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 노부부의 당나귀 사랑

슬하에 자녀는 당나귀 열여덟 마리입니다.

by 사람 여행자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아도 다른 가족 구성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흔한 가족사진조차도 말이죠.

어르신들이 늘 하는 자식에 관한 이야기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슬하에 자녀는 없어 보입니다.


"우리에게 자식은 이 당나귀들이지, 뭐."

언젠가 수가 말했어요. 자신에게는 당나귀 열여덟 마리가 자식이랍니다.

어쩌면 당나귀에게 '올인'하기 위해 따로 자녀를 두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당나귀를 돌보는 일이나 갓난아기를 돌보는 일이나,

밤낮으로 고생하는 건 똑같습니다.


그런데 애써 키운 당나귀가 요즘 푸대접을 받고 있다네요.

27747540_1969548356596041_3082247516062834742_o.jpg 옛날 클로벨리 마을의 모습. 당나귀는 중요한 운송수단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이 마을에서 당나귀는 중요한 운송수단이었습니다.

허리춤에 안장을 매달아 무거운 짐을 실어 날랐죠.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기계가 그 자리를 대신하죠.

오늘날 운송수단으로써 당나귀를 기르는 일은 정말 비효율적입니다.


그렇다면 당나귀가 사랑받는 동물이냐?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요.

그저 보기 드문 동물이죠. 희귀해서가 아니라, 유행이 지났다고 할까요.

애완용, 식용, 운송용. 그 무엇으로도 환영받지 못합니다.


노부부와 당나귀.

이들은 서서히 잊히고 있습니다.

삶의 끝자락으로,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조금씩 나아갑니다.

노부부는 걱정이 태산이에요. 본인의 건강은 뒷전이고 당나귀의 앞날을 두려워합니다.

더 늙기 전에 후계자를 구해야 하는데 지원자가 없나 봐요.


"그것 참. 민감한 문제네요. 저도 여기 오기 전까지는 당나귀라는 동물을 동화책에서만 봤어요."

"너만 그런 게 아냐. 이곳에 오는 여행자는 다들 그렇게 말해. 그전까지는 당나귀를 동물원에서도 관심 있게 본 적이 없데."


동물원에서까지 무관심을 받다니. 당나귀의 처지가 참으로 처연합니다.


"두 분이 하기에 일은 안 힘들어요? 저는 힘들어서 혼났어요. 냄새도 냄새고."

"힘들지. 근데, 그래도 행복해! 특히 당나귀를 잘 모르던 사람이 우리 농장을 방문한 뒤로 애착이 생겼을 때 말이야. 그렇게 보람찬 적이 없다니까? 또 몇몇은 우리한테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보내기도 한다고. 당나귀를 잘 보살펴달라고 말이야."


바트와 수는 당나귀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부부였습니다. 일한 만큼 돈을 못 벌어도 그건 문제가 아녔죠. 진짜 부모 같은 마음으로 농장을 운영하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말이야. 우리를 대신할 후계자가 있을지 모르겠어. 모두들 상업적 가치로만 여긴다고."

"한 마리씩 입양 보내는 건 어때요?"

"입양? 말도 마. 입양한 주인이 또 내다 팔면 어쩌려고. 그렇게 돌고 도는 거야! 무슨 중고차도 아니고 말이야."


아뿔싸. 제가 말실수를 했습니다. 멀쩡한 피붙이를 내보내라니요.

얼굴을 붉힌 호스트 할머니를 보니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노부부에게 당나귀는 애물단지가 아닙니다.

일방적으로 보살펴야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당나귀는 노부부에게 삶의 원천입니다.

둘은 공생하는 관계죠.

과연 그 자리를 대체할 후계자가 나타날까요?

아니, 이 세상에 존재하기나 할까요?


오늘도 클로벨리 마을에서는 당나귀와 노부부가 서로 의지하며 고된 삶을 버티고 있습니다.

21949762_1518408008236170_3258084263113561951_o.jpg 클로벨리 마을 주민과 치장한 당나귀. 옛날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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