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N Oct 07. 2023

귀가 없는 아이

마음의 소리

사악함이 느껴지는 그림의 아이가 원래 이 모습이었던 건 아니다. 하얀 얼굴에 동그란 눈과 코가 귀여운 아이였다. 아이의 모습이 바뀌기 시작한 건 빨간색 귀걸이를 해보고 싶다는 단순한 바람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마음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라 간절히 바라는 욕망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이에게는 귀가 없었으니까. 아이는 귀가 없는 대신 마음의 소리를 듣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빨간색 귀걸이에 대한 욕망으로 아이는 그 능력을 버리고 귀를 얻었다.


귀걸이를 시작으로 멋에 눈을 뜬 아이는 이것저것 치장을 하기 시작했다. 자수정 목걸이를 하고 손톱도 빨갛게 칠했다. 화려하게 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잠깐이지만 아이는 행복했다. 자신이 잘하는 걸 찾았다고 생각했다. 나름 멋을 안다고. 틀린 생각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관심받고 칭찬받았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는 행복하지 않았다. 치장을 할수록 마음은 점점 더 공허해다. 가득 채워져 흘러넘치는 행복이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해질 때쯤 아이는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자수정 목걸이로 목줄을 하고, 서로 할퀴고 싸워서 피로 물든 빨간색 손톱을 치켜세운 이상한 아이가 있다. 그래도 목에 걸린 목줄이 다른 이들 것 보다 고급스럽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이상한 아이가.


멍하니 서있다가 바라본 하늘. 가을운동회가 생각날 만큼 높고 푸른 하늘이다. 하늘을 보던 아이는 어린 시절 행복했던 순간이 생각났다. 체육대회를 하던 그날도 오늘처럼 높고 파란 하늘이 예뻤다. 점심때쯤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긴 장대에 매달린 박을 향해 오재미를 던졌다. 간지럽혀도 웃음을 참고 있는 아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꼭 다물고 있던 박이 드디어 입을 열고 웃었다. 그 웃음에 반짝이 종이가 쏟아져 나왔고 그 사이로 긴 종이가 나왔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지금부터 점심시간입니다."

뭐가 들어있을까 잔뜩 기대하며 오재미를 던졌던 아이는 웃음을 터뜨렸었다.

왜 그 순간이 행복했을까? 왜 지금 그때가 생각났을까?


모른다. 아이가 알게 된 건 이제 귀걸이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거다. 귀도 필요 없다. 이제 마음의 소리를 들을 거니까.





이 땅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경쟁도 치장도 필요 없다. 타인의 시선에 흔들릴 필요도 없다. 신이 주신 모습대로, 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쁨으로 선한 걸음을 걷고 싶다. 신의 계획은 선하고, 내가 신에게 할 수 있는 가장 큰 보답은 신이 주신 것을 기쁨으로 누리는 거니까.

작가의 이전글 이렇게 여름이 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