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기적을 마주하며
나는 매일매일 기적(奇蹟)을 마주한다. 내가 마주하는 기적은 내가 여전히 잊지 않고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거다. 더 큰 기적은 내가 매일매일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기억하며 살아가는 거다. 언제든지 유리처럼 깨지고 금 갈 수 있는 나에게 이건 기적이다.
몇 달 전 난 친구에게 "이건 이런 거야."라고 얘기를 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친구가 "이건 이런 거잖아."라고 얘기했을 때 난, "그래? 왜?"라고 물었다. 검색을 해보고 "그러네."라며 검색한 화면을 캡처해서 보냈다. 보내면서 나도 약간 이상하기는 했다. 전에 캡처한 적이 있는 화면이라. 그리고 다음날 난 치매 검사를 받아보는 게 어떠냐는 얘기를 들었다. 너 예전 같지 않다고. 그때는 너 머리 좋았다고.
대학 동기인 그 친구가 말하는 예전은 대학 시절이다. 친구에게 그때의 난 그렇게 보였나 보다. 걸레를 눈처럼 뭉쳐서 짜는 날 보고, 걸레는 이렇게 접어서 비틀어 짜는 거라고 알려준 게 그 친구였는데. 걸레 짜는 모습처럼 사실 난 조금만 관찰하면 허당이다. 1학년 물리 시간이었던 거 같다. 뭔가 발표를 하면서 직육면체를 그리는데 아래 사각형을 그리고 기둥을 그리고 위에 사각형을 그렸다. 그때 누군가 그랬다. 젠 왜 직육면체를 거꾸로 그리냐고. 위부터 그리면 되는데. 그러게. 나도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눈으로 공부하는 게 다였으니까 보기만 하고 안 그려봐서 그랬을까? 그 직육면체가 중요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의 장면이 남아있다.
난 요즘 내가 고장 난 장난감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태엽을 감으면 북을 치면서 앞으로 가는 장난감인데 앞으로 가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걷고 있는 장난감. 그 정도는 아니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한 친구의 조언에 동의한다.
치매에 걸린다면 난 어떤 모습일까?
내 생각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냥 내 안에 가지고 있는 무의식을 표출한다면 난 초반 패악을 떨 거다. 그래도 날 잘 아는 사람들은 기다려줄 거다. 얼마 남지 않은 패악을. 그러면 그 뒤에 남은 건 따스함일 거다.
젊은 시절 난 다른 사람보다 뭔가를 더 빨리 효율적으로 잘하려고 했었다. 난 내 그릇이 작다는 걸 금방 알아차렸고 사랑이라는 것에 눈을 뜨면서 그런 소모적인 삶을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 내가 눈 뜬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이 아니라 신의 사랑을 덧입은 작은 사랑이다. 내 삶의 의미는 사랑을 배워가는 거다. 다양한 깊이, 다양한 사람에 대한 사랑. 그래서 내 밑바닥에는 무거운 사랑이 깔려있지 않을까?
물론 이건 내 생각이고 내 바람이다.
그런 상황이 온다 해도 난 내 안의 것을 잃기만 했으면 좋겠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것들이 날 지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글에서 '기적 뜻'을 검색했다. 이게 제일 먼저 나온다.
기적(汽笛) 증기를 내뿜는 힘으로 소리가 나게 하는 장치. 또는, 그 소리. 뜻밖이다.
물론 내가 찾는 건, 와 기적이네~ 이런 의미의 기적(奇蹟)이다.
기차가 지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기적(汽笛)처럼 사랑의 기적이 울리면 난 안다. 또 다른 깊이의 사랑을 배워가는 때라는 걸.
세 달 전부터 우리 가족에겐 새로운 기적이 울렸고 우린 금방 알아차리고 감사함으로 그 사랑을 배워간다. 사랑하고 사랑받을 거다.
제목의 사진을 보고 난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 '나 어때? 예뻐'
눈이 힘겨울 수도 있는데 기쁨을 잃지 않는 낙엽처럼 그 모습으로 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예쁜 모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