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업화로 굽 낮은 장화를 신었기 때문에 걸을 때마다 자갈의 윤곽을 하나하나 느꼈어요.
지압판 위를 걷는다고 할까요. 건강에는 좋을지 몰라도 똥이 스며들기 딱입니다.
쓱싹쓱싹. 틈 사이로 스며든 똥은 칫솔 짓 하듯 플라스틱 빗자루로 파내야 합니다. 지나가던 당나귀가 똥을 밟아 발굽 사이로 끼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부패가 시작된다네요. 덕분에 똥이 보이기만 하면 부지런히 치워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똥과의 싸움이었죠.
똥만 문제가 아니었어요.
더러워진 건초더미도 말썽이었죠.
마른풀은 당나귀의 음식이 될 뿐만 아니라 포근한 잠자리가 됩니다. 사람처럼 당나귀도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에서 잠들 수 없나 봐요. 그런데 문제는 당나귀들이 건초더미에 똥오줌을 지린다는 겁니다. 이 축축해진 지푸라기는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로 치워야 해요. 갈퀴로 끌어모아 농장 한쪽 구석에 쌓아둬야 합니다.
더러워진 건초더미 냄새 맡아보셨나요? 암모니아 냄새가 얼굴을 찌푸리게 합니다. 손에 비누칠해도 냄새가 손 끝에 남아있다니까요.
냄새도 냄새지만 가장 혹독했던 건 추위였어요. 이곳 날씨는 런던보다 심각했죠. 온종일 거센 바닷바람이 제 뺨을 때렸고요. 장화와 우비를 입어도 그 사이에 있는 허벅지는 기분 나쁘게 젖었습니다. 그렇게 축축해지고 있으면 내가 비바람에 젖은 건지, 똥오줌에 삭힌 건지 헷갈려요. 도망가고 싶기도 하고, 영국까지 와서 뭐 하는 건가 싶었죠.
추위와 악취에 시달리다 보면 그만둘 법도 했어요. 그런데 쌓이고 있는 스트레스 이상으로 당나귀에 대한 애정이 커졌습니다. 이들은 강아지처럼 저를 반겨주지도 않아요. 그렇다고 고양이처럼 이따금 찾아와 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배가 고프면 울어대고, 가끔 자기네들끼리 서로 핥아주며, 건초더미에 누워있다가, 물을 마시다가, 지푸라기를 오물오물 씹다가, 특식으로 내준 나뭇가지를 와작와작 씹어 먹다가, 시도 때도 없이 똥오줌을 갈깁니다. 최고죠?
그런데 제 후각은 빠르게 적응했어요. 역겨웠던 일이 일상처럼 익숙해지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살면서 동물과 함께 지낸 적이 없었어요. 아파트에서는 애완동물을 기를 수 없었고, 자취방에서는 홀로 살기도 벅찼죠. 그런 제게 첫 반려동물은 당나귀입니다. 더러운 똥이나 오줌에 젖은 건초더미를 치우는 일에 점점 무뎌지다니. 이렇게 저는 당나귀의 주인이 되어갔습니다.
TIP
-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의 계절은 어떻습니까?
괜히 성수기가 있는 게 아닌가 봐요. 날씨 하나 잘못 맞췄다가 엄청 고생했습니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좋았다면 훨씬 행복했을 텐데 말이죠. 저는 여행을 준비할 때 그 나라의 계절이 어떤지 신경 쓰지 않았어요. 뭐, 건기나 우기 정도만 고려했습니다. 그런데 그 나라의 계절은 어떤지, 기온과 강수량은 어느 정도인지 한번 확인해보세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계절을 신경 쓰지 않고 가더라고요. 관광지만 신경 쓴 나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