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BC생활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융융이 Mar 29. 2018

안녕, 개나리야?

가끔은 개나리 같은 경우도 있다

엄마는 한국의 꽃은 개나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무궁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꽃인지 모르겠다고 볼멘소리를 종종하셨다. 엄마의 논리는 이렇다. 무궁화의 원산지는 중국, 인도인데 반해 개나리의 원산지는 한국이라나. 찾아보니 맞더라. 어려서부터 느낀 거지만 엄마는 참으로 똑똑하셨다.  


오랜 기간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개나리를 볼 때마다 한국적이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었다. 이름도 ‘개나리’. 나리가 될 수 없는 개나리라는 게 더 친근하기도 하고, 토속적이기까지 하다고 생각했다. 또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니까, 개나리가 보이기 시작하면 봄이 온다는 설렘도 같이 느끼기도 했다. 



이곳에 살면서 나는 그래서 그런 기대를 그다지 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Spring break를 맞이해서 미국 국경을 넘어 Great Wolf Lodge라는 워터파크를 다녀오는 내내 눈에 유독 벚꽃들(cherry blossom)들이 들어왔던 것도 그런 기대를 잊게 했는지 모른다. 일본을 상징하는 벚꽃은 참으로 요사스럽게 세상 어디에도 있구나. 붉고, 유혹적인 느낌까지 주는 그 모습이 예쁘기도 하고, 가슴 한 켠에 더 수수하지만 내가 기다리던 개나리를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다시 캐나다 국경을 넘어 들어오며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파란 잎이 아직 나지 않은, 검은 나뭇가지에 노란색 꽃이 아기자기 피어있는 모습이 보인다. 운전 중이라 지나쳐 가다가 나는 차 머리를 돌렸다. 다시 그 꽃이 진짜 개나리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유턴이 불법인 이 나라에서 지나쳐온 곳을 가기 위해선 오른쪽으로 돌아 돌아, 혹은 왼쪽으로 돌아 돌아가는 길밖에 없다. 돌아서 다시 가까이 갔다.  


이면도로에 차를 주차해놓고, 노란 나무 꽃에 가까이 가니 진짜 개나리다. 신기하다. 이 땅에 개나리라니. 한국의 꽃이! 문득 고향 땅의 개나리가 지금쯤 여기저기 피지 않았을까? 엄마는 개나리를 보고 좋아할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록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진짜 개나리가 피었더라. 많지는 않지만 주로 사람들의 집에 키우는 정원수로 있는 듯 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어 사진을 찍으려는데 뒤쪽으로 하얀 차가 하나 가까이 붙으려 한다. 손을 내밀어 넘어가라고 했다. 나는 사진을 찍어야 하므로. 그랬더니 차량 운전자가 가운데 손가락을 내민다. 어린 백인 남자였다. 기어이 차를 왼쪽으로 붙여 한 마디 한다.  


“Fxxx. #@%#$^ㅉ&!” 


쏘리. 가라가. 하고 손짓을 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가라, 이 개나리야.”  

(억양이 무척 중요하다.) 


어쨌든 나를 지나쳐서 가던 N자 스티커의 어린 운전자는 그렇게 바이 바이 길을 갔다. 그리고 나는 개나리 사진을 3장 정도 찍어 들고 차에 오른 후, 다시 크게 한 마디 외쳤다. 


“안녕, 개나리야!” 


한국의 엄마에게도 이 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한국의 남편도 이 소리를 들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하얀 N자 스티커 차량에서도 들렸으면 좋았겠다. 

상대적으로 벚꽃은 참으로 많이 보인다.



*위클리 매거진으로 '오늘도 캐나다는 니하오' 연재가 결정되었습니다. 내용이 겹치면 안 되어서 매거진을 다시 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BC 생활기로 다시 제목 변경. 겹치지 않는 주제에서 다시 BC생활기를 연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산속 설원 야외 스케이트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