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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Dec 23. 2022

친구가 없어도 괜찮아.. 혼자여도 좋아..

자발적 왕따의 홀로서기

누군가가 묻는다. 누군가의 물음에 나는 답한다.


"난 친구가 없어.."


저 한 문장의 단어가 참 슬프게 들린다.


맞다. 현재 나는 친구가 없다. 그것도 2년 넘게..

친구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한 때 나 자신만큼 좋아하고 아끼던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없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는 자발적인 왕따인 것 같다. 자발적이지 않은 면도 분명 있을 것 같긴 하지만 자발적이라고 '정신승리' 하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팬데믹 사태인 코로나가 한몫(?) 했다. 그쯤이었던 것 같다.

2020년 2월 베프의 돌잔치가 친구들과의 마지막 만남(?)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술 한잔 기울여본 친구가 없으니....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과연 코로나 때문만이 나를 왕따로 만들었는지 의문이고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나는 정도 많고 욕심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친구관계에 대해서도 그랬었다. 친구에게 의지도 많이 했었고, 정도 많이 줬었고..

그런 나에게 내가 줬던 관심과 사랑이 돌아오지 않으면 그것 또한 참지 못했던 욕심 많은 나였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그것을 기어코 친구에게 티를 내고 표현을 해야지만 직성이 풀리는 나였다.


친한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나의 이런 무례했던 과거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테고 나 또한 나를 제외하고 대부분 결혼에 성공(?)한 유부남 친구들에게 시간, 돈, 모든 것을 내가 다 맞추고 할애하며 생겼던 서운함과 복잡한 감정들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전부터 친한 친구들이 나를 대하는 뭔가 모를 미묘한 감정들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서로 무엇 때문이라고 정확히 얘기를 한 적은 없지만 터질게 터졌던 게 아닐까 싶다. 코로나와 함께....


누군가는 말하겠지.. "결혼 못했다는 너의 자격지심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와 즐길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것을 한 번쯤은 봐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 " 넌 안 해봐서 모른다"라고 등등..

지금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유부남이 벼슬은 아닙니다. 본인들 선택이세요."라고


그렇다고 모든 친구와의 관계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맙게도 가끔 연락해주는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자발적인 왕따의 길을 걷는 것을 선택했다.


자존심 때문이었다. 돌잔치 주인공의 부친(?)인 친구가 저녁 술자리에서 나에게 타박을 했다.

그날 와준 친구들과 다 같이 술자리를 하고 싶었지만 나 때문에 못한다는 것이었다.

전에 내가 다른 친구와의 다툼으로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는 것이 저녁자리가 두 부류로 나뉘어 버렸다는 생각을 갖고 나한테 한 말이었다.

고마웠다.. 눈물 나게.. 다른 부류로 안 가고 나한테 와줘서.. (실제로 이렇게 얘기해 줬다.)

나라고 뭐 그렇게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가지고 나를 타박하는 그 친구에게 화가 났다.

그래서 "나만 없어지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과 함께 그 친구와의 말다툼이 시작이 된 것이었다.

나의 욱하는 성격에 내뱉은 말에 그 친구는 "진짜 그럴 수 있냐고?!" "쉽게 얘기하지 말라고!"라고 응수를 했다.  

그 말이 나의 자존심을 건드리며 상황을 여기까지 끌고 오게 하였다.

그래서 모든 친구와의 연락을 안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 내가 연락을 하지 않으니 연락 오는 친구도 몇 없었다(정말 슬픈 일이다. 누구 탓을 하겠나? 나라는 사람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을.. 이 와중에 연락해줬던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표현을 하고 싶네)


나는 그런 말을 자주 듣는다. "자존심이 밥 먹여주냐고?", "그렇게까지 자존심 세울 필요가 있냐고?"

자존심이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하지만 유리 멘털과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신줄을 잡게 해 줄 마지막 생명줄이다. 나쁘게 말하면 자격지심의 일종이 아닌가 싶다.

그것마저 버리고 난 후 나를 자책하고 원망하고 자괴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나를 몇 차례 경험한 후 나에게 생겨버린 일종의 트라우마 같은 것이다.


나는 내가 선택한 것의 모든 일에 대해서 번복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왔다. 그것을 번복하는 것 또한 내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모든 결정에 신중을 기한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 뭐든 빨리 정리하고 체념하게 된다. 연인과의 헤어짐이든 친구와의 손절이든....


