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Mar 20. 2023

너와 나 그냥 그렇게

물고기와 물고기

난 너의 뒤를 따라간다

친 물살 헤치고 가는 너의 뒤를


넌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돼

내가 지켜주고 있으니까


우리 지금처럼 가자

마음 가는 대로 그냥 그렇게




어제 오후예배를 드리기 전 잠깐 한 학생과 이야기를 할 겸 교회 앞 공원에 갔었다. 공원 안에 생긴 식물원 매표소 앞에 사람들이 서있길래 우리도 들어가 봤다. 학생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싸 보이는 식물들과 앵무새, 카멜레온 등이 작은 공간에 예쁘게 모여 있었다.


화려한 식물들도 많았는데 처음 내 눈에 들어온 게 사진의 믈고기다. 친구인 듯 가족인듯한 물고기 두 마리. 그중 뒤에 따라가는 물고기가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한 풍파를 헤치고 왔다고 생각한 나의 삶은 어쩌면 연못 안에 있는 작은 물고기 같은 삶이었는 지도 모른다. 거대한 풍파로 느낀 건 예쁘게 만든 작은 폭포수의 물줄기일 거다.

거기서조차 앞서 나가지 못하지만 난 뒤에서 내 사랑하는 이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뒤를 봐준다.


큰 꿈. 어떤 게 큰 꿈인지 모른다. 난 큰 꿈을 꿔본 적이 없다. 난 내게서 뭔가 그럴듯한 걸 꺼내려고 애쓰지 않는다. 내 안에 없는 걸 아니까. 난 그냥 의와 선의 뱡향이라면 마음 가는 데로 흘러간다.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오후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마음이 무거웠다. 어딘가 부딪쳐 징징거리는 마음이라 할까?


삶을 배워가는 과정이기에 여기저기 부딪치며 징징거리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냥 그렇게 흘러가기로 한다. 순간순간 부딪치며 알게 되는 삶의 가르침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나와 비슷한 이들과 함께.



작가의 이전글 흔들리는 나에게 내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