 것이 요즘 중년 부모들!
미래 없는 청년만큼 의욕 없는 그들의 40 50 부모들의 속도 타 들어간다. 빈곤과 가치를 쫓으며 매달려 다녔어도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있지 않았느냐고 소리치는데 농경사회ㅡ산업화ㅡ지식정보화시대를 거쳐 인공지능 밀레니엄 시대까지 평생을 조직에 적응하고 사느라 '나는 꿈도 사치였다'라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게 생겼다. (나도 내 인생 찾고 싶다! 나도 꿈이 있었거든! 지금까지 나를 위해 과연 뭘 해 줬는지 후회막급!) 그래도 입 다물고 살아야 한다. "그게 자랑은 아니잖아요" 돌아오는 말이 비수처럼 아플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거라고 추천할만한 든든한 업종이 없어지게 생겼으니 매일 신세상을 경험하는 판에 뭐 잘난 척 훈계할 수도 없게 된 듯! 밥 먹여주고 잠자리 제공을 무료로 해 준다고 더 이상 존경받던 부모 자리는 지나간 것이다. 과년한 자식에게 "결혼은 언제?" 하냐고 물었다가는 "생활비 보조에 전세자금 몇 억 해 줄 수 있느냐?"는 폭탄을 맞아야 하므로 가능한 서로 예민한 부분은 언급 안 하는 것이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비결!
이래저래 세대갈등과 성별 고립과 갈등만 늘어가니 그 돌파구로 유럽 문화 감성이 숨 쉬는 우리 블로그 마을에서 가면무도회를 계획한 것. 알고 보면 이건 우리 마을의 향후 10년 이상을 끌고 갈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이 가면무도회에 드레스를 입을 거라고 한껏 꿈에 부푼 아낙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 역시 생전 처음 보는 드레스를 입어본다는 기대에 살짝 부풀어 있지만~~ 발전위원으로 행사 진행을 위해 아마 캐주얼한 복장으로 갈아입어야 할 것 같다. 촌장님과 마을건립위원회의 주요 브레인들은 입구에서 발전기금 접수처를 운영하고 나이 불문하고 미혼남녀들이 적극 이 무도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기로 했다.
왜 하필 가면무도회인가?
평소 비주얼에 자신이 없고 학교에서 크게 인기가 없었던 고등학생 로드릭이 가면을 쓰고 학교 축제 <복면가왕> 코너에서 오로지 노래만으로 학교 최고 인기남이 되고 실력을 인정받았을 때 뭘 좀 아는 사람들은 다 이 가면의 가치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
가면무도회는 다시 한번 젊은 층의 시든 감성을 깨워 주리라~~ 그들의 내면에도 진심이라는 길을 내리라~~ 사람이 얼굴을 가리면 자신이 느끼는 대로 믿게 되니까.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이 싫다고 가방을 던지고는 자퇴하고 시베리아 횡단 기차를 타겠다고 하여 걱정시킨다던 로드릭 ~~ 왜 하필 러시아냐고 물었더니 중국도 미국도 매일 TV에 나와서 잘난척하는 거 싫고 의외로 러시아 사람이 겸손하고 미인이 많다니 혹독한 날씨에 비전없는 세상에 대한 마음속에 타는 불도 끄고, 보드카 한 잔에 모스크바 거리를 셀카 찍고 다니다가 현지 예쁜 여학생과 썸씽이라도 생기면 금상첨화란다.
그러던 그가 복면가왕 이후에 지역 십 대 베틀 오디션에서 입상까지 하고 명성을 얻고 나더니, 마을 청소년회관 동아리방을 빌려서 춤과 음악 말고는 아무 흥미가 없는 순수파 비주류 친구들 몇 명과 빡세게 연습을 했고, 혈기 하나로 밀어붙여 지역 라이브 카페에 1주일에 1번 유료 밴드 출현을 확정 지었다고 한다. 매일 지하실에서 밴드 연습을 하는 아들을 보는 심정이 어떠냐고 했더니 사춘기 이후 아들과 눈 마주친 일이 없던 로드릭의 부모는 차라리 시끄러운 게 낫다고 돌아온 아들을 몹시 반기고 있다나! 가면무도회 초대가수로 선정되어 지금 맹연습 중이다~
독신 20 30 싱글남들은 피터님과 요원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언제 AI로 대체될지 몰라 뭔가 자기 계발이 필요하지만 계발자가 아닌 사람은 딱히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에라~~ 일단 돈부터 벌고 보자. 어디나 젊은 층은 투자와 부자가 되는 재테크 화제가 화두라고 한다. 이런 남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하여 이번에 비트코인에서 크게 재미를 보았다는 투자가를 급 섭외하여 무도회의 외부인사로 초빙했다는 후문이다.
소문에 의하면 비트코인을 급매매한 테슬라때문에 화가 난 젊은 투자가들이 향후 투자방향을 두고 갈팡질팡 몹시 혼란스럽다나. 테슬라가 그에게 비트코인을 대거 사들였다고 하니 이런 영향력이 큰 분을 어떻게 협상해서 이 쪽으로 방문하도록 했는지~~ 다시 되팔아 거액을 챙긴 테슬라는 그가 자신의 멘토라고 했다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도 오간다고. 역시 협상가 피터님은 믿을 만한 인물이다. 그가 요즘 집필하는 <사우디 집사>에 이 모든 스토리를 풀겠다고 하니 출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사우디출장 이후 자가격리 2주 때문에 본 행사에 참석 못 하게 된 피터님은 막후에서 거사를 지휘할 예정이다.
