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올해 여름은 신나면서도 금세 시무룩해진다. 이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외로움이다. 애쓰고 애써도 어쩔 수 없어서 절망하는 이가 느끼는 외로움.
여름에게 난 뭐라 위로를 건넬까?
일상의 평온함이 깨지고 여기저기 들쑤셔진 듯 어수선했던 여름이 간다.
청소년부 수련회를 앞두고 나를 포함해 가족들이 돌아가며 심한 목감기를 알았다. 거기에 더해에어컨이 고장 난 걸 방치해서 컨디션이엉망이었던 난 수련회를 가기 직전 에어컨을 고쳤다. 진작 고쳤으면 좋았겠지만 게으름 덕분에, 에어컨 없이 여름을 나느라 여름마다 병이 났던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며 자기변명을 잊지 않았다~^^
수련회를 다녀오니 세탁기가고장 나 있었다.교체할 때가 되긴 했지만 수련회에 가져간 모든 옷을 빨아야 하는 시점이라 당황스러웠다.세탁기를 주문하고, 작은 방을 통해 세탁기를 넣어야 해서 급히 세탁기 들어갈 자리를 만들었다. 작은 수고가 들었지만 지금은 새 세탁기를 사용한다.
그 주 금요일부터 교회에서영적 대각성 부흥집회가 있었다.금요일 퇴근 후부터 참석하고 주일에 예배를 드리러 가려는데
아랫집에서 올라오셨다. 물이새는것 같다고.작년에도 누수 때문에 도배를 해드렸는데 작년보다 더 심한 모양이다. 전에 봐주셨던 분에게 급하게 연락을 취했지만 바쁘셔서 화요일 일찍 오시기로 했다. 물을 잠그고 필요할 때만 잠깐씩 열면서 이틀을 지냈다. 세탁기는 당연히 못 돌렸다. 정수기 사용도 못하고, 변기와 설거지를 위해 물을 받아놨다. 샤워할 때만 물을 열어도 각자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이 달라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나름 신경을 썼는데 월요일, 아랫집에서 문자가 왔다. 주방까지 번지는데 내일 몇 시쯤 오시냐고. 죄송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나의 문자에 죄송하다고 답장이 왔다. 왜 죄송하시냐고, 제가 죄송하다는 문자에 이렇게 답장이 왔다.
"주방 쪽은 도배 안 건드리려고 했는데 걱정이 되어서요."
아직 누수 보험관련해서 진행 중이다. 누수 점검을 하느라 작은 방의 짐을 모두 빼서 아직도 완전히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이런 일이 없었으면 알지 못했을 마음이다.이웃의 사랑~
아빠가 계신 요양병원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당분간 면회를 할 수 없다는 연락이 왔다. 미리 면회를 예약했고 병실에 혼자 계시니까 병원에 얘기를 해보라는 간병 여사님의 권유 덕분에 아빠를 보고 왔다.
아빠는 퇴원 후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후에도 여전히 간간히 미열이 있고, 조금만 먹는 양을 늘려도 설사를 하셔서 콧줄로 공급하는 캔조차 제대로 드시지 못한다. 전보다 기운이 없으시고 전처럼 길게 말씀을 못하신다. 한 말씀을 하시고 한참 후에 그 뒷 말씀을 하신다. 환자 모니터에서 주기적으로 들리는 띠띠소리는 그 사이의 시간을 더 길게 느끼게 한다.
목사님 내외분이 동행하셨는데 아빠는 이제 꿈을 이뤘다고 하셨다. 목사님이 오시기를 바랐는데 오셔서. 이 말에 눈물이 흘렀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급격히 나빠질지 알 수 없기에...
사소한 불편을 통해 바라봐지는 것도, 슬픔과 외로움 안에 보이는것도 여전히 사랑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을 기억하는 것이 일상의 기적이기에, 매 순간 기적을 경험하기에 감사하다.
별일도 아닌데 어깨를 들썩이며 훌쩍이는 아이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의 울타리. 내게 그런 울타리는 없다. 아마도 신이 아니라면 사람의 그런 울타리는 없을 거다. 대신난문제 상황 앞에 나보다 더 큰 소리로 우는 아이 같은 이들의 울타리가 있다. 함께 울다가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서로 마주 보며 함께 웃는이들의 울타리.
서로에게 그런 울타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의연하지 못하고 더 겁쟁이여서 더 큰 소리로 울고, 생각이 달라 싸우기도 하지만 함께라는 것만으로 힘이 되고 위안이 되는 그런 이들이 만드는 울타리.그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울고 웃으면 각자 살아야 할 삶을 잘 살아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