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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Dec 10. 2022

난 모래가 되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너덜너덜해진 

신발마저 버리고

맨발로 거친 길을 헤쳐온 

당신의 발


덕지덕지 붙인

반창고 위에 포개진

당신의 시선과

나의 시선


당신의 발이 덜 상하게 

거친 길 틈을 메우는 

모래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 사랑은 눈물과 웃음이 동시에 나는 거다. 고통과 감격의 눈물, 배려와 위로의 웃음.

그래서 사랑은 눈웃음이다. 수분을 머금고 내리는 눈처럼 사랑의 웃음은 희생의 눈물을 머금고 있다.


어르신들의 갈라지고 피나는 발, 그 위에 붙여진 반창고를 보며 모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사하고 큰 돌, 뾰족한 돌이 아니라 부서지고 부서져서 작은 모래 더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거친 길 틈에 부어질 수 있게. 

자녀들을 위해 사랑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오신 어르신들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다. 그분들의 사랑이 이 땅에서도 조금은 보상받아서 마지막 숨을 쉬는 순간에 평안했으면 좋겠다.

자연스레 나랑 함께 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덜 힘들고, 조금은 위로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제목의 사진은 지난 휴일 아침에 찍은 당산철교 사진이다. 약간의 수정을 통해 밤에 찍은 듯한 화려한 모습으로 바꾸었다. 우리의 모습도,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모습과 상황에 어떤 색채를 입히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우리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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