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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Oct 20. 2017

학교 시간표

BC생활기 7

#BC생활 7


도시락 때문에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하고는 있지만, 아이들이 생각만큼 도시락은 싹싹 다 먹고 오진 못한다. 그 이유는, 바로 시간 때문!


 대단할 것 같은 점심시간이 실은 엄청 엄청 심히 짧다.  약 20분 정도? 그래서 아이들이 항상

"너무 점심시간이 짧아요!"

라고 불만을 토로하는 중이다. 어쩌겠노? 여기 스케줄이 그런데. 여기 애들은 밥을 엄청 일찍 먹나? 아님 우리가 천천히 먹는 것인가? 만약 프랑스 사람들 왔으면 아마 말도 안 된다고 하지 않았을까?(아이러니지만 여기 공용어 중 하나는 프랑스어이거늘.)


어쨌든 덕분에 복잡한 것보다는 간단한 주먹밥류를 쌀 수밖에 없다. 한 입으로 빨랑 빨랑 후딱 먹고 오라는 의미로. 그리고 시간표 상으로도 한국보단 학교에 있는 시간 자체는 긴 편이다. 한국은 최근에 변경되어서 1시간씩 늘어난 것인데, 원래는 밥도 안 먹고 바로 왔었다.


그런데 이곳은 학교에 3시까지 있다. 물론 공부 시간은 또 아주 많이 없다. 대부분을 (뛰어) 노는데 할애하기 때문에 학교에 있는 시간만 길 뿐, 밥 먹는 시간도 짧고 공부시간도 짧은 편이다. 조금 우리랑 다른 느낌.


또 하나 다른 점은, 등교 준비에 있다. 학용품을 supplies라고 하는데, 이걸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물론 책가방을 사긴 샀는데, 떨렁 도시락 하나. 알림장 하나 있긴 하다.
알림장은 공용이라 학교에서 준 것으로.(우리나라 플래너같이 생긴 것을 준다.) 알림장에 뭐 써오면 사인해서 확인하고 준다. 아직은 숙제 같은 것도 없고, 그냥 Home Reading 하나 해오라는 것 전부다.


그냥 학교에 말 그대로 놀러만 다닌다. supplies는? 그건 그냥 학교에 있다. 심지어 이걸 사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준다. 난 '돈만 낸다.' 이건 좀 교육청 혹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른데, 지금 우리 애들이 있는 학교는 school cash online이라는 시스템으로 통장 입금하면 끝. 그냥 알아서 똑같은 것을 준다.


일부 다른 학교들은 리스트를 주고 사 오라고 하는데, 이게 무척 고역이다. 왜인고 하니, 리스트가 심히 꼼꼼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모나미 153 볼펜 0.7mm (적. 청. 흑) 1EA'. 이런 식의 리스트가 한가득이다.  사이즈까지 정확히! 그래서 구매하다가 머리에 지진이 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차라리 결제 띡! 이게 훨씬 편하다. 물론, 우리 아들은 학교에서 준 연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국서 가져온 연필과 샤프, 볼펜 등을 필통에 그득 담아서 가져간다. 말려서 뭐하노 싶어서 아직은 맘대로 하라고 둔다. 벌써부터 자기들의 개성이 중하다나 어떻다나 그러니.


어쨌든 나는 학교를 떠올리면 그저 도시락, 라이드, 도시락, 라이드, 도시락, 라이드. 이게 끝인 느낌이다. 엄마 입장에선 딱히 뭘 더 할게 안 느껴진다. 일단 책가방에 챙겨줄 게 없는지라.(도시락만!)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대적으로 부담을 좀 덜 느낀다.
한국서는 무언가 늘 불안함이 있었는데. 가서 잘 할까?라는 식으로. 그런데 여기서는 일단 해줄 게 없고. 만약 못해도 '우리 외국인이잖아. 그럴 수도 있지!' 아직은 이게 먹힌다.


고학년들은 좀 더 뭐가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또 우리 입장에선 '별로. 훗!'이런다고 하더라.


실컷 놀아서 아이들은 '캐나다 학교가 더 좋아요.' 이런다.
당연 지들 입장에선 맨날맨날 노니깐 좋겠지. 하지만 엄마 입장에선 마음은 어쩔지 모르겠는데, 일단 캐나다는'엄마의 무덤'이다. 요리실력과 살림 실력만 미친 듯이 느는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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