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_ 여행에서 배운 의사소통으로 회사 생활해보기

막연하기만 했던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제 쪼끔 알겠다.

by 사람 여행자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항상 빼먹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는데요.

바로 '의사소통'입니다.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


요즘에 너무 무분별(?)하게 쓰이다 보니

자기소개서를 쓸 때, 의사소통이라는 단어를 빼라는 소리까지 들립니다.

식상하니까요.


그런데 저는 빼지 않았습니다. 자신 있었어요.

수많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바디랭귀지와 영어를 섞어가며 외국인과 소통했으니,

이만하면 한국어 의사소통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만이었죠.


대화는 사내 메신저로만?

: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가득한 회사의 첫인상


회사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웠던 이유는 사내 메신저로만 소통한 까닭입니다.

사내 메신저로는 슬랙을 썼습니다 :) 카카오톡만 써본 저에게, 슬랙은 신세계였어요!


여행에서는 바디랭귀지+웃는 얼굴만 있으면, 소통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주로 사내 메신저로만 대화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사수에게 질문할 때도 목소리가 아니라 메신저로 주고받았습니다.

입이 근질근질. 참 어색하더라고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회사는 궁금한 것 투성이었습니다.

처음에는 "xx님~ 도와주세요." 하면서 소리 내어 질문했는데요.

사무실에 제 목소리가 잠깐 울리고 나면, 뒤이어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순간 아차 싶더라고요.


소리 내어 물어보면 하던 일을 멈추고 저에게 신경 써야 하니까,

메시지로 질문하는 게 암묵적인 매너인 듯 싶었습니다.



의사소통에 관하여 가장 처음 받았던 피드백

: 결과물을 공유할 때, 이렇게 만든 이유도 함께 공유해주세요.


의사소통하는 법에 대해 처음 받았던 피드백은

자료 조사 결과물을 공유할 때 받았습니다.


팀장님은 우리 회사에는 없지만, 경쟁사에 있는 상품을 조사하라는 과제를 주었는데요.

저는 상품을 조사한 뒤, 나름대로 정리해서 공유드렸습니다.

그때 팀장님이 이렇게 피드백을 주었어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정리했는지 모르겠어요"


정리를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무슨 이유로 이렇게 정리했는지 그 기준을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타업체에서는 인기 상품인데 우리 회사에 없을 경우, 저는 나름대로 강조 표시를 했는데요.

그걸 본 팀장님은 이 상품이 왜 강조되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제가 강조만 했지, 왜 중요한지 이유를 함께 설명드리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때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팀장님은 이 분야에서 전문가니까, 내가 만든 결과물을 보면 한눈에 이해하실 거야.'

'내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게, 오히려 팀장님을 무시하는 게 아닐까?'


안일했죠.

보는 사람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제 과제를 끝내는 데만 집중한 겁니다.


이게 만약, 다른 부서와 함께 하는 협업이었다면?

일만 두 번 만드는 행동 아니었을까요.



마지막 출근 때 받은 또 하나의 피드백

: 주저 없이 말 걸기


6개월 인턴의 마지막 날, 팀장님과 단둘이 가진 티타임.

저는 제 앞날(?)을 위해 마지막 피드백을 팀장님께 부탁드렸죠.


"음..경섭님. 혹시 일을 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먼저 말씀하세요. 궁금한 것이든, 업무 리뷰 요청이든. 혼자 갖고 있지 말고 팀원에게 공유하세요."


돌이켜보면, 저는 회사에서 꽤 조용한 편이었습니다.

10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2가지만 골라 말했어요.


원래 제 성격이 소심하냐고요? 음.. 반반입니다.

적어도 여행할 때는 10가지 모두 이야기했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어린아이처럼 이것저것 물어봤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그러면 안될 것 같더라고요.

모르는 걸 드러낼수록 무능력해 보일까 질문을 아꼈습니다.


팀장님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습니다.


"질문을 하고, 업무 리뷰를 요청하는 것에 미안함을 느낄 필요는 없어요. 우리는 같은 팀이니까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일은 아주 중요해요. 사수가 바쁜 건 사실이지만, 부사수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책임인걸요. 부담스러워하지 마세요."


피드백을 듣고 보니

왜 입을 더 열지 못했나.

아니, 왜 마음을 더 열지 못했나

후회됩니다.


그동안 저는 의사소통 잘한다는 말이

'상대에게 명확하게 말하고, 상대의 말을 곧 잘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틀린 말은 아니죠.

근데, 너무 추상적이라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겨우 6개월 사회생활해본 제가 의사소통에 대해서 얼마나 배웠을까 싶지만.

일단 하나는 배웠습니다.


궁금한 게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주저 없이 먼저 물어볼 수 있는 적극적인 태도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을요.


사수의 목소리보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리고,

사수의 웃는 얼굴보다 무표정이 더 많이 보여도,

막상 이야기해보면 딴 사람이 된 것처럼 웃으며 대화해준다는 것을.


제가 먼저 말 걸어주기를 바쁜 사수가 기다리는 건 아니지만, 말 걸면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준다는 것을.


제가 괜히 마음의 문을 닫고, 소극적으로 소통한 건 아닌지 곱씹어봅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20대에 20개국 가기, 라는 꿈이 있습니다.

또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배낭여행을 더욱 쉽게 떠날 수 있을지 거듭 고민합니다.

저는 작가 지망생 윤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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