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로컬 공간 리뷰
본 콘텐츠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부엉이는 주로 밤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여러 매체에서 밤이 깊어오면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부엉이 울음소리가 나오곤 한다. 직업의 특성상 밤늦게까지 사무실에 남아 있는 날이 많은데, 이곳의 부엉이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로 그 울음을 대신한다.
낮이고 밤이고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많다 보니, 사무실 이외에 다른 장소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연차가 쌓일수록 더 커져만 갔다. 흔히 디지털 노마드라고 불리는, 노트북만 있으면 어디든 일터로 탈바꿈시키는 그들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그런 와중에 도시작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첫 번째로 방문하게 된 공간은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는 합정동의 코워킹 스페이스 '부엉이곳간'이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던 늦은 오후, 공간매니저님과 약속한 시간에 맞춰 부엉이곳간을 방문했다. 부엉이곳간은 접근성이 좋은데, 합정역 7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태풍의 바람이 불어오던 말던 두 눈 부릅뜨고 있는 부엉이가 찾아오는 발걸음을 반기고 있었다.
지하로 연결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공간에 도착한다.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앙에 자리 잡은 원목 테이블이었다. '핫데스크'라 불리는 이 테이블은 자유석으로 활용되는 공간이다. 주변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의자가 배치되어 있는데, 자칫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 핫데스크의 심플함에 아기자기함을 더해준다.
핫데스크 주위의 독립사무실 공간도 눈길을 끌었다. 독립사무실은 입주사가 활용하는 공간으로 별도 구분되어 있다. 이 공간의 문과 벽은 온통 검은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덕분에 상대적으로 밝은 색상으로 구성된 중앙의 핫데스크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마치 어두운 숲 속에서 홀로 깨어있는 부엉이의 모습과도 같달까.
색달랐던 첫인상을 뒤로한 채, 공간매니저님의 안내에 따라 핫데스크에 앉아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늦은 오후가 저녁이 될 때까지, 직접 업무를 보며 공간을 이용했는데 곳곳에서 풍성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공간의 중심인 핫데스크에 앉아 일을 해보니, 입구에 서서 공간을 바라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비교적 차가운 느낌으로 인식하고 있던 검은색이 오히려 아늑한 느낌을 주었다.
너무 아늑하기만 하면 너무 편안해져 업무에 집중이 안될 것도 같지만, 적당히 밝은 조명과 듣기 편한 음량의 음악 덕분에 밸런스 좋은 업무환경을 누릴 수 있다. 평일에 방문하긴 했지만 이용객이 많지 않았고,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가 유지되었다.
공간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인테리어는 요즘 힙한 공간에 많이 쓰인다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다. 인더스트리얼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세련된 멋이 부엉이곳간의 심플한 요소와 잘 어울린다. 또한, 높게 구성된 천장은 지하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답답함을 해소시켜주기에 충분했다.
노트북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요소도 잘 구비되어 있다. 콘센트는 테이블에 4구짜리 4개가 거리를 두고 배치되어 있다. 핫데스크 최대 수용 인원인 16명에 맞춰서 준비된 것으로 보이니 콘센트는 꼭 하나씩만 쓰도록 하자. 와이파이는 인터넷을 사용함에 있어 큰 불편함이 없도록 잘 연결되어 있다.
입구 왼편에는 복합기도 있는데 출력은 물론 복사, 팩스도 가능하며 A3 출력도 가능하도록 용지가 구비되어 있다. 노트북만 가져오면 편안한 좌석에서 웬만한 사무 지원 서비스는 다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사무 지원뿐만 아니라 떨어진 당분도 지원도 해준다. 공간 한쪽에는 업무 중 떨어진 당분을 보충해줄 간단한 다과 및 음료가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원두머신을 이용해 커피 원액을 원하는 만큼 추출하고, 정수기로 시원한 얼음과 냉수를 받아내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달달하고 고소한 과자는 덤이다.
실제로 공간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가던 곳도 이곳이었다. 바쁘게 일을 하던 이들이 커피 한 잔에 잠시 여유를 즐길 수 있어서 좋은, 소소한 행복이 있는 공간이다.
커피를 마실 때 필요한 머그잔은 안쪽에 자리 잡은 주방에서 구할 수 있다. 머그잔에서도 귀여운 부엉이를 발견할 수 있다. 냉장고도 이용 가능하며, 냄새가 심하지 않은 음식은 직접 조리해서 먹는 것도 가능하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앞서 소개한 원두머신 옆에는 다양한 책과 부엉이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책장이라고 하기에는 책이 적고, 정신없어 보이기까지 하지만 유독 이 공간이 눈에 들어온 건 취향을 저격당한 것일까.
무심한 듯 세심하게 배치된 책, 이곳을 다녀간 이들의 흔적들, 그림부터 액세서리까지 다양하게 구현된 부엉이까지. 아마도 도시작가로서 방문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 중 부엉이곳간을 선택한 것은, 공간 소개에 올라와있던 이 공간의 사진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
'부엉이곳간'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 마치 먹을 것을 많이 모아둔 부엉이의 둥지처럼 이 공간에는 많은 이야기와 생각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다.
공간매니저님이 말하길, 부엉이곳간은 자기 일을 만들어 가는 이의 고단함과 긴장감을 이해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확실히 공간을 이용하며 느낀 것은 정말 풍성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라는 점. 아늑한 분위기에 긴장이 풀어지고, 풍성한 지원에 더욱 능률이 오른다.
아마도 사무실에서 부엉이로 지내며 디지털 노마드를 원하게 된 것은, 그동안 쌓여온 고단함과 긴장감을 해소시켜 줄 공간이 필요했는지 모른다. 비록 겨우 하루를 이용해봤을 뿐이지만, 결국 이 하루에 느낀 풍성함 덕분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아오게 될 것 같다.
부엉이는 둥지에 먹을 것을 많이 모아두는 버릇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없는 것 없이 무엇이나 다 갖추어져 있는 경우를 비유할 때 '부엉이곳간'이라는 표현을 쓴다. 도시작가라는 이름으로 처음 방문한 부엉이곳간은, 그 이름에 걸맞게 풍성함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합정동 372-28 지층
가격: 1일 10,000원 (09:00~19:00) / 1개월 150,000원 (24시간 이용 가능)
공간예약: 스페이스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