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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18. 2018

캐나다의 중국마을에 사는 한국인

중화 캐나다

  나는 캐나다 리치몬드(Richmond)에 산다. 리치몬드라고 하면 다들 제과점을 생각하곤 하는데, 전혀 상관없다. 그냥 이름이 리치몬드다. 물론 나도 지명을 막 들었을 때 별반 다르지 않은 반응을 드러내긴 했었다. ‘제과점 아니에요?’라고. 


 오히려 제과점이라기보다는 ‘Rich’ 몬드라고 부르고 싶다. 엄청나게 비싼 고가의 차들이 슝슝 다니는 곳이기도 하고, 집값이 천정부지로 급격하게 오르는 곳이기도 하니 말이다. 이 모든 것들은 당연 세계의 땅값, 집값 및 온갖 소비재 가격의 상승에 기여하는 나라, 중국의 영향이 단연 1등이기도 하고 말이다. 


  이곳을 일컬어 ‘거대 차이나타운’이라고도 한다. 원래 밴쿠버에 대거 홍콩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홍쿠버라고 불리기도 했었는데, 정확히는 밴쿠버라기보다는 이곳 리치몬드에 정착을 했더랬다. 1997년에 아편전쟁으로 100년간 영국에 귀속되었던 홍콩 땅이 중국으로 다시 반환되던 시기를 기점으로 불안에 떨던 많은 홍콩인들이 이곳으로 이주를 했다. 이때 이주하면서 이곳에 터를 잡았던 이유도 참으로 중화사상적인데, ‘용의 여의주의 형상’이라나. 그래서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위치라고 하더라. 처음 이 소리를 들을 때, ‘대체 여의주가 어디에 있단 말이야?’하로 의아해했는데, 지도를 자세히 보니 또 그런 것도 같다. 


자꾸 보니, 여의주라기보다는 불을 뿜는 용 같이도 보이기도

  지도상으로 보다시피 이곳은 밴쿠버 바로 남쪽에 위치해 있다. 밴쿠버 도심과 차로 20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좀 더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설명하자면, 밴쿠버 국제공항이 위치한 곳이 바로 리치몬드다. 지도상 붉은 곳 중 북서쪽에 뚝 떨어져 있는 곳이 공항이 있는 곳. 나는 뭣도 모르고 교통편 편리한 곳이라고 해서 리치몬드 북서쪽에 집을 얻어 살게 되었는데, 덕분에 비행기 소리도 밤낮으로 자장가처럼 잘도 듣고 지낸다. 물론 알고 계약했냐 물으면 ‘아니오’라 0.1초의 간극도 없이 말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 계약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곳인 줄 전혀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살지 않았으리라. 도대체 왜 공항을 주거 공간과 이리 가까이 두었을까 여러 생각이 들긴 한다. 


  초창기에 주로 홍콩에서 넘어와서 사람들이 구성이 되었다면 지금은 그것보다는 대륙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그래서 홍콩도 있고, 중국도 있고, 캐나다도 있는 조금은 독특한 느낌을 풍기는 곳이 되었다. 물론 홍콩과 중국이 똑같다고 생각한다면 잘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그 다름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다를 수 있기도 하다. 참고로 홍콩인들은 중국인들과 다르다고 선을 자꾸 그으려고 하고 중국인들은 꿈쩍도 안 한다. 중국과 홍콩에 대한 이야기는 차차 더 풀 수 있겠지만, 이 둘 사이에 미묘한 긴장관계를 알아가는 것도 퍽이나 재미있다. 친구들 중 다수가 홍콩, 중국인이다 보니 이게 자연스레 구분이 되고 이해도 되더라. 참고로 이 둘은 생각보다 잘 섞이지도 않는다. 


