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전기장판으로 등판은 따뜻했지만,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마나 세게 들어오던지요.
두꺼운 이불을 턱 밑까지 푹 덮어써도, 얼굴과 귀가 시려 잠을 설쳤습니다.
얼굴까지 이불을 덮을 수도 없으니 새우 자세로 왼쪽 오른쪽 얼굴을 반쪽씩 데워가며 잤네요.
물론, 아랫도리에는 내복과 바지를 두 겹으로 입고, 윗도리에는 긴 옷과 오리털 패딩을 겹쳐 입고 잤답니다.
그래도 춥다니,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것도 아닌데 한국의 온돌 보일러가 정말 그리웠습니다.
아침으로 간단히 식빵을 구워 먹고 오전 열한 시쯤 돼서 당나귀 농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여전히 흐리멍덩한 하늘 아래, 무언가 체념한 표정의 당나귀들이 가만히 서 있었죠. 아니, 더 정확히 비유하자면 다들 표정이 없었습니다. 주인이 오든 말든, 비가 오든 말든, 눈만 껌뻑일 줄 알고 꼬리만 흔들어댔죠. 그 동작만 제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어쩌면 당나귀라는 동물은 감정표현의 세계에서 가장 절제된 동물이 아닐까 싶어요. 대신 울음소리가 인상적입니다. 멀리서 들으면 소 따위의 덩치 큰 동물을 도살하고 있겠구나, 하고 느낄 신경질적인 고음이죠.
수 할머니는 당나귀들이 배고프면 저렇게 운다며, 먹이 16인분을 준비하면서 말했어요. 집 마당에 2마리가 더 있으니, 바트와 수는 둘이서 당나귀 18마리를 돌보고 있네요.
당나귀가 사는 세계도 사람 사는 세계와 제법 비슷합니다.
항상 밥을 먹을 때면, 늙어 몸이 편찮은 당나귀는 다른 혈기왕성한 당나귀와 떨어지죠.
딱 한 마리씩 들어갈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서 노쇠한 이는 가루약이 뿌려진 사료를 혼자 우걱우걱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