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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Feb 16. 2018

밸런타인데이로 소외를 돌아보다

난 또 왜 다 만드나 했다

아이들이 양손 가득 친구들과 선생님께 받은 초콜릿이며, 카드 등을 들고 왔다. 서로 그냥 즐기는 날이려니 하고 말았는데, 한 딸아이 엄마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준비하기 전에 '반 전체에게 선물이나 카드를 줄 거면 하고, 전체에게 주지 않을 거면 아예 아무것도 하지 말라'라는 걸 그 딸아이 엄마를 통해 들었었다. 당시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인데, 자세한 내막을 알고 보니 꽤 큰 뜻이 있었다.


밸런타인데이 선물 규정은 엄마들 사이의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가 정한 거더라. 이미 우리나라 가정통신문 형태로 agenda(알림장)에 넣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몇 해째 학교에 재학 중인 고학년 엄마들은 당연시하는 일종의 룰이더라.


우선, 난 종이로 된 공문의 존재는 아예 알지 못했다. 이유야 당연 아이들이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남아들과 같이 우리 아이들은 무척 번잡스럽고 산만하다.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즉, 저런 종이 공문은 종이 접기용 재료 내지, 낙서용 종이, 혹은 '그냥 종이'다. 이런 의미에서 딸 엄마들과 좋은 관계 형성은 여기서도 무척 중요하구나를 알았다. 거기나 여기나......(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훨씬 더 많긴 한데 차차 써보리라.)


어쨌든 누군가는 선물을 받고 또 누군가는 받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도 소외나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여기 학교 측의 생각이더라. 나도 이에 깊이 공감했다. 인기 많은 아이도 있을 테고, 조금 조용한 아이도 있을 텐데. 많이 받는 아이와 자연스레 비교되는 아이도 의기소침해질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아예 받지 못한다면 그건 더욱더 어린 시절의 큰 상처고 말이다.


그래서 이름까지 스펠링을 정확히 적어서 학생들 손에 쥐어줘서 보낸다. 선물이나 카드를 주면서 친구들 이름 적는데 어려움을 겪지 말라고. 물론 둘째 아이는 내가 직접 선생님께 받아서 챙길 수 있었는데, 첫째는 이 종이마저 학교 교실 어딘가에 두고 왔다. 결국 주는 사람만 적고, 아이들 인원수+선생님 수를 따져 만들어 보냈다.


하굣길에 모든 아이들이 가득 초콜릿과 사탕 선물과 카드 등을 들고 나오는 것이 참 행복해 보였다. 사실 엄마들은? 무척 힘들었다. 구매, 포장에, 때로는 꾸미기도 엄마 몫이다. 어린 시기에 어려서 즐길 수 있는 모든 혜택을 아이들이 누리는구나 싶었다. 우린 좀 힘들지만...... 그리고 이런 날에도 누군가의 소외를 걱정하는 건 참 배울만 했다. 낮은 곳의, 부족한 자의, 아픈 이들을 배려하는 것. 그게 교육의 하나이지 않나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 받아온 선물들. 일부(아주 많이) 먹었지만, 그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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