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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ul 21. 2023

서로 다른 세상을 사는 우리

어떻게 잘 살아낼까?

제목의 사진은 들꽃과 하늘 사진의 일부를 확대한 거다. 사진을 보는데 하늘에 검은 점이 있어서 처음엔 뭐가 묻은 줄 알았다. 확대해서 보니 날아가던 새였다. 새는 얼마만큼 보일까? 새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걸까? 혼자 텅 빈 하늘을 끝없이 가고 있다고 느끼지는 않을까? 사진의 새처럼 우린 그렇게 느끼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는 모두 경험의 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개미가 코끼리를 바라보듯 있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기도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가는 것, 그러면서 각자의 세상을 살아내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하는 삶이다.


그 삶을 어떻게 살아낼까?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된다. 텅 빈 하늘도, 혼자도 아니다. 텅 빈 하늘이 아니기에 각종 사고가 있고, 혼자가 아니기에 죽을 만큼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누군가 있기에 같이 웃고, 산산이 부서져 없어질 것 같은 아픔을 지나며 불필요한 허울을 벗는다.





민들레 홀씨의 마음 : 너에게 닿고 싶다고 무작정 이곳을 떠나지 않을 거야.

내 생각 : 너 이미 날리고 있데?


끝이 살짝 말린 나뭇잎을 본 다른 나뭇잎 마음 : 날 유혹하는 건가? 손가락 치켜세우고 컵을 드는 여인처럼 왜 몸을 틀고 나를 보는 거지?

내 생각 : 그 나뭇잎은 원래 그렇게 생겼는데?


벌의 마음 : 내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 내가 네 꽃가루와 꿀을 먹지만 너 대신 꽃가루를 옮겨주니까.

내 생각 :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지 않을까?


내 마음 : 어제의 나도 못했고 오늘의 나도 못해도 괜찮아.

내 생각 : 하긴 하는 건가?


사진을 보며 혼자 상상놀이를 한 거다. 


나는 민들레처럼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때로 나뭇잎처럼 오해하고, 벌처럼 감사하기보다 나의 수고를 내세운다. 과감히 행하지 못하고 괜찮다고 덮어둔다. 이런 모습도 나다.


사진을 보며, 상상놀이를 하며 나를 돌아본다.




부끄러움과 약함 전문가라고 불리는 브레네브라운 교수님 영상을 봤다. 그분이 많은 연구로 내린 결론은 취약성이 사랑, 소속, 기쁨, 용기, 공감, 창의성의 발상지고 의미 있는 삶의 지름길이라는 거다.

중년의 여성에게 취약성은 몸매고 남성의 취약성은 연약함이라는 얘기를 하면 이런 예시를 들었다. 휴가지에서 너무 행복해서 남편에게 사랑을 표현했는데 남편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서 상처를 받았단다. 잘못 들었나 해서 다시 반복했지만 여전한 반응에 그 순간 이혼까지 생각했다고. 그런 반응이 젊은 시절과 달라진 몸매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남편은 그 순간 공황장애로 나름 치열한 전쟁 중이어서 부인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고. 이건 내가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고 표현한 예시이기도 다.  




상대방은 나랑 다른 세상에 살고 있음을, 내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이 아닐 수도 있음을, 내 생각이 오해와 억측일 수 있음을, 나도 너도 부족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점검하며 순간순간 감사와 사랑을 선택하는 것.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많이 만드는 것.


이것이 서로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잘 살아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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