솎아내기와 가지치기

나는 또 미혼모가 되었습니다 3

by 누드빼빼로
저렇게 생긴 토마토는 처음이다

다른 텃밭을 구경했는데

이렇게 가지가 옆으로 퍼져 마구마구 영역을 넓혀가는 토마토는 처음이다

이상하다

왜 자꾸 위로 자라지 않고 옆으로만 자라지?

그늘을 만들어 놓은 덕에 달팽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그러다 발견했다

무거운 가지를 견디지 못한 토마토의 중심줄기가 결국 찢어져버렸다

지난 주에 아들가지라고 부르는 가지 몇 개를 잘라냈음에도 뭔가 다른 모양새의 토마토 가지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렇게 가지가 찢어진 것을 보니 아차 싶다

아들가지에 난 토마토 몇 개 더 얻자고 가치치기를 덜 한 탓이다

처음부터 아들가지가 생기면 잘라냈어야했는데 가지치기를 너무 늦게 한 탓이다

토마토 송이를 보고나니 마음이 아리고 안타깝고, 또 더 많이 먹을 수 있을 것같아 과감하지 못했다





씨를 뿌렸다

45일이면 수확할 수 있다는 열무씨를 뿌리고 기다린다

겨우 2주, 새싹이 솟아오르고 다닥다닥 붙어있다


열무씨를 벌써 두 번째 뿌렸다.

한 번 수확의 맛을 보니 자신감도 생기고 좀더 많이 수확해서 열무랑 얼갈이로 물김치나 담가볼 요량이었다

다닥다닥 붙은 새싹들,

처음엔 그냥 잘 자라겠거니 물만 주었는데 수확물이 잘고 좁은 땅 여럿이 뿌리박고 있는 열무들이 잘 자라지 못했다.

그리고 알게되었다.

새순부터 잘 솎아내야 열무가 쑥쑥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비좁은 장소에 많이 모여있으면 덥고 답답하고 짜증도 밀려온다.

사람에게 필요한 적정 면적이 1인당 3평이었는데 그 기준이 5평으로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 1인당 2평이하의 교정시설은 인권침해라는 판결도 있었다. 물리적 공간 뿐 아니라 감정의 공간도 여유가 필요하다.


깊이 뿌리박고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도 솎아내고 가지를 쳐줘야한다.


그냥 사람이 좋았던 나는

독인 줄 모르고 다 챙기고 만났다.

나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만나면 만날 수록 진을 빼는 사람들도 이해하려고 애썼다.


텃밭을 일구다보니 깨달음을 얻는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만 주변에 있을 수 있도록 나도 많은 노럭과 준비를 해야하고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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