하지만 이 계기를 통해 나는 그전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얻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한 때 여친보다 친구를 더 우선시했었고, 우정이란, 피를 나눈 사이라고 맹신하던 나의 신념은 던져버린 지 오래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 친구가 많다고 하여 잘 살아온 인생도 아닐뿐더러 많은 친구가 나한테 다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선배님들께서 종종 얘기한다. 인생에 친구는 많을 필요가 없다고, 한 두 명 정도의 진정한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그리고 대부분은 본인 아쉬울 때나 찾아오는 친구들이라고..

이런 생각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 자신을 자기가 제일 모른다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지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나름 나의 가까운 인생의 플랜을 계획하게 된 시점이 되었다.


그리고 식당에서 혼자 밥도 못 먹고 쇼핑, 헤어샵 등도 혼자 가지 못해 항상 친구를 대동하고 다니던 나에게

혼자서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용기를 준 계기가 되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댔지만 한번 해보고 나니 어려운 일들이 아니었다. 다 처음이 어려운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심지어 더 편한 느낌까지 들었다. 친구와 함께했다면 심심하지는 않았을 테지만 같이 한다면 신경 써야 되고 제약되는 부분이 많지 않겠는가?? 약속시간 정함부터 시작해서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든 일들.. 이젠 생각만 해도 귀찮다. 그리고 세상에는 혼자 해내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이러고 있으니 주변에서 말한다. "혼자에 너무 익숙해지면 안 된다."라고

혼자 못하는 사람, 혼자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말이다.

혼자 해봐라. "얼마나 편하게요!"

 

예전부터 관심을 갖던 캠핑도 혼자서라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 주었다.

친구들이 있을 때 캠핑 이야기를 하면 너도나도 손사래를 쳤었다. 캠핑 준비가 귀찮고 밖에서 잠을 왜 자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맞다. 캠핑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나는 하고 싶었다. 그때는 여기에 동조하여 주는 친구가 없어 잊고 살고 있던 캠핑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캠핑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캠핑 메이트들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도 좋은 정보를 공유하며 열심히 캠핑을 다니고 있다. 나한테 친구 대신의 취미를 만들어준 셈이다.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것은 친구 때문에 건강이 나빠졌었다는 말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친구와의 술자리 약속을 거절하지 못했었다. 그래서 유부남 친구들의 육아와 결혼생활의 스트레스를 버릴 쓰레기통(?)은 나였던 것이고, 그 유부초밥들(?)을 한 명씩 만나다 보면 나는 일주일 내내 술을 마시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이것 또한 나의 핑계 일 수 있다. 내가 술이 좋아서 마셨던 것일 수도..

하지만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없어지면서 당연히 술 마시는 횟수가 줄었고, 거기에다 자발적이진 않았지만 여친도 없어지게(?) 되면서 시간까지 많이 남았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에 오기가 생기게 됐다.

그것이 다이어트를 하게 된 정확한 계기는 아니지만 그 자존심과 오기와 남은 시간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계기의 시발점이 되었고, 45kg의 감량과 허리둘레 35cm 감소라는 결과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매일 운동을 생활화하는 습관을 갖춘 삶을 살게 해 주었다. 혼자가 되긴 했지만 나름 만족하는 결과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런치 작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줬다.

나의 속마음과 나의 생각과 공감을 친구를 통해 얻을 기회는 상실하였지만 '브런치'를 접하게 되면서 일기장처럼 간직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고, 이젠 더 나아가서 브런치에서 임명(?)해준 작가까지 되게 해준 고마운 계기가 되었다.


친구와 멀어져야 내 삶이 나아진다는 친구와의 손절을 조장하는 글은 아니다.

하지만 친구와의 갈등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혼자여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경험의 글을 써보게 된다.


필자가 거의 40년을 살아보면서 느낀 점은 '친구'라는 존재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닌 일부이기에 잘 지낼 수 있다면 좋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것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필자 또한 친구와의 영원한 손절을 한 것은 아니기에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예전처럼은 안 되겠지만 서로 안부 정도는 물을 수 있는 사이라도 되어보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이해관계라는 게 자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친구가 없어도 괜찮아! 혼자여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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