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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01. 2018

등단했다더라

의도한 건 아닌데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등단했다더라. 의도를 한 건 아니고 그냥 마감이 가까운 공모전이 있어서 제출했는데 당선되었다. 성격이 급한 터라 마감일이 멀찍이 남아있는 곳에 제출하고 기다릴 여유 따위 없어서. 가장 가까운 마감일이 명시되어 있는 곳에 내보았다. 그랬더니 당선. 감사. 

  

남편이 좀 아쉬워하더라. 좀 더 큰 곳이나 좀 더 유명한 곳에 제출하지 그랬냐고. 그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그런데 난 실은 등단을 하고 싶었다기보다는 무료하던 참에 나라는 인간이 글을 그래도 제대로 쓰나 점검받고 싶었던 마음 반, 도전 의식 반이었더랬다. 등단이라는 제도에 그다지 긍정적인 스타일이 아니라 그간 내가 작가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니와 무슨 자격증 시험처럼 통과해야만 작가가 된다는 말이 이해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입에 달고 살다시피, 나는 '아막드'(아침 막장 드라마) 작가가 인생 목표 중 하나란 말이다.  

  

작품성(?)을 논할 만큼 진지한 글에 관심도 없고, 그런 글을 창작해낼 깜냥도 안 된다. 나는 그것보다는 좀 더 '생산'에 가까운 글쓰기를 하는 편이라고 본다. 회사생활을 할 당시, 내 별명이 '팩토리'였는데 그만큼 글을 아주 빠른 시간에 거의 찍어내다시피 일정 수준을 뚝딱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양날의 검이다. 아주 빠른 시간에 글을 감쪽같이 써내는 반면 사유가 깊은 글은 전혀 체질에 맞지 않다. 아마 수필을 선호하게 된 이유도 그 때문이라.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 내 프로필에서 보듯이 나는 글을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 내려가는 것을 좋아한다. 

  

어쨌든 마감일을 며칠 안 남겨두고 있길래 그냥 쓱쓱 써서 제출했는데, 신인상이라고 척 쥐어주셨다. 감사할 일이지만 썩 감동이 깊지는 않다. 좀 더 깊이 사유하는 글에 대한 부족함을 알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나의 한계가 거기인가 라는 생각도 갖고 있기도 한데, 분야를 소설로 해야 하나 문득 고려를 해보게 된다. 지난번 문학상 시상식에서도 그래도 한번 소설을 써보라 권하시더라. 수필의 문체가 소설에 어울린다고 하시더라. 내 영혼을 갈아 넣어 글을 쓸 수 있을까 나에게 그런 바지런함이 있을까 잠시 생각해본다. 

  

어쨌든 수필로는 당분간 좀 더 글을 써보려 한다. 내가 하고픈 말이 다할 때, 그때는 진짜 도전적으로 소설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보리라. 생각해본다.  


나의 작업 공간에 함께 놓인 와인 한잔. 술을 즐기진 않는데, 가끔 마시면 글이 잘 써진다. (이러다 와인독에 빠지면 안되는딩.....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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