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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Aug 03. 2023

자갈 같은 너

사랑하는 동생에게

눈물 머금은

눈망울처럼

촉촉이 젖은 너


나의 빛

너의 눈물에 닿아

반짝이는 널 보고


예쁘다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을까?


부딪치고 깨지며

내뱉지 못한 소리

물살에 흘리고


비좁은 공간에

아무렇지 않은 듯

숨죽여 있는 너


고통 머금은

너의 마음

 눈물 흘러


온기로

너에게 닿길

그렇게 너에게 있




사랑하는 동생을 바라보는 신의 마음을 상상하고 글을 썼다. 동생은 아빠를 비롯해 여러 사람을 살피고 보이는 사랑을 전한다. 동생이 힘겨울 때 신은 함께 울 거다. 필요한 과정이니까 씩씩하게 가라고 하지 않을 거다.


나 또한 동생의 보이는 사랑을 받는다. 택배 몇 번 보내주고, 그 대가로 받기엔 너무 큰돈을 받는다. 나는 내게 잘해 주려고 하는 사람에게 나도 뭔가 해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기도 외에 동생에게 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힘든 시기를 보내는 동생에게 글로 사랑을 전다.


눈감으면 되는데. 물러서면 되는데. 그러냐고 돌아서면 되는데.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동생에게 신은 이렇게 말씀하실 거 같다.


사랑하는 내 아가야!

내 손을 잡고 들판으로 가자.

여기 보이는 황금빛 들판은 너와 내가 누릴 기쁨이란다.




어제까지 교회 수련회로 함께 있던 청년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는다며, 날 보고 싶다는 글을 보냈다. 언제든 서로 기대고 안아줄 수 있는 그 청년의 글을 읽고 난 이런 답글을 보냈다.


바람이 부는 황금빛 들판 좁은 길을 함께 가다 뒤에 오는 날 돌아보고 함께 웃는 상상을 해~ 사뿐사뿐 걷는 걸음, 찬양 소리~


그리고 이런 답글을 받았다.


너무 좋네요! 그 순간~~~

하하하하 같이 빵 터지는 그 순간!

맞지, 나도 ㅋㅋㅋㅋ라는듯한


동생을 생각하며 떠오른 황금 들판. 그 사이에 난 길은 너무 좁아서 한 사람씩 가야 한다. 성령님을 생각나게 하는 바람이 불고 찬양이 들리는 거 같은데 조용한 그 길을 일렬로 걸어간다. 누군가는 지친 몸이지만 사뿐사뿐 경쾌하게 지나가다가 뒤를 돌아보고, 누군가는 그 뒷모습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가 눈이 마주치면 함께 웃는다.  광경을 상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

나는 때로 앞서서 경쾌한 걸음으로 걷다 웃으며 뒤를 돌아보는 이기도 하고, 때로 뒤에서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기도 하다.


동생을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이런 삶을 살고 싶다. 힘들면 힘든 대로,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마주 보고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며.


누군가에게 내가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면, 그건 좋은 걸 누리게 해 줘서가 아니라 마음의 동기가 사랑이기에 때문이다. 마음이면 충분하다. 나 또한 내가 줄 수 있는 사소한 걸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나눌 거다. 사탕반지처럼.


그렇게 살면 충분하다.




우연히 드림셀러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한 저명한 심리학자 세자르가 자살을 시도하려다가 억만장자임에도 노숙자로 살아가는 '드림셀러' 멜론을 만나서 정신적으로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멜론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한다.

“저는 꿈을 파는 사람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파는 사람이죠. 불안해하는 사람에겐 용기를, 공포증이 있는 사람에겐 자신감을, 경솔한 사람에겐 상식을 주고,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에겐 작은 쉼표를 건네주고 있죠”


이 영화의 명대사를 검색하면 이런 대사들이 나온다.

- 자살자가 자살하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느끼는 고통을 죽이고 싶어 한다.

- 쉼표 하나, 나는 네게 쉼표 하나를 팔 수 있다. 그래서 네가 네 이야기를 계속 쓸 수 있도록. 비록 세상이 네 위에 무너져 내리더라도 말이지.  

- 너는 네 심장박동이 멈출 때 죽는 것이 아니다. 네가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이 멈출 때 죽는다.  

-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다시 시작할 수는 있다.  

- 사실 우리 모두는 배반자들이다. 우리는 우리의 꿈을 배반한다. 주말과 휴가를 배반하고 무엇보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시간을 배반한다.


이 대사의 내용은 기발하거나 충격적이지 않다. 알고 있지만 다가오지 않는다. 중요한 건 누가 이 말을 는 가다. 이 대사가 명대사인 이유는 처절한 고통 가운데 뒹굴며 몸부린 친 주인공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고통의 무게만큼 우리 마음을 때린다.

멜론의 아픔을 안다면 배반자에 대한 대사는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토록 멜론과 사소한 일상을 함께 보내기 원했던 딸과 부인의 눈물. 마지막이 될 줄 몰랐던 가족여행조차 함께 하지 않아 혼자만 살아남은 멜론.


우린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열심히 굴러간다. 예기치 못한 벽에 부딪쳐 만신창이가 되기도 하고, 우리를 멈춰 서게 만드는 벽 때문에 좌절하기도 한다. 모든 게 끝났다고.

그런데 그 벽은 우리를 살리는 벽일 수도 있다. 절망을 부수나서 그 후에 보이는 것. 그것이 진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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