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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ug 21. 2024

오래 격조했습니다

일단 버려두고 버텨온 시간

 나의 일은 글을 쓰는 일이다. 캐나다에도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이고, 그걸로 먹고살고 있으며, 가끔 지역 문협에 글을 기고하며 살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사람에게는 취미로 다시 글을 쓰라는 것이 고역이다. 쉬는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도 글과는 정말 먼 무언가에 몰두했던 것 같다. 그래서 야심 차게 하키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글쓰기도 손 놓고 있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내 글을 보고 먼 곳에서 연락을 하신 분들이 있었다. 자제분이 하키 때문에 캐나다 밴쿠버행을 생각 중인데, 조언이 필요해서 연락을 하셨다는 것이다. 오지랖이 넘치는 내 성격상 넘어갈 수가 없어서 또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 설명하려니 말이 길어지고, 상대방도 이해를 어려워하고, 하지만 난 계속 설명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졌다. 이때, 내가 꾸준히 써둔 글이 있었다면 참 도움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그래서 다시 글을 작성해 봐야겠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무시무시한 트라이이아웃 기간이 도래해서, 마이너 하키가 딱 바빠지는 시기고 이것을 소재로 쓸 글들이 많아지기도 했다. 아마 전에 쓰던 글에 이어서 정리 후 다시 좀 더 나이가 많아지는 아이들에 대한 글을 쓸 수도 있겠다. 트라이아웃을 앞둔 부모의 스트레스와 무거운 분위기, 아이들이 느끼는 압박감 등등도 내가 아는 한은 다 적을 수 있으리라.


 물론, 우리 아이는 올해는 트라이아웃에서 벗어난 상태다. 어쩌다 보니, 마이너 리그를 떠나 사설 리그에서 활동하게 되었다. 그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에 한국에서 온 팀을 도와주러 대체 선수로 갔다가 운 좋게 좋은 팀에서 제안을 받아 이동하게 되었다. 이동까지도 여러 이야기가 있고, 또 사설 리그와 마이너 리그의 차이를 직접 경험 중이라 하루하루 신기하다.


 또 글을 잠시 쉬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마음고생 때문이기도 한데, 지난 시간 아이와 버텨내며 많이 힘들었고, 아이가 참으로 안쓰럽기도 했고,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했던 기간이 있었다. 슬럼프 아닌 슬럼프도 지났고, 하키를 잘하고 싶다는 아이는 그 마음을 먹은 순간부터 전자 게임을 관두고 오로지 하키에 몰두했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리고 하루 종일 하키만 생각하고 있어서 가끔은 일부러 떼어두려 노력도 했다. 그 이유는 또 너무나 한국적인, 너무나 전통적인 기존 사고에 기반한 것이긴 하지만, 현실적이라는 말로 포장해 어쨌든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운동보다는 책에 가까이 가는 것이 어떨까를 권했다. 그렇지만 강압적이지는 않은 수준으로. 자식은 뜻대로 안 되기 때문에 내가 강요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고, 걱정 어린 말로 설득하는 느낌이었는데, 어차피 결론은 실패다. 운동하고 싶다는 아이의 뜻대로 지금은 그냥 응원과 지원만 하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최근 한국에서 하키를 위해 캐나다로 오는 분들을 꽤 자주 만난다. 이곳에서 한국에서 온 어린 하키 선수들, 그리고 그 가족을 보는 것이 무척 반갑다. 또 나도 앞에서 언급했던 그 오지랖 넓은 성격 때문에 누군가 만나면 꼭꼭 아는 척을 한다. "한국분이세요?"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곤 하는데, 뭐라도 모국어로 같은 주제를 공유하는 것은 무척 즐겁고 기쁘다. 아주 가끔 내 글을 보았다는 분을 만나면 더욱 반갑다. 이번엔 제대로 써보리라. 하키맘으로서 캐나다에서 살아남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잘 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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