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Nov 23. 2022

너의 사랑 향기 되어 나를 깨운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너에게 선물이길

푸근한 겨울 바다

온전히 햇살 품은

금빛 모래


모래가 행복인양

양손에 잔뜩 쥔 아이의

뿌듯한 미소


행복을 잔뜩 안고 온

아이 덕분에

행복에 눕는다


화장대에 앉았는데 전날 받은 꽃다발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뜬금없이 꽃향기를 맡으며 난 윗글의 장면을 상상했다. 그리고 이 문구가 생각났다.

너의 사랑 향기 되어 나를 깨운다.


며칠 전 내 생일이었다. 남편은 매년 내 생일 즈음에 친정부모님께 식사를 대접한다. 날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올해는 아빠가 몸이 불편하셔서 생일 전날 부모님 댁에 다 함께 모여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생일날 언니와 조카의 제안으로 아들들이 동참해 깜짝 생일 이벤트를 해줬다. 공주풍의 파티룸을 빌려서.


"이 한 해가 끝나기 전에 이모에게 잘 버텼다고, 고맙다고, 대견하다고, 힘내자고 말해주고 싶었어. 이모 곁에 늘 우리가, 그리고 내가 있는 거 알지?"


조카의 마음이 담긴 편지, 얼그레이 케이크, 선물, 꽃다발. 잠깐 모든 걸 잊고 처음으로 공주가 되어봤다. 그곳에서 보고 싶었던 '인생은 아름다워' 영화도 함께 봤다. 그렇게 잊지 못할 생일을 보냈다.




40대 중반쯤이었을까? 아무 일도 없었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도 없었는데 곧 죽을 사람처럼 내 삶을 정리한 적이 있다. 사실 정리라고 할 것도 없다. 죽은 후 내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에게 창피할까 봐 옷장을 정리하고 부엌을 정리하는 정도다. 그런데 아이들을 보면서 아직은 날 데리고 가면 안 된다고.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도 아이들을 바라보기만이라도 하게 해 달라고 생각했었다. 데리고 간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혼자~^^


친구가 아이들을 위해서, 와이프를 위해서 미래를 이렇게 준비한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지금은 아니라고, 아이들을 보기만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원했던 그때가. 그때의 간절함으로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가 아이들에게, 사랑하는 이들에게 선물 같은 날들이 되길 바란다.


난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갈까? 난 유산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유산과 정서적인 유산. 물질적인 유산을 남길 것은 없지만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자기 일을 잘 감당할 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정서적인 면에서 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아이들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했고, 아이들이 타인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딱히 남길 게 없다. 나의 생각 말고는.


내가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 같은 하루는 웃음, 사랑, 격려 그런 거다. 잘 지내서 내가 필요 없길 바란다. 그러다 혹시 삶이 무너지는 순간이 올 때 나를 생각하면 좋겠다.

나랑 함께 웃었던 순간, 함께 울었던 순간, 찬양하며 기뻐했던 순간, 교회에서 남의 아이들처럼 내가 안아줬던 순간이 생각나면 좋겠다. 울며 기도했던 내 모습.


마음으로는 수도 없이 많이 했지만 아이들에게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이 말들도 기억하면 좋겠다.

네가 지금 어떤 모습이어도 엄마는 를 사랑해. 너는 엄마를 닮았으니까. 다른 사람과 께 웃을 꾸는 너는 사랑이야.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빨리 가지 못한다고 조급해하지 마. 틀리면 돌아가면 돼. 언젠가 너는 너도 모르게 커다란 나무가 되어 있을 테니까. 네 그늘 아래 많은 사람들이 쉼을 누릴 거야. 절망의 순간에 조차 너를 향한 사랑이 음을 믿고 아름다움을 향해 걸어가기 바래. 다른 사람 때문에 너에 대한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이 실패하는 일은 없으니까 혹시라도 너무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너무 많이 마음 쓰지 않았으면 해. 그 시간은 지나갈 거야. 엄마가 항상 기도하고 응원해.



 

삶은 때로 우리를 지치게 하고 피곤함에 눈을 감게 한다. 우리의 사랑 표현, 위로와 격려가 향기가 되어 누군가의 코끝을 간지럽히고 웃게 하길 바란다. 사랑받아야 하는 이가 웃으면서 눈을 뜨길 바란다.


사랑, 내게 부어지는 사랑이 피곤에 눈을 감는 나를 깨운다. 난 다시 더 많이 사랑하기로 한다.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작가의 이전글 추수감사절 나(N행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