리치몬드 중심가에 있는 공공도서관 & 아트센터 정문에 있는 예술작품. 중국인 병사를 형상화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암묵적으로 모두가 중국인들의 땅이라 여기는 이유로 인해 처음 리치몬드에 간다는 말에 많은 이들이 꽤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이곳은 내가 의도해서 온 것이 아니기도 하다. 캐나다로 유학을 결정한 것도 무척 급작스러웠고, 준비를 하기에도 이미 시간이 충분치 않은 너무 늦은 시기였다. 다시 말해, 우리 아이들을 받아준다는 곳이 이곳 말고는 없었다. 다른 곳들은 이미 모두 꽉꽉 들어찬 상태였기 때문에 입학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리고 희한하게 중국인 많은 곳은 한국인이 없기도 하다. 어쩔 수 없기도 했고, 또 뭔가 한국인이 없는 곳에 모험과 신비가 가득할 것만 같기도 했다. 익숙한 곳에 가려고 해외에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기밖에 안 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중국인도 많고 참 좋네요.” 


  좋다고 말하는 나를 약간은 이상한 눈빛으로 보던 한 담당자의 당황스러운 눈빛도 기억에 있다. 이왕지사 선택의 폭도 없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해보려 했다. 원래 간단한 중국어는 좀 하는 편이기도 하고, 살면서 한 번쯤은 중국에 나가 살아보고도 싶었다. 게다가 잠시 거주했던 미국에서의 젊은 시절의 기억을 다시 한번 더듬고도 싶었다. 이 두 가지가 어설프게 섞인 곳이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었다. 물론 와보니 얼추 비슷하기도, 또 완전히 다르기도 한 것들을 경험 중이다. 일단 캐나다와 미국이 거기가 거기 아니가?라는 안일함에 대해서는 크게 반성 중이긴 하다. 그렇다. 솔직히는 잘 모르고 왔다. 그 덕에 이곳에서 하루하루 어메이징 앤 서프라이징 이벤트들을 겪는 중이다. 그리고 그걸 기록하던 것이 매거진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석사과정에서 질적 연구를 주로 했었고, 문화적인 특징들을 분석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새롭고 진기한 풍경들은 무척 감사한 요소들이다. 따라서 이곳에서의 경험이 실은 꽤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 경험들로 글을 쓰다 보니 꽤 여러 곳에서 상도 받게 되었다. 끊이지 않는 소재의 보고와도 같다고나 할까. 그 중심에 캐나다의 중국마을에 사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꽤 비중이 크다. 물론 중국인들의 덕도 아주 많이 크고 말이다. 거의 모든 일들이 이들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끔 나는 캐나다에 산다기보다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중국인들 사이에 산다고 느끼기도 한다. 


  전에 홍콩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리치몬드에 한해서는 제1 언어가 영어가 아니라 중국어라고 농담 삼아 나눈 이야기가 있는데. 찾아보니 진짜 맞긴 맞더라. 통계를 보니, 중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50%가 좀 안 된다. 인구로만 보면 거의 50%는 중국인이더라. 


  In Richmond, 44.8% indicated Chinese as their mother tongue, 33.1% indicated English, 3.9% indicated Tagalog (Pilipino) and 2.7% indicated Panjabi (Punjabi). (via.https://www.richmond.ca/)  


  이런 인구구성 덕분에 진짜 크고 작은 갈등 등이 있는데, 차차 풀어보겠다. 그리고 인구구성을 통해 보듯이 이곳이 얼마나 중국인들에게 살기 좋은 곳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원래 밴쿠버 도시 안에 다른 대도시의 차이나타운과 비슷한 모양새로 원조 차이나타운이 존재했다. 지금 그곳은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는데, 그 많던 중국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느냐? 어디긴…… 리치몬드로 다수가 넘어왔다. 더욱 크고 더욱 살기 좋은 세련된 도시란다. 그래, 살기는 썩 괜찮다. 한국인인 나에게도 말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는 전반적으로 공공 도서관이 참으로 좋다. 도서관 자체도 곳곳에 있을 정도로 많은 편이고, 사람들도 정말 자주 이용한다.


중국인들을 위한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 그런데 이 규모가 꽤 크다. 그래서인지 이용자들 다수가 중국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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