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닌 고등학교에는 라일락이 심겨있었다. 점심시간이 되면 등나무 벤치 아래 모여 수다를 떨었고, 거창하지는 않지만 미래를 상상하며 조금은 뿌듯해했었다. 라일락 꽃잎이 흩날리는 시기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진한 꽃향기.
난 나에게 추억을 선물하며 위로를 건넨다.
소중함은 하찮음의 옷을 입고 온다. 거창할 필요도 없고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과 위로.
우리는 중간중간 삶의 피로를 느낀다. 때로는 떼쓰는 아가처럼 대놓고 드러내고, 때로는 살짝 아닌 척하는 기교도 부리며 피곤함을 이기면 좋겠다.
~척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 문득 살짝의 안 그런 척도 재밌지 않을까 라는 우스운 생각이 든다.
추위에 다들 위축되어 있는 이 계절, 싱싱한 초록 잎과 영롱한 붉은 열매를 품은 나무를 만났다. 햇살이 위에 얹혀 따스한 사랑 같다. 그 열매를 보는 사람은 마법처럼 위축된 어깨를 펴고 다시 힘을 내게 될 거 같은 모습이다. 이름을 찾고 나무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내게는 생소한 이름 남천. 꽃말은 전화위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