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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Aug 30. 2017

내 사랑, 아날로그

악필(惡筆)인 내가 손편지를 쓰는 이유


참 악필(惡筆)이다.


회사에 매번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지만, 변함없이 악필 세 손가락 안에 든다. 이렇게 상위권을 오래도록 지켜본 적이 있었던가. 오죽하면 회의 때 필기한 내용을 직장 동료들조차 못 알아본다. 악필인 덕분에 자체 암호화가 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이처럼 자타공인 악필이지만, 손편지 쓰는 걸 좋아한다는 점이다.



원래 글쓰기를 좋아했지만 손편지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다.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주로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지금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브런치가 그 대표적인 예다. 글쓰기지만 지극히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노트북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글을 쓸 수 있다.


반면에 손편지는 어떠한가. 우선 손편지를 받을 사람을 정해야 하고, 예쁜 편지봉투와 편지지를 구비해야 한다. 글이 잘 써지는 펜이 있어야 하며, 온라인 글쓰기에 비해 시간도 오래 걸린다. 혹시라도 글씨를 잘못 쓰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한다. 필자는 성격상 그렇다.


이렇듯, 온라인 글쓰기와 손편지는 한글로 쓴다는 것을 제외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라는 매우 큰 차이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편지를 고집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정성'이기 때문이다.


많은 수고와 시간이 필요하고, 잘못 쓰면 수정할 수 없기에 한 자 한 자 정성을 다해 쓴다. 정성을 다해 쓰면 쓸수록 '진심'과 가까워진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그 진심이 제대로 전달된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의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는 것 '행복'한 일이다. 결국 정성이 진심으로, 진심이 행복으로 이어진다.


비단 손편지뿐만 아니라 모든 아날로그는 정성에 가까이 있다. 디지털의 모태는 아날로그가 아니었는가. 어쩌면 온라인 글쓰기의 시작은 손편지였는지도 모른다. 최첨단으로 가득한 디지털 시대에 살면서도 아날로그를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정성에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사랑하는 이에게 정성을 담아 손편지를 쓰고자 한다. 꾹꾹 눌러 담아 써 내려가는 마음, 내 사랑은 아날로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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