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_ 당나귀 농장에 입성하다

당나귀의 첫인상에 대해서

by 사람 여행자

밤새 전기장판으로 등판은 따뜻했지만, 창문 틈으로 차가운 바닷바람이 얼마나 세게 들어오던지요.

두꺼운 이불을 턱 밑까지 푹 덮어써도, 얼굴과 귀가 시려 잠을 설쳤습니다.

얼굴까지 이불을 덮을 수도 없으니 새우 자세로 왼쪽 오른쪽 얼굴을 반쪽씩 데워가며 잤네요.

물론, 아랫도리에는 내복과 바지를 두 겹으로 입고, 윗도리에는 긴 옷과 오리털 패딩을 겹쳐 입고 잤답니다.

그래도 춥다니,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 것도 아닌데 한국의 온돌 보일러가 정말 그리웠습니다.


아침으로 간단히 식빵을 구워 먹고 오전 열한 시쯤 돼서 당나귀 농장으로 출발했습니다. 여전히 흐리멍덩한 하늘 아래, 무언가 체념한 표정의 당나귀들이 가만히 서 있었죠. 아니, 더 정확히 비유하자면 다들 표정이 없었습니다. 주인이 오든 말든, 비가 오든 말든, 눈만 껌뻑일 줄 알고 꼬리만 흔들어댔죠. 그 동작만 제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어쩌면 당나귀라는 동물은 감정표현의 세계에서 가장 절제된 동물이 아닐까 싶어요. 대신 울음소리가 인상적입니다. 멀리서 들으면 소 따위의 덩치 큰 동물을 도살하고 있겠구나, 하고 느낄 신경질적인 고음이죠.


수 할머니는 당나귀들이 배고프면 저렇게 운다며, 먹이 16인분을 준비하면서 말했어요. 집 마당에 2마리가 더 있으니, 바트와 수는 둘이서 당나귀 18마리를 돌보고 있네요.

당나귀가 사는 세계도 사람 사는 세계와 제법 비슷합니다.


항상 밥을 먹을 때면, 늙어 몸이 편찮은 당나귀는 다른 혈기왕성한 당나귀와 떨어지죠.

딱 한 마리씩 들어갈 수 있는 독립된 공간에서 노쇠한 이는 가루약이 뿌려진 사료를 혼자 우걱우걱 먹습니다.

어린것들은 마당이나 다른 공동 공간에서 건초더미를 나눠 먹죠.

젊고 건강하면 공동생활을, 늙고 나약하면 어느 정도 독립된 공간이 당나귀에도 필요합니다.


그렇게 밥때가 되면 당나귀들은 건초더미나 나뭇가지를 먹느라 정신없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ASMR 같아요. 오도독오도독, 푸석푸석 먹음직스러운 소리를 내거든요.

맛깔스럽게 먹어치우는 모습에 처음 애정이 생깁니다.


이런 즐거움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기르나 봐요.

저는 동물과 함께 지낸 적이 없었는데

당나귀의 먹방을 통해서 그 행복을 처음 경험합니다.


아, 물론... 정말 끔찍한 경험도 있어요.

당나귀 친구들은 음식을 먹는 도중에도 똥을 뚝뚝 떨어뜨립니다.

진짜, 먹으면 바로 떨어져요.

무슨 밀어내기식으로.

입이랑 항문 사이가 꽉 차있나 봐요 진짜.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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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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