나는 이 거사에 독신여성들을 무도회에 적극 참여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그동안 눈여겨 두었던 싱글녀들을 일대일로 접촉하기로 했다. 우선 고전문학에 빠져 매일 퇴근하면 책 속에 빠져 지내는 40대의 줄리~~ 그녀는 당최 외출을 하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그녀를 알고 지내온 나로선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 고전문학에 정통한 나미님에게 그녀와 당일 동행을 부탁했다. 점잖은 로맨스 그레이든 연하의 멋진 작가든 꼭 한 사람 소개해 주고 빠지기로 했다. 결혼은 선택! 연애는 필수! 남친이라도 만들라고 부추겨 보려 한다. 선량한 시민인 그녀가 은퇴하고 혼자 쓸쓸하게 살 생각을 하면 지인으로서 걱정스럽다.
다음은 이제 갓 취업에 성공하여 세상 다 얻은 듯 한껏 꿈에 부풀고 자신감 넘치는 제인이다. 주말에는 원서와 영자신문을 탐독하며 초고속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려는 포부가 야무지다. 페미니즘에 공감을 높이더니 별로 이성교제에 흥이 안 난다면서 요즘 접근하는 남자들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남자도 남자 나름이므로 그녀의 의식세계를 좀 더 넓혀 줄 필요가 있다. 그녀에게는 재능 있고 패기 있는 젊은 아티스트 K를 소개해 줄까 한다.
K는 그 어렵다는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만으로 젊은 층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고 나서 보이스 킹 오디션에 PD로부터 프리패스 참가증을 얻었다고 한다. 밤호수 촌장님은 결혼 후 임대료를 최소 50프로 인하해주는 신혼부부 전용 소형 아파트 업체 관계자와 계약하는 일에 요즘 공들이고 있다. 그들도 무도회에 외부인사로 참여하여 이 커플들을 지나가면서 슬쩍 홍보 유인물을 돌릴 예정이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부정적인 요즘 젊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을 열어줄지 모르지만 시류를 모르지 않는 관계자들은 미혼 커플에게도 그에 준하는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넌지시 말한 바 있으니!
아~~ 그리고 이 여인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데 ~~ 저 자전거 뒤에 있는 장보기는 컨셉이고 사실은 국내 굴지의 제2 금융권의 상담실장이라고 한다. 요즘 가계부채로 고민이 많은 사람들에게 고금리 신용대출을 권유한다고 한다. 잘 되면 우리 마을에 저금리 가계자금과 대규모 계발 자금이 유입될 수도 있으니 결과에 따라서 득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므로 무조건 거리를 둘 게 아니라 무도회에 참석시켜서 그녀의 동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늘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날도 흐린데. 미용 컨셉이라기엔 뭔가 예리한 눈빛이 수상하다. 그녀는 속을 보이지 않고 사람들을 읽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아이고~~ 모태솔로인 이 대학생 마거릿은 학창 시절 내내 요러고 공부만 열심히 했나 본데 ~~ 작가가 꿈이라고 한다. 다락방에서 열심히 끄적거리고 있는데 핑크 로즈님의 책방에 데려가서 독서토론모임에 합류시켜야겠다. <호밀밭의 파수꾼>과 <위대한 개츠비> 등 틀을 깨는 책으로 다양한 사고를 경험시켜주고 싶은 참한 여학생이다. 아마 무도회 당일 '예쁜 애 옆에 또 예쁜 애' 걸그룹의 공연을 보고 나면 흥이 나서 걸그룹댄스를 배우려 들지 않을까 싶다. 차라리 그게 낫다. 젊은 시절엔 '책' 보다 '태양'을 사랑해야 한다! 이성보다는 가슴이 뜨거운 사람의 인생이 외롭지 않다. 땀도 좀 흘리고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살아있다는 즐거움을 매 순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드디어 무도회가 열리는 오프닝 현관에 불이 켜진다. 오늘 발전기금 접수를 맡아서 분주하게 움직일 위원들과 함께 가면무도회가 아무쪼록 기대한 대로 성과가 있기를 바라본다.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수고하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게 이치!!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걸 보니 외로운 영혼들을 이끌고 무도회장에 데리고 온 보람이 있는 듯 ㅎㅎ 줄리는 찾을 길이 없고 마거릿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다들 성인이니 집은 찾아가겠지.
내일 오후엔 행사장 정리며 결산을 해야 할 것. 역시 문화행사가 월 한 번은 있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이 집에 갈 무렵 가면을 벗고 서로 통성명하는 모습이 보인다. 악수 대신 가볍게 목례를 한다. 이제 포옹은 집에서 가족 간이나 가능해졌다는 것이 가끔 쓸쓸해진다. 맥주 한두 잔에 침 튀겨가며 옆 친구와 어깨에 손을 올리고 깔깔 웃어대던 학창 시절도 이제 아날로그 감성 영화에서나 만나보게 생겼다.
만약에 있을 안전사고에 대비 행사장 주변에서 수고하시는 지역 경찰관들에게 담요 한 장과 따뜻한 커피 한 잔 씩 돌렸다. 행사장 밖에서 배회하는 마을 청소년들을 집으로 일찍 돌려보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 청소년 귀가는 9시로 정했다. 역시 나미님과 핑크 로즈님이 함께 해 주어서 든든했다. 자율방범대를 조직하여 행사 안전 귀가에 협조해준 하늘 혼님도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