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눈도 오고 갑자기 추워져서인지 퇴근길에 지나가는공원이 텅 비어있었다. 그곳을 지나가면서 우연히 마지막 잎새처럼 나무에 붙어있던 낙엽이 눈 위로 떨어지는 걸 봤다. 그 모습이, 심심한 아이가 장롱 중간칸에서 방에 깔린 솜 이블로 뛰어내리는 거 같았다. 재밌으려고 한 장난에 아이가 다치기라도 한 듯, 가로등 불빛 아래로 떨어진 눈 위 낙엽이 너무 슬퍼 보였다.
잠깐 고민을 하다가 낙엽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줬다. 날개를 달고 마음껏 날고 웃으라고.
나라면 날개를 달고 어디로 가고 싶을까?
난 미지의 세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라면 추억여행을 갈 거 같다.
오랫동안 여러 곳에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난 일을 하면서 많은 직장 동료들을 만났다. 돌아보면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시에서 처럼 한 사람이 아니라 가는 곳마다 한두 명은 내게 생수 같은 사람들이었다. 난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한 사람은 이곳에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25년쯤 전이었을까? 경제적으로 잠시 문제가 생긴 적이 있었다. 그때 전화 소리를 듣고 같이 일하던 동료가 이렇게 말했었다. "복권이 당첨되면 다 드릴 텐데요." 개인적으로 전화번호조차 주고받은 관계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도 그 말을 기억한다. 당연히 당첨돼서 준다 해도 안 받았을 테니까 그냥 빈말일 수 있는 그 말을. 난 빈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난 그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그 동료가 생각하기에 내게 전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최대한의 위로라고.
그 동료는 그 말을 했었다는 것조차 잊고 있을 거고,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서 우연히 마주쳐도 못 알아보겠지만 그때 고마웠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