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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pr 20. 2023

'안녕하세요'를 보고

이런 생각해 보셨나요?

어제 '안녕하세요' 영화를 봤다. 우연히 본 게 아니라 검색해서 찾아봤다.

어느 작가님의 이 영화 추천글을 보고 꼭 보겠다고 댓글을 남겼었다. 꼭 봐야겠다고 생각할 만큼 솔깃하지는 않았는데 그런 댓글을 남긴 게 우연이다.  

난 약간 고지식한 사람이다. 한다고 했으니까 하려고 했는데 작가님이 이렇게 답글을 올리셨다.

"보시고 감상문 남겨주세요^^"

그래서 숙제를 해야 하는 학생처럼 당장 영화를 봤다. 그리고 이 글을 쓴다.


어른 같지 않은 어른들 때문에 사는 게 지옥이라, 용기 내 죽으려는 19살 수미. 딸아이에게 너무 미안하지만, 미안하다고 말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호스피스 병원 수간호사 서진. 각자의 꿈을 놓지 않고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호스피스 병원의 환자들. 이들이 서로에게 물들며 따스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게 되는 내용이다.

'안녕하세요'는 '내가 지금 살아있구나'를 확인하는, 서로에게 전하는 사랑이다.




난 필요이상으로 진지한 사람이고 추천한 작가님을 존경한다. 이 얘기를 먼저 하는 건 이 영화가 내겐 뭔가 씁쓸함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난 몇 가지 의문이 들었다.


동정이라는 단어는 나쁜 의미일까?

네이버 사전에 동정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온다.

동정(同情)

1. 남의 어려운 처지를 자기 일처럼 딱하고 가엾게 여김.

2. 남의 어려운 사정을 이해하고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베풂.


호스피스 병동을 몇 군데나 가보셨을까?

죽음을 앞에 둔 사람들의 고통은 낭만적이지 않다. 적어도 내가 본 사람들은.

마약성 진통제를 먹어도 통증이 가지시 않아 베개에 고개를 묻고 몸부림쳤던 이모부를 보면서,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결박당해서 양쪽 팔이 시퍼렇게 멍들고 발목은 까지고 욕창까지 얻은 아빠 보면서, 시어머니에게 알부민 주사와 수혈은 연명치료라며 어떻게 하실 거냐는 그 얘기를 듣고, 난 울고 또 울었었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난다.


어쩌면 고통은 이런 건지도 모른다

누군가 나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고 그건 내 눈에만 보이는 거.

간신히 그 칼을 피해 고개를 돌리면 다른 쪽을 겨누고 있는 거.

때로 그 칼날이 사랑하는 이를 향하는 거.


상처가 그렇게 쉽게 치료되는 걸까?

19년간 받았던 수미의 상처. 상처는 쉽게 치료되지 않는다. 단 며칠 만에 활짝 웃지 못한다. 괜찮다고, 이런 사랑을 받으니까 괜찮아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되는 게 아니다. 회복인 듯 아닌 듯 수도 없이 반복하며 조금씩 나아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회복을 위해서는 상처받은 기간의 수배에서 수십 배의 사랑과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간을 기다리고 이해해야 한다.


실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이런 상처가 있는 분들과 가족분들이 봐도 힐링이 됐을까?

영화 소개에 힐링 영화라고 되어 있는 걸 봤다. 멀쩡한 사람들에게는 힐링영화일 수 있다. 실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이런 상처가 있는 분들과 가족들에게도 그럴까? 내가 아빠 때문에 민감해져 있는지도, 만든 이들의 더 깊은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가벼움을 가장한 묵직함을 원한 거라면  이해하지 못했다. 난 힘겹게 버티고, 죽을 만큼 고민하고 애쓰는 분들이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

 

나도 안다. 이건 상상을 표현한 영화다. 영화의 문제라기보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아쉬움이다. 이 영화엔 힘겨운 이들에게 웃음을 주고 삶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원하는 따스함이 묻어있다.

내가 가족의 고통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난 이 영화를 보고 기쁘게 별 다섯 개를 줬을 거다. 따스함이 묻어있는 걸 좋아하고 그분들의 의도를 아니까.

그래서 바라본다. 이 영화를 만드셨던 분들이 언젠가 실제 이런 고통을 당하고, 이런 상처가 있는 분들과 가족분들이 봐도 좋을, 그런 분들에게도 위로가 될 그런 영화를 또 만드시길. 



 

제목에 있는 사진은 요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진이다. 꽃이 떨어졌는데도 너무 예쁘게 바라보는 연둣빛 잎들의 시선이 따스하다. 누구에게나 있는 결핍. 서로 연둣빛 잎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주면 좋지 않을까?


꽃이 떨어졌어도 연둣빛 잎들이 있어 예쁜 나무처럼 서로가 함께여서 예쁜 모습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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