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트라이아웃
지금 사설 리그로 팀을 옮기고 나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트라이아웃(Tryout)을 다시 겪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트라이아웃은 대표팀(Rep)의 레벨에 따라 팀원을 뽑기 위해 치르는 평가 과정이다. 마이너 하키 리그에 있던 시절, 가장 힘든 것이 트라이아웃이었고, 가장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도 트라이아웃이었다. 그만큼 모든 부모와 선수들이 긴장하며 대비해야 하는 큰 의례 같은 것이다.
트라이아웃은 지역마다, 협회마다 다르기 때문에 딱 어떻다!라고 그 특성을 정의할 순 없겠지만, 아마 하키를 시키는 부모들이라면 나와 아이가 느껴오던 불안감에 대해 잘 이해할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매일매일 이메일 또는 팀 일정을 공유하는 팀스냅(TeamSnap)을 보며, 생존 여부를 확인했다. 이게 하루아침에 “자, 선수 정했다! 끝!” 이렇게 간단하게 끝나는 것이 아니었고, 매일 정말 큰 부담을 느꼈다. 하루하루 잘해야 하기 때문.
우리가 있던 협회에서의 트라이아웃은 팀이 완전히 정해지기 전까지 거의 한 달이 소요된 적도 있다. 코치의 마음에 드는 선수를 고르는데 시간이 꽤 걸렸었다. 대부분 몇 주 안에 마무리되긴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이렇게 아주 오랜 시간 지원자들과 부모의 피를 말리는 상황이 지속되기도 한다. 이때가 정말 싫었다.
보통 트라이아웃은 대표팀을 하고자 하는 지원자가 신청을 하고 트라이아웃 비용을 지불하면, 평가그룹을 임의로 나누어 기술 능력을 먼저 파악한다. 이때 기초 평가를 하기 위해 만드는 그룹은 정말 임의로 나눈다. 기억에 따르면 첫해는 이름의 알파벳 순이었고, 한 번은 지난해에 어떤 팀이었는가와 기록이 반영되어 그룹을 나누기도 했었다. 그러면 이 그룹을 코치가 아닌 평가단이 꾸려져 기술 평가를 한다. 이때 기술은 스케이팅, 퍽 핸들링, 패스, 슈팅 등 드릴 등으로 기초 능력을 주로 다룬다. 그리고 점수표에 점수를 매긴 후, 순서대로 워킹 그룹(working group)을 만든다. A1부터 A2, A3, 이런 식으로 숫자가 높아질수록 더 기술 능력이 낮은 그룹이다. 우리로 치면, 1군, 2군, 3군, 이런 느낌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워킹 그룹에 들어가면, 그때부터 직접 아이를 가르치게 될 코치가 아이들을 뽑는 진정한 평가가 시작된다. 워킹 그룹 전까지는 평가단이 기술 능력을 바탕으로 순위를 정한 후 그에 따라 그룹이 갈린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진짜 코치 픽이다. 코치가 생각하는 전략상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마음에 들거나, 잘하거나 어쨌든 코치의 마음에 따라 당락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매 연습 시간, 매 경기 코치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도 잘 듣고, 아무튼 잘하라고 신신당부한다. 그때마다 링크 밖에서 응원하며 바라보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의 모든 것이다.
나는 이 제도가 한편으로 무척 잔인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워킹 그룹까지 만든 후에 코치가 최종 결정할 때까지, 중간에 그룹에서 방출되거나 마지막에 잘리는 애들을 보면, 내 아이가 아닐지라도 마음이 좋지 못하다. 자기가 생각하던 팀에 들어가지 못하고 하루아침에 말 그대로 같이 운동하던 그룹에서 ‘잘려 나가는’ 것이라 처음 트라이 아웃의 이 제도를 접했을 때 생각보다 조금 놀랐다. 해당 트라이아웃을 경험하는 시기가 U11, 9살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경험하기에 좀 심하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도 익숙해지고 강해지더라. 아이보다 부모가 좀 더 상처받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아이는 다행히 워킹 그룹까지 갔을 때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없지만, 처음 트라이아웃 때, 같은 팀에서 함께 하던 아이들이 모두 A1 그룹을 만들었지만, 혼자 A3에 들어갔던 적이 있다. 대표팀(Rep)에 처음 도전했던 시기였는데, 당시에 아이는 하키에 관심이 많다거나 잘한다거나 하는 상태는 아니었고, U9까지 그냥 스케이트를 좀 잘 타서 잘하는 아이들과 같은 팀에서 어울리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혼자만 동떨어져 A3 팀이 되고 나서, 아이가 하루아침에 완전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결국 자신이 하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잘하고 싶어 하는지 이때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부터 나의 하키맘 라이프는 10배, 아니 100배로 힘들어졌다. 그냥 취미로만 생각했던 하키를 이렇게까지 열과 성을 다해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가끔은 시련이 발전을, 좌절이 희망을 불러오기도 한다. 첫 Rep Tryout이 우리에게는 그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