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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n 20. 2023

비와 오해

호박과 감자처럼

난 네가 철딱서니 없는

철부지인줄 알았어

또르륵 또르륵

콩콩콩콩

너도 알아?

네가 이런 소리 내는 거


너 너무 집요해서

엄청 놀랐어

사람들 사이를

기어코 파고들어

얼룩덜룩하게

흔적을 남기더라고


이거 궁금했

너도 슬픔을 아는지

왜 널 보면

슬픔이 배가 될까?

네가 눈물인양 같이 흘러서

눈물이 멈추지 않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너 좋아

이런 널 좋아하는 나

대단하지 않아?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내가 보기보다 성격이 좋다고.


웃으라고

웃었어?

내가 성격이 좋은 게 아니라

누구나 널 좋아할 수밖에 없어

넌 대단하거든

엄청난 능력 있


죽이는 거 같지만

살리고

야단치는 거 같지만

위로하고

울리는 거 같지만

웃게 하는 너


네가 만드는 소리도

네가 남긴 흔적도

널 보고 흘린 눈물도

살아있음이고

함께 함이고

회복을 위한 거란 거 이제 알아


오해해서 미안해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잘 모르면서 아는척해서

어쩌면 난

너만 오해한 게 아니라

나도 오해는지 몰라




어른들이 그러셨다. 젊음이 예쁜 거라고. 난 이 말을 충분히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고 젊어 보여도 그 싱그러움을 유지할 는 없다.  익은 과일처럼 여기저기 떫음을 드러내지만 그 조차 얼마나 예쁜가.


그런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젊음만이 예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등산하는 것과 같다. 오르면 오를수록 숨은 차지만 시야는 점점 넓어진다.  

베르히만의 명언처럼 미처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가물거리는 젊은 시절의 추억은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하고 뭉툭하지만 지금의 시선이 색이 되고 펜이 된다. 마음의 색, 생각의 펜이 더해진 모습도 예쁘다.


젊은 시절의 섣부른 판단과 오해를 대신할 노년의 기다림과 더듬적거림. 거기엔 사랑의 헤아림이 있다.




어릴 적 엄마는 이런 얘기를 자주 하셨다.

 

이렇게 귀한 시간을 왜 이렇게 보내니? 엄마의 뒷말은 이거다.

자야지~^^


곤한 삶. 가게일과 살림, 딸 다섯을 살뜰히 챙겼던 엄마에게 잠깐의 여유는 지친 몸 누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을 거다.

이 말무의식적으로 내게 남아있었나 보다. 난 엄마처럼 곤한 삶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틈만 나면 누워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빈둥거리는 즐거움이다. 누워있다가 심심하면 오른쪽으로 한번 굴러보고, 균형을 맞추느라 왼쪽으로도 러보고. 그 즐거을 누린다는 건 다른 일못한다는 거다.

엄마 얘기를 먼저 한 건 게으름이 엄마 탓이라는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각자의 삶을 담아 나오는 소리는 각각 다른 의미라는 말을 하고 싶다. 그 삶을 들여다봐야 더 잘 이해된다.

나도 일을 하고 있으니까 육체의 쉼을 누리는 것은 같지만 나의 '자자'와 엄마의 '자자'는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나의 빈둥거림 역시 나 의미가 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건 엄청 어렵다. 난 빈둥거리며 이것저것 생각한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뿐이다.

내가 생각해도 예가 좀 적당하지 않만, 누군가의 삶을 재촉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을 뿐이다. 민하고, 또 고민하는 건 개구리가 움츠리고, 또 움츠리는 것과 같다. 충분히 움츠리다가 뛰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식의 을, 다른 사람의 을 방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삶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면 시선을 돌려 상상의 즐거움을 누리시기 권한다. 행복한 상상은 상상임에도 불구하고 즐거움을 선물할 거다.


타인과 함께 하는 삶. 수많은 오해와 편견 속에 살아가고 있음을 기억하고 느린 걸음이면 좋겠다.

우린 모두 감자와 호박 같은 사람들이다. 예쁘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좋은 영양분을 안고 있는 감자와 호박. 예쁘지 않다고, 매끄럽지 않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사랑의 헤아림으로 싸안는 시선이면 좋겠다.

각각 영양분이 다른 거처럼 함께여야 좋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서로 어우러져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면 좋겠다.


비 오는 날, 비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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