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로컬 공간 리뷰
본 콘텐츠는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로컬공간기록 프로젝트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도시작가는 도시 곳곳의 로컬 공간을 발견하고 기록합니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날, 듣기 좋은 빗소리를 들으며 상수동 골목길을 따라 걸었다. 골목길의 거닐던 중 예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지붕을 발견했다. 지붕 아래의 모습은 영락없는 단독주택이었지만, 주변에 감도는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예사 공간이 아님을 직감하게 했다. 이 공간은 바로 상수동에 위치한 '스튜디오 썸띵'이다.
도시작가로 활동하며 공간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고, 다양한 관점에서 공간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짙어졌다.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공간을 경험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 공간 자체에 담긴 쓸모의 변화에 대해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스튜디오 썸띵'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었다.
'스튜디오썸띵'은 오래된 단독주택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러한 과거를 알게 되니, 어째서 상수동 골목에 위치한 오래된 주택을 탈바꿈할 생각을 했는지 궁금해졌고, 그에 대한 해답은 '스튜디오썸띵' 공간기획자님에게 들을 수 있었다.
처음에 단독주택을 들어오게 된 계기는 서울 도시 한복판에 조용하고 운치 있는 곳을 찾다가, 저희 활동이 용이하고 아티스트들에게는 상징적일 수 있는 홍대 근방의 상수동을 찾게 되었습니다. 이 건물이 약 18년 정도 된 건물로 저희가 사용하기 전에는 음식점으로 사용되다 나가고 오랫동안 비어 폐가 수준의 건물을 직접 하나하나 칠하고 만들어 여기까지 왔네요.
어떤 공간이든, 그 공간만의 특징이 있다. 분위기와 같은 소프트웨어적 측면이 있을 것이고, 공간을 이루고 있는 자재 등의 하드웨어적 측면이 있을 것이다. 또한, 해당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상징성도 공간의 특징으로 연결된다. 이 공간은 '스튜디오썸띵'이 원하는 특징에 걸맞은 곳이었고, 덕분에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되었다.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된 공간은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다. '스튜디오썸띵'에서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아무래도 수많은 아트작품이었다. 스튜디오썸띵은 공간 대여뿐만 아니라 국내/외 일러스트레이터의 작품이 담긴 캔버스, 엽서, 폰케이스 등 다양한 아트작품을 만날 수 있다.
스튜디오썸띵 1층은 온전히 아트작품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담긴 엽서부터 큰 액자 그림, 정갈하게 놓인 책, 꽤 마음에 들었던 에코백까지 사방을 둘러싼 아트작품을 감상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정신없이 1층의 아트작품을 둘러보던 중 발견한 비밀의 문, 바로 카페로 활용되는 반지하층 입구다.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내려가기 힘든 반지하층의 입구는 마치 어렸을 적 몰래 숨어들고는 했던 아지트와 같았다. 실제로 내려간 반지하층은 아지트처럼 아늑했다. 기존의 공간을 영리하게 활용한 '스튜디오썸띵'의 안목이 놀라웠다.
반지하층 카페는 빈티지한 소품이 가득했다. 또한, 곳곳에 배치된 아트작품도 눈에 띄었는데 공간기획자님께 여쭤보니 이번에 첫 기획전시가 진행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장소가 협소하다 보니 화려하진 않지만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최적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 아트샵을 방문하시는 손님 누구나 관람하실 수 있도록 오픈되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며, 스튜디오 썸띵과 협업하는 아티스트가 약 60~70명의 작가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신진 또는 이슈가 있는 아티스트를 내부적으로 선정하여 전시되어 그림도 보고 현장에서 또는 온라인에서 관련된 굿즈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곳이, 아트작품을 접하려는 손님들로 더욱 붐빌 것 같다.
1.5층은 아트숍, 워크룸(클래스룸), 화장실 등 더 많은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도 1층 못지않게 다양한 아트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쯤 되니, 어쩌다가 공간을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가득 채우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알고 보니 '스튜디오썸띵'의 공간기획자님은 오랫동안 예술 관련 아티스트들과 협력해온 분이었다.
오래전부터 저는 특정 소속에서 예술 관련 아티스트들과 소통을 해오는 디렉터로 활동하였습니다. 그들과 대중의 연결고리를 만들고, 유망한 신진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그들에게 데뷔할 수 있는 전시회 개최를 통해 아트페어 총괄 디렉터로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하는 일들을 해왔죠.
이후에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더 늦기 전에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아티스트와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그리고 우리만의 공간까지 있다면 더 많은 기회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창작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일반 대중과 아티스트의 작품을 편하게 가까이에서 만들 수 있도록 가교 역할로 보시면 될 듯합니다.
결국, 오래된 단독주택이었던 이곳은 대중과 아티스트의 작품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드는 가교로써, 새로운 쓸모를 얻게 되었다. 직접 '스튜디오썸띵'에 와서 다양한 아트작품을 접하고 나니 그 기획의도대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획의도를 듣고, 직접 경험해보니 이곳은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대중과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예술'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에 다다랐다. 예술이란, 대중과 함께 소통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테니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던 작품 감상을 뒤로한 채, 대여공간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스튜디오썸띵'의 대여공간은 앞서 소개한 반지하층 카페공간 전체 대관과 더불어 1.5층의 두 공간이 가능하다. 1.5층의 공간은 사무공간이나 클래스가 운영되는 공간인데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고, 용도별로 최적화되어 있었다.
A room은 최대 16인까지 이용이 가능한 넓은 공간이다. B room과 다르게 아예 밖으로 통하는 창문이 있어서 조금 더 통풍이 잘 되는 느낌이었고, 여백 공간에는 차분한 색감의 일러스트를 배치하여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이곳은 주로 클래스나 세미나가 진행되기에 적합한 공간이다.
필자가 머물렀던 B room은 최대 10인까지 이용이 가능한데, 특이한 점은 수도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기존의 단독주택에서 사용되어 온 수도를 그대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굳이 화장실까지 가지 않아도 물을 사용할 수 있으니 플라워, 그림그리기와 같이 물이 필요한 클래스에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반지하층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단독주택의 구조를 활용한 이러한 구상은 참 영리하다고 느껴졌다.
공간을 둘러보고, 미리 준비해주신 B room에 앉아 업무를 봤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해주는 가림막 커튼과 은은한 조명이 있어 편하게 일하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공간 경험을 마무리하고, 건물 뒤쪽으로 돌아봤다. 단독주택을 활용한 이 공간의 곳곳을 둘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반대로 돌아 나오니 반치하층 카페 공간과 연결된 또 다른 입구를 만날 수 있었다.
너무 늦지않게 내게 와줬으면
은은한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있던 그 문구가 참 마음에 남았다. 한편으로는 너무 늦지않게 이 공간에 오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다. 앞으로 이런 공간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대중과 예술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이 함께 소통하고 협력하여 더욱 좋은 내일을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스튜디오썸띵' 뿐만 아니라 아직 내가 모르는 공간이 얼마나 많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도시작가로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한다. 어서 더 열심히 돌아다니며 또 다른 공간에 늦지않게 다다르고 싶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29-18 마포구 와우산로 29-18
가격: A room 2,000원 (시간/인) B room 2,000원 (시간/인) 반지하 카페공간 70,000원 (시간)
공간예약: 스페이스클라우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