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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 Jan 18. 2024

이제야 이별전쟁이 끝났다.

상대방의 SNS를 염탐하지 않는 나를 발견했을 때.

전화번호를 지웠다.

SNS를 차단했다.

그녀가 나 없이도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아파서 그랬다.


염탐을 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흐르지도, 깨끗이 잊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다. 그녀의 일상이, 그녀의 행보가..

그래서 염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SNS를 염탐하지 않는다고, 차단을 했다고 해서 이별전쟁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차단을 했어도 잠깐 차단해제를 했다가 염탐하고 다시 차단하고..

이렇게 하고 있다면 정말 미쳐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마음가짐의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다시 만나지 않을 거라 굳게 다짐했고 이제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의 길을 정했다.


처음 연인을 사랑하게 된 이유가 그 사람을 싫어하는 이유가 된다.

나 또한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이유가 그녀를 싫어하게 된, 우리가 계속 만남을 이어갈 수 없게 된 이유가 됐다는 걸 깨달았다.

나와는 다르게 환하게 웃고 친절하고 밝은 그녀의 성격이 처음에는 좋았는데 그 이유가 자꾸 나를 신경 쓰이게 만들었고, 오해의 상황을 만들고, 그로 인해 잦은 싸움으로 번지고, 헤어지기까지의 이유가 돼버렸다.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당장 헤어진 것이 아쉬워서, 함께하다가 갑자기 혼자 내버려졌다는 마음들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인지 못하고 그리워하고 재회하고 싶은 마음만을 갖고 지내왔지만..

헤어지고 나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과 지난 연애를 되돌아보고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되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SNS에서 '법륜스님'이 강연하시는 짧은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만나면 헤어짐이 있고 잘 보내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물건도 쓰다가 다른 예쁜 것이 생기면 바꾸고 싶듯이 연애도 사랑도 사람의 욕심에 의해 더 좋은 사람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 욕망이기에 헤어짐을 당했을 때 그동안의 만남을 감사하고 잘 보내줘야 한다 라는 영상이었다.


참 가슴 아픈 말이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사람들에겐 애착 물건이라는 것이 있다. 너무 아끼고 버릴 수 없는 오래된 물건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물건에도 애정과 애착이 있는데 나를 놔버린 사람은 애정도 애착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를.

물건만도 못했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제 와서 사랑했던 마음, 시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시간 동안은 행복했고 즐거웠고 사랑했으니까.

그리고 그녀한테 내가 마지막 남자가 되고 싶었고 그녀가 내 마지막 여자이길 바랐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제 나는 온전한 나로 살아가야 한다.

그녀가 없는 나의 삶, 다른 인연에게 내 옆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마음을 갖춰야 하는 나의 삶.


문득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그리워할 수도 있다.

같이 갔던 여행지를 지나갈 때, 같이 자주 갔던 장소, 길을 지나갈 때에도..

추억까지 지울 수 없는 것이다. 그리움까지도 어찌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무뎌지는 날은 분명히 올 것이고, 옛 추억으로 회상되는 "그땐 그랬었지?"라며 웃픈 일로 넘길 수 있는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별노래의 가사나 드라마가 다 내 얘기인 것만 같을 때도 있었지만 감정이입을 하지 않고도 듣고, 볼 수 있는 날도 분명히 올 것이다.


그런 날이 오게 되면 그때야 말로 '이별전쟁이 끝났다.'라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후회 없이 사랑했고, 아쉬움도 남지만 이제는 서로를 위해서 과감히 놓아줘야 할 때라고 생각하기에 '이별전쟁'을 끝내려고 한다.


허접하게나마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수 있어서 기쁘고 슬프고 만감이 교차하던 나날을 보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 아프고 마음 졸였던 시간들 마저 벌써 추억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사람은 '참' 적응의 동물이지 않나 싶다.  


글로 위로받았고, 글을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더불어 나의 글이 독자들과 공감을 할 수 있었던 날 들이었다면 더 행복할 것 같다.


연인과의 이별은, 어떠한 이별이든 슬프고 아프다. 연애기간이 길었던, 짧았던 이별은 똑같이 다 슬프고 아프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었다면 이제는 좋은 일이 찾아올 차례이다.


2024년 올해에는 분명히 좋은 일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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