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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Jan 19. 2017

1화: 짜릿한 면접의 추억

마케팅 에이전시의 문을 넘다


- 혹시, 시간이 되시면 다음 주에 한번 뵙는 것도 좋겠네요. 적극적인 메일과 행동하시는 모습 보기 좋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신 채용이 마감된 회사에 다짜고짜 '꼭 입사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채용계획은 또 없느냐'며 메일을 보냈다. 메일에는 나의 포부와 함께 자기소개, 포트폴리오를 첨부했다. 지금에 와서 보면 민폐스럽지만 그때의 나는 패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1.

그토록 바랬던 소셜벤처에서의 나날을 뒤로한 채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어쩌면 나는 소셜벤처가 바라보는 이상향만 보고 그토록 매달렸는지도 모른다. 퇴사 후 나는 마케팅 에이전시에 입사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우선 소셜벤처에서 6개월 동안 마케팅 업무를 맡으며 경험했던 것을 포트폴리오로 정리했다. 자기소개서도 다시 뜯어고치고, 마케팅 에이전시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마음에 드는 에이전시를 몇 군데 발견했지만, 모두 채용이 마감된 상황이었다. 다른 길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당황스러웠지만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때부터 무작정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짧은 메일을 통해 최대한 나의 경험과 간절함을 보여주고자 했고, 몇몇 긍정적인 답변들을 받을 수 있었다.



2.

제법 강하게 부는 바람에 길거리는 낙엽으로 가득했다. 약 1시간 30분에 걸쳐서 도착한 학동역 10번 출구의 첫 풍경은 '강남 치고는 소소하다'였다.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면접인지, 초행길에 혹여나 지각이라도 할까 봐 일찍 나왔더니 면접 시간까지 1시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 인근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달달한 것을 좋아해서 카페에 가면 거의 카페모카만 마신다. 카페모카로 목을 축이며 곧 있을 면접에 대해 생각했다. 다시 한번 회사소개서를 읽어보기도 하고, 내가 그동안 겪어온 경험과 앞으로 나아갈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할지 되뇌었다.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나 자신에 대해 조금 더 자신감이 붙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1시간 일찍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3.

한쪽 벽면을 채운 뉴욕 타임스퀘어의 풍경, 커다란 책장,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 사무실에 들어가서 보게 된 에이전시의 첫 풍경이었다. 직원 분의 안내에 따라 회의실에 들어갔다. 혼자 앉아 대기하던 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넥타이가 목을 조여 오는 느낌이었다. 기다림도 잠시 곧 면접이 시작됐다.

- 마케팅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자기소개가 끝나고, 처음 받은 질문이었다. 직업을 정하기 앞서 그 일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첫 질문부터 내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짜릿했다.

-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입니다.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무관심을 획기적인 전략을 통해 관심과 만족감으로 바꾸는 것이 마케팅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마케터도 마찬가지입니다. 끊임없는 물음 속에서 최상의 해답을 찾는 것이 마케터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대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최선의 대답이었다. 큰 난관을 넘고 나니 그다음 질문부터는 편하게 담소 나누듯이 면접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나는 대표님이 진행하는 신규 사업의 마케팅 인턴으로 채용됐다.  






앞서 마케팅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꾸는 일이라고 얘기했는데, 사실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관들은 일면식도 없는 면접자들의 서류만을 보고 면접을 진행한다. 직접 만나보기 전까지는 물음표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그 물음표를 나의 고민과 노력 끝에 느낌표로 바꾸는 순간은 그야말로 짜릿하다.  그 날의 면접은 나에게 짜릿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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