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봄이면 돌아오는 벚꽃 좀비
음악차트를 보니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어느새 차트에 ‘그 노래’가 다시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그 주인공이다.
발매된 지 6년이 흐른 지금도 봄이면 들려오는 ‘벚꽃 엔딩’을 비롯하여, 최근 ‘역주행’을 거듭하는 콘텐츠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과연 대중문화 트렌드에서 콘텐츠의 역주행 현상은 어떤 의미일까?
‘벚꽃 엔딩’은 2012년에 발매된 버스커버스커 1집 타이틀곡이다. 2010년대 한국 가요 중 최고로 꼽힐 만한 명곡이자, 멜론에서는 최초로 좋아요 30만 개를 달성한 노래다. 후렴구인 ‘봄바람 휘날리며~’로 유명하며 ‘봄’ 하면 떠오르는 노래로 손꼽힌다. 이 정도면 가히 ‘봄의 캐럴’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노래에는 재미있는 별명이 있다. ‘벚꽃 좀비’라는 별명인데, 첫 발매 이후 봄만 되면 음악차트에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 마치 죽지 않는 좀비와도 같다고 붙여진 별명이다. 겨울에는 크리스마스 시즌 즈음에 관련 노래들이 역주행하는 사례들이 있지만, 봄 시즌송이 이 정도로 매년 역주행하는 것은 흔치 않다.
‘벚꽃 엔딩’을 시작으로 음원 시장에 봄 캐럴이란 새로운 장르가 개척되었으며 그 이후로 많은 가수들이 ‘벚꽃 연금’을 꿈꾸며 봄 시즌송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로이킴의 ‘봄봄봄’, 아이유&HIGH4의 ‘봄 사랑 벚꽃 말고’ 등이 있다. 이처럼 ‘벚꽃 엔딩’의 차트 역주행은 음악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봄의 캐럴로 불리며 역주행의 신화가 된 ‘벚꽃 엔딩’ 이후, 역주행 트렌드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TV보다는 음악 자체의 힘과 입소문을 토대로, 뉴미디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뉴미디어(new media)'란 기존의 신문, 라디오, 책, TV 등의 매체 대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새로운 전달매체를 말한다. 음성 다중 방송, 위성 방송, 유선 방송, 대화형 방송, 비디오텍스, 팩시밀리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러한 뉴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역주행을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윤종신의 ‘좋니’, 멜로망스의 ‘선물’, 신현희와김루트의 ‘오빠야’ 등이 있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사례에 대해서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Case 1: 윤종신 <좋니>
윤종신의 ‘좋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에서 정기적으로 싱글 앨범을 발표하는 ‘리슨(LISTE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낸 곡이다. 초반에는 이렇다 할 큰 반응이 없었으나 어느 순간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씩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러한 입소문의 밑거름에는 그간 ‘월간 윤종신’을 통해 보여왔던 콘텐츠에 대한 꾸준함과 TV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인지도, 최신 발라드 트렌드를 반영한 프로듀싱의 영향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좋니’를 딩고뮤직의 인기 콘텐츠 ‘세로라이브’를 통해 홍보한 것이 큰 효과를 보였다. ‘좋니’의 세로라이브는 유튜브에서 조회 수 2100만 회, 댓글 1.1만 개를 기록하며 크게 사랑받았다.
또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는 ‘좋니’의 일반인 커버 콘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덕분에 일반인들의 커버 버전이 SNS상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것이 마케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런 역주행을 통해 윤종신은 가수 데뷔 후 첫 1위를 영예를 안았다.
▶ 윤종신 '좋니' 딩고 세로라이브 영상: https://youtu.be/jy_UiIQn_d0
Case 2: 멜로망스 <선물>
'멜로망스'는 앞서 소개한 윤종신에 비교해 그 이름조차 생소했다. 대중성 있는 가수보다는 자신만의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후에 서술할 '신현희와김루트'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이들의 역주행은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멜로망스의 ‘선물’은 발표 당시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차트 1위까지 역주행하게 되는데, 이러한 배경에는 SNS 입소문의 힘이 컸다. 2017년 9월 중순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노래를 알린 멜로망스는 멜론의 뉴미디어 채널 ‘원더케이(1theK)’가 제작한 예능 프로그램 <차트밖1위>에서 여러 유명 가수의 곡들을 커버해서 불렀다.
이러한 방송 영상이 짧은 클립 영상으로 편집되어 페이스북 등 여러 채널로 널리 퍼졌다. 이를 통해 10월에는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가수의 인지도보다 영상 콘텐츠의 매력 자체가 어필되는 페이스북의 특징을 잘 활용했다.
Case 3: 신현희와김루트 <오빠야>
신현희와김루트의 ‘오빠야’는 아프리카TV를 통해 역주행을 시작했다. 아프리카TV에서 인기 BJ 꽃님이 노래한 것이 화제가 되면서 입소문을 탔고, 이후 SNS로 퍼지면서 인기차트에 진입하게 되었다. 발매 2년 만에 역주행하게 된 것이다.
이외에도 박원의 ‘All Of My Life’와 ‘노력’, 문문의 ‘비행운’, 장덕철의 ‘그날처럼’ 등이 뉴미디어를 통해 역주행에 성공했다.
▶ 아프리카TV BJ꽃님의 레전드 '오빠야': https://youtu.be/0cxMy5-k-vU
이처럼 음악마케팅에서 뉴미디어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양한 채널과 방법을 활용하는 뉴미디어가 음악에는 날개를 달아주고, 대중에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주옥같은 노래를 알게 되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뉴미디어의 활용만으로 역주행했다고 할 수는 없다. 콘텐츠(음악) 자체가 가진 힘이 기반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뉴미디어가 계속해서 발전한다고 해도 콘텐츠에 사람들을 이끌 매력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 예전처럼 실력이 없어도 자본을 앞세워서 광고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볼 수 있다. 진정성과 전문성, 파급력까지 두루 갖춘 콘텐츠가 각광받는 시대가 도래했다.
역주행 현상을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기획자로서 ‘콘텐츠 마케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또 어떤 노래가 차트를 역주행하며 우리를 놀라게 해줄지 기대하며, 이제 봄이 왔으니 필자 역시 ‘벚꽃 엔딩’을 음악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아니지, 어쩌면 ‘벚꽃 엔딩’이 차트에서 역주행을 시작했으니 봄이 온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