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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융이 Apr 19. 2018

극한직업, 엄마

이쯤 되면 자식이 아니라 웬수

 세상 극한 직업 중 하나가 엄마가 아닐까 싶다. 요즘 나는 무척 아픈 상태인데,  바로 아래 사진과 같다.


 목에 보조장치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침대에서 고꾸라져서 머리부터 수직하강. 목이 꺾이는 부상을 겪었다. 게다가 내 침대는 심히 높다. 또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서양식의 멋들어지게 높은 침대에 대한 로망이 있었더랬다. 이케아(이곳에선 아이케아라고 발음한다.)에서 산 멋스럽지 않은 가구를 나름 멋스럽게 해보겠다고 높이 올려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진짜 안 멋지긴 하다. 높기만 높은 우왁스러운 모습. 꽤 높게 만들어진 침대는 재보진 않았지만, 책상보단 높고 싱크대보단 낮은 정도. 여하튼 일반 침대보단 심히 높다. 거기서 떨어졌으니 진심 죽지 않고 심하게 다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상황이다.


 그것도 이건 아들내미의 장난으로 인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침대 끝에 누워있었는데, 큰 아들이 와서 장난을 치더라. 위험을 감지한 나는 '그만'을 여러 차례 외쳤으나, 장난기로 이미 충만한 첫째는 멈출지 몰랐고 돌진! 바로 나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뉴턴이 말한 대로 중력의 영향을 받아 자유낙하를 실시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몸이었으면 좋았으련만......... 머리가 공기저항을 덜 받았는지, 머리부터 수직강하를 시작했다.


 이때 나는 아인슈타인의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논리를 깨닫는 경험을 했다. 바닥으로 향하면서 중력의 중심에 다가갈수록 시간이 늘어지듯 천천히 흐르더라. 1초도 안 되는 시간이었을 텐데, 정말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더라. '이러다 내가 인생 하직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이들은 어쩌지?', ' 나 아직 더 할 일이 많은데......' 등등의 생각이 복잡하게 얽혀서 흘러가면서 결국 착지를 성공적으로 머리로 했다. 덕분에 목이 두드득 소리와 함께 꺾였다.


 그리고 대자로 뻗어 잠시 정지 상태였다. (역시 시간은 상대적이다. 나는 정지 순간이 아주 길게 흐른 듯했는데.) 너무 걱정이 되더라. 혹시 경추에 이상이 생기면 어쩌나, 신경 이상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 발가락부터 꼼지락 거려 보았다. 움직인다! 이때 잠깐 감동이 출렁이며 감사의 마음을 느꼈다. 그리고 손을 꼼지락 거리고 몸을 일으켜보는데, 목부터 등까지 심한 통증을 느꼈다. 그래, 다치긴 다쳤더라.


 아파서 엉엉 울고, 아들내미도 같이 울고......  몰랐다며 의도하지 않았다며 변명을 하는데 얄미운 마음이 어디 가나?


"나한테는 통해도 사회에서는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아. 네가 의도하지 않아도 나는 다쳤고, 하지 말란 것을 했으니 네 잘못은 분명해."


 싸늘하게 일갈했는데, 이게 뭐 자식인데 어쩌겠나 싶더라. 일전에도 첫째가 아주 어렸을 적 나를 크게 한번 다치게 한 적이 있는데, 부산 출장 전날 박치기로 내 눈퉁이를 밤탱이로 만들어두는 바람에 -물론 이것도 의도하지 않은 것인데- 꽤나 곤란을 겪게 했었다. 누가 봐도 가정폭력을 의심케 하는 상처였기 때문에 나는 가리기에 급급했던 터라 밤이던 낮이던, 실내던 야외던 무조건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다. 마치 연예인병에 걸린 좀 이상한 여자 내지 쌍꺼풀 수술을 갓 해서 가리고 다녀야만 하는 여자 정도로 보였으리라. 그런데 이때는 어리기라도 했지! 지금은 좀 많이 컸는데도 왜 이렇게 애가 와일드한 것일까. (잠시 눈물 좀 쏟고...... )


 게다가 다친 다다음날이 둘째 아이 생일이었데, 진짜 힘들었다. 이곳에선 생일잔치를 하지 않는 경우 종종 반 친구들에게 선물을 싸서 나누어주는 분위기더라. 특히 어린아이들일 경우 그러한데 첫째는 한국산 필기구를 했으니, 둘째도 해야만 했다. 첫째 때문에 다쳤는데 둘째 생일을 챙겨주지 않기도 좀 그렇기도 했고. 그래서 무엇을 할까 하다가 한국산 양말을 하기로 했다. 희한하게도 여기서 한국산 양말이 꽤 인기가 있다. 어디 가도 'Socks (Made in Korea)'라며 문구를 달아 파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피카추 캐릭터-이건 일본 캐릭터지만- 한국산 양말을 사서 마이쭈와 함께 포장을 했다. 진짜 이걸 하나하나 싸면서 목을 부여잡고 울면서 끝까지 완료했다.


생일 전날 밤에 울면서 포장한 한국산 양말+마이쭈

 다음 날 둘째네 반에 가져다주는데, 둘째 담임 선생님이 무슨 일이냐고 하더라. 무슨 일이긴 아들내미 장난의 희생양입니다. Advil을 들라며 권하더라. 이미 먹고 있지요. ('그런데 약이고 뭐고 시간이 제일 센 약이라 버티는 중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너무 고난도라 마음속으로만 혼자 이야기 하고 어쨌든 고맙다고 하고 왔다.) 선물은 학교 수업 마치면서 준다고 하는데, 내가 2개 정도를 덜 준비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부랴부랴 집에서 추가로 포장을 해서 수업 마치는 시간에 가져갔는데, 진짜 과장 및 은폐, 축소를 하나 하지 않고 '난리'가 났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선생님도 놀랐다고 하더라. 내가 좀 애들 취향을 안다(의기양양).  서로 자기 마음에 드는 캐릭터를 하나씩 안아 들고 가는데 기분이 좋더라. 가면서 나한테 'Thank you.'하고 가는 쪼마난 것들이 왜 이렇게 귀여운지. 아픈 것을 잊을 만큼.


 그래, 엄마란 이런 거 인가보다. '세상 극한 직업=엄마'. 첫째 아들, 반성 중이니 용서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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