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C생활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Feb 21. 2018

게 잡이, Crabbing

적당히 잡아라, 나 요리 못한다

나는 사냥이나 낚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생명체를 잡아서 죽일 수밖에 없는 활동이다 보니 무척 꺼려진다. 신혼 초기에도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을 따라 낚시를 갔다가 기대도 하지 않았던 물고기가 낚시에 걸려 기겁을 했던 적이 있다. 바로 놓아주긴 했지만, 아가미에 걸린 낚싯바늘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엄청 들었었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낚시는 좋아하지 않는 활동 중에 하나지만 남편가 아이들이 즐거워하니 어쩔 수 없이 종종 따라가긴 한다. 게다가 첫째가 진짜 동물을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는 감정이 동물을 보호하고 아끼는 마음인지 그냥 같이 노는 게 재미있는지는 아직 잘 구별이 가진 않는다. 그저 동물이 있는 곳에 가면 좋아서 가만히 있지 않으니 그려려니 하고 함께 있도록 노력한다. 물론 의미 없이 괴롭히려 들거나 하면 단호하게 막는 편이라 아직 동물들을 딱히 괴롭히려 드는 것은 본 적이 있진 않다.


이번에도 남편이 좋아하는 게잡이를 하게 되었다. 밴쿠버에는 낚시가 라이선스만 신청해서 발급받으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 신청도 간단한데 인터넷으로 신청하고 카드로 일정 금액을 결제하면 끝. 금액도 생각보다 비싸진 않더라. 옵션도 많고 낚시하기에 편리하게 잘 정비되어 있었다. 그중에서도 게잡이(crabbing)는 인기 있는 활동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게잡이에 필요한 물건들도 무척 쉽게 구입이 가능하고, 여러 팁들도 많더라. 동네 Canadian Tire에 갔더니 게잡이를 위한 갖가지 물건들을 팔더라. 큰 트랩도 있고, 던져서 잡는 반달 모양의 트랩도 있다. 주로 반달 모양의 트랩을 자주 던져서 잡는 것이 재미있는가 보다. 대부부의 사람들이 둥그런 트랩을 가져와서 던지고 잡아 올리고 하더라.


게들이 생각보다 많이 쉽게 잡히는 것이 좀 놀라웠는데, 이 게를 잡는 데도 요령이 있더라. 한국에서도 취미로 종종 게잡이를 갔던 남편이 한국식으로 생각해서 처음에 한국 마트에서 고등어를 사 와서 달았다. 주변에서 들은 바로는 닭 목뼈로 하라고들 하던데, 남편이 나름 노하우가 있겠거니 해서 두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한 마리도 잡히지 않고 고등어는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했다. 주변을 보니 모두 터키나 닭 목뼈로 잡고 있길래, 내가 근처에 있는 마트에 가서 터키 목뼈를 3개 정도 구매해서 미끼를 한번 바꾸었다. 그랬더니 바로 게들이 들어와 뜯어먹기 시작하더라. 즉, 그 후로 족족 게들이 잡혀 올라왔다.


"여기 게들은 한국이랑 다른가 봐. 역시 닭이나 터치 정도는 해야 먹네?"


우스갯소리를 하고 트랩을 던지는 남편의 손이 분주하다. 커다란 게들이 쉽게 잡히니 재미있나 보다. 그렇다고 잡히는 게들을 절대 전부 다 가지고 가면 안 된다. 엄격한 룰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 사람당 정해진 게의 수는 4마리다. 그 이상 가져가다간 크게 벌금을 낼 수 있다. 수게에 한해서 크기도 정해져 있다. 게의 크기가 기준을 넘지 않으면 무조건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게의 크기를 재는 자도 함께 구매를 해서 가져와 게잡이를 해야만 한다.


잡히는 게 종류는 Dungeness Crab과 Red Rock Crab인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게는 Dungeness더라. 이게 그렇게 맛있다고들 한다. 살도 많고. 반면 Red Rock은 살이 적고 맛이 별로라서 선호하지 않는다던데, 그래서인지 우리는 모두 Red Rock밖에 걸리지 않더라. 나는 게 요리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냥 보고만 있었다. 바다에서 저 멀리 게잡이를 방해하는 물개를 보며 귀엽다고 생각했다.


게 잡이의 최대 적은 물개인데, 얘가 트랩도 망쳐놓고 닭뼈도 훔쳐 먹고 그러는가 보더라. 우리한테도 가까이 왔다가 갔다가 하던데 무척 귀엽더라. 이곳 동물들은 사람들을 참 경계하지 않는다. 너무 귀여워서 남은 터키 뼈로 가까이 좀 더 부르고 싶어서 반개를 잠깐 바닥에 놓아두었다. 그리고 잠깐 짐을 정리했는데 갈매기가 휙 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갈매기도 진짜 크다. 약간 괘씸하긴 했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 멀리 날아가는 새를 잡을 도리가 없으니.


어쨌든 우리 4명이서 11마리 정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솔직히 이 중에 6마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준 선물이다. 4마리밖에 가져가지 못하니 잡아서 남을 주더라. 특히 아이들을 대동하고 간 우리들이 너무 어리바리한 외국인으로 보였나 보다. 여기저기서 마구 주는 바람에 7마리까지 받았다. 1마리는 탈출에 성공, 목숨을 구제했다. 난 놈이라 칭해줬다.


어떤 분들은 굴도 따러 가고 하던데, 이곳에서 수렵채집 활동이 쉬는 날에 할 수 있는 활동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적어도 남편과 아이들은 즐겁게 시간을 보내더라. 그래, 그거면 됐다.


"재미있었어?"


아이들이 너무 크게 '네!' 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귀가 좀 따가웠지만, 즐거워하니 나도 기쁜 마음으로 귀가했다. 근데, 요리는 어떻게 하지? 게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게 요리도 잘 못하는데. 지금부터 또 난제를 하나 풀어야만 한다. 흐음.  

먹이를 물기를 기다리는 중인 남편
게와 노는 중. 저렇게 노는 바람에 옷을 모두 손수 빨아야만 했다. 이곳에서 되도록 손빨래를 하는 터인데, 비린내 나는 옷을 그대로 둘 수 없어 고생 좀 했다.

*아이들의 얼굴은 자기 결정권이 생기기 전까지는 보호해주는 것이 나의 몫이지 않나 생각해서 모두 가리도록 했다. 언젠가 자신의 동의도 없이 올린 사진에 분노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똑똑한